지난 13일 염홍철 대전시장은 시청 브리핑 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미래부가 낸 제안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미래부는 지난 8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에 조성될 예정인 기초과학연구원 등 핵심시설을 엑스포과학공원 내에 조성하겠다는 방안을 대전시에 전달했다.
과학벨트-엑스포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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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 2011년 5월 '국제과학비즈니스과학벨트(이하 과학벨트)' 조성과 관련 대전 유성 둔곡과 신동지구를 거점구역으로 확정됐다.
이후 행정절차를 마무리하고 지난해 2월 지구지정까지 진행됐다. 당초 정부는 과학벨트에 5조2000억 원이 투자되며 기초과학연구원과 대형연구시설인 중이온가속기를 짓고 중대형·융복합 기초과학연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또 국제적 정주 환경도 갖춰 세계적 석학들까지 끌어들이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런데 정부는 거점지구 부지매입비를 반영하지 않아 사업 전체가 엉거주춤해왔다. 와중에 지난 8일 미래창조과학부는 돌연 핵심시설인 기초과학연구원과 과학체험 및 전시 공간 등을 엑스포과학공원에 조성하는 방안을 대전시에 공식 제안했다.
염 시장은 엑스포과학공원과 관련 전 정부에서 법인 청산명령을 내리자 민자를 유치해 롯데복합테마파크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시민단체에서 롯데 테마파크는 '과학공원' 이미지와 부합되지 않는다며 반발했으나 강행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하지만 염 시장은 미래부 제안에 대해 "대덕특구를 창조경제 전진기지로 조성해 지역 및 국가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며 롯데테마파크 조성 계획 철회와 함께 정부안 수용의사를 밝혔다. 정부 제안을 받은 지 5일 만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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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염 시장은 △과학벨트 부지 축소 불가 △과학벨트 부지매입비 전액 국고 부담 △창조경제 핵심시설 구체적 내용 제시 △대전시 대덕특구 창조경제 전진기지 조성 방안 최대 수용 등 4개의 원칙(요구)을 제시했지만 미래부가 수정안을 제시한 지 5일 만에 받아들이겠다고 나선 것.
그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14일에는 새누리당 소속 시의원들이 미래부 제안에 대해 '플러스알파(+a)' 안이라며 환영입장을 밝혔다.
반면 시민단체와 야권에서는 미래부의 제안은 대국민 사기극이라며 수용불가를 선언했다.
그동안 엑스포과학부지 내 꿈돌이랜드 등 매입 문제를 제기해온 민주당 소속 김경훈 대전시의원은 "엑스포과학공원이 염시장의 개인재산이냐"고 꼬집었다.
제대로 된 의견수렴 절차 없이 시민이익과 직결된 중요사안을 졸속으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그는 또 "롯데그룹이 들어오는 게 무산된 만큼 무작정 꿈돌이랜드를 매입해 특혜를 준 데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새누리당 시의원에 대해서도 "차분히 따져보고 결정하자고 시를 설득하고 꾸짖어야 할 시의원들이 덮어놓고 찬성부터 하고 나섰다"며 "대전시장의 거수기 역할에 불과함을 스스로 시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지난 15일 김 의원과 나눈 주요 일문일답 요지다.
- 미래부가 당초 둔곡지구에 조성하기로 한 기초과학연구권을 엑스포과학공원으로 옮기는 방안을 대전시에 제안했다. 어떻게 평가하나?"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우선 첫째, 어렵게 전국 공모와 평가를 통해 둔곡지구를 과학벨트 거점지구로 결정해 놓고 이제 와서 핵심시설인 기초과학연구원을 다른 곳에 조성하겠다는 것은 약속위반이다. 정부와 국민에게 약속한 국책사업을 정부가 일방적으로 파기하려 하고 있다. 둘째, 사실상 과학벨트 거점지구를 반토막낸 축소안이다. 셋째, 시민의 자산인 엑스포공원을 정부에 현물로 헌납하는 것이다. 대전시민이 나서 싸워야 할 문제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대전시민의 재산과 직결된 이처럼 중요한 문제를 아무런 고민 없이 덜컥 환영부터 하고 나선 염홍철 대전시장과 새누리당 시의원들이다. 묵과할 수 없다."
- 대전시는 그동안 시민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엑스포 과학 공원에 롯데테마파크를 조성한다고 해오지 않았나? "엑스포 과학 공원에 롯데복합테마파크 사업 추진을 위해 정부와 협상 중이고 잘 조정하려 하고 있다고 말한 게 불과 한 달 전이다. 납득할 만한 이유 없이 정부가 제안한 지(지난 8일) 5일 만에 엑스포과학공원에 기초과학연구원을 설립하겠다는 건 시민을 우롱하는 처사다."
- 대전시가 왜 이렇게 서둘러 정부안을 수용했다고 보나?"민자를 유치해 조성하기로 한 롯데복합테마파크를 정부가 승인하지 않자 출구전략으로 기초과학연구원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 김 의원은 당초 대전시와 마케팅공사가 롯데복합테마파크 조성을 위해 꿈돌이랜드를 매입한 만큼 롯데가 들어오지 않을 경우 배임이라는 주장을 해왔는데?"그렇다. 감정평가를 통해 118억 원에 꿈돌이랜드를 인수했는데, 부지사용료인 지료와 소송비, 전기요금 등 미수 채권 등 67억 원을 받지 않고 20년 분할 납부하도록 특혜까지 줬다. 해당 기업에는 이익을 주고 대전시에는 그만큼 손해를 끼친 것이다.
대전시는 HD드라마타운 조성을 이유로 꿈돌이랜드 매입이 불가피하다고 했지만 사실은 꿈돌이랜드 진입로에 HD드라마타운을 앉혀 꿈돌이랜드에 특혜를 주고 롯데의 테마파크 조성을 돕기 위한 것이었다. 결국 롯데가 들어오지 않게 됐으니 엄연한 알박기이고 배임이다. 아무런 사전준비없이 꿈돌이랜드를 서둘러 매입할 이유가 있었나. 대전시는 이에 답해야 한다. 감사원 감사를 포함, 의회차원에서 철저히 규명해야한다."
- 대전시는 오히려 정부안이 '플러스알파(+a)'라고 반기고 있다."당장 과학벨트 기능이 축소되고 시민공원이 축소되는 데 뭐가 '플러스알파(+a)'냐. 백번 양보해서 정부 제안을 꼼꼼히 뜯어볼 필요가 있다고 치자. 대전시장은 지난 8일 정부 제안에 대해 아무런 의견수렴 절차 없이 5일 만에 찬성입장을 밝혔다. 시의회에도 지난 12일 설명회하겠다고 연락하고 달랑 3명의 의원들에게 간단히 설명한 게 전부다. 이게 문가. 뭐가 그리 급한가. 꿈돌이랜드를 서둘러 매입해 시민들에게 손해를 끼치더니…. 과학벨트 핵심시설인 기초과학연구원 위치를 이렇게 서둘러 결정할 문제인가. 엑스포과학공원이 염 시장이 사유재산인가."
- 새누리당 소속 시의원들도 찬성입장을 밝혔는데?. "차분히 따져보고 결정하자고 대전시를 설득하고 꾸짖어야 할 시의원들이 덮어놓고 찬성부터 하고 나섰다. 대전시로부터 하루 전날 잠깐 설명 듣고 입장을 밝힌 것이다. 대전시장의 거수기 역할에 불과함을 스스로 시인한 것이다. 부끄러운 일이다. "
-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 나갈 예정인가?"시민공청회 등 충분한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도록 요구하겠다. 꿈돌이랜드 매입과정에 대해서도 반드시 책임을 묻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