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께서 신문 보도를 인용하여 '6·25를 북침으로 알고 있는 학생들이 69%나 된다. 이것은 교사들이 역사교육을 잘못하고 있는 것'이라 일갈했다. 서울신문에서 고교생들을 대상으로 6·25가 남침이냐, 북침이냐를 조사하여 1면에 보도하였는데 이를 보고 크게 놀라서 지적을 한 것이다.
보도 직후 고교생들이 북침을 '북에서 침범'한 것으로 생각했을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오면서 조사 문항에 문제가 있었음을 지적하는 전문가의 의견이 있었다. 즉 교사들의 가르침이 문제가 아니라 애초부터 한자어인 '북침·남침'의 어휘 개념에 혼동의 여지가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반공교육을 받았던 세대는 6·25가 '남침(남쪽으로 침범)'이라는 말을 반복하여 들었고, 이에 따라 북침을 남침의 반대로 인식하지만, 요즘 아이들에게 밑도 끝도 없이 6·25가 남침이냐, 북침이냐 이렇게 물으면 헷갈리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니 이건 어휘부터 바로잡고 어휘와 일치하는 개념을 인식하도록 하는 것이 순서다.
우선, 조사를 의뢰한 언론기관의 보도 행태가 상식 밖이다. 서울신문은 해당 기사를 보도하면서 "북침과 남침이라는 용어를 헷갈리거나 전쟁의 발발 원인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토를 달았다. 이는 어휘에 대한 오해가 충분히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하는 설문지 설계였다는 말이 된다. 그렇다면 그 기사를 1면에 '무너지는 우리 청소년 역사인식'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할 일이 아니다. 독자들은 당연히 기사의 헤드라인을 보고 전체 맥락을 파악하기 때문이다. 아마 대통령께서도 이 제목을 보고 '진노'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누가 6·25 전쟁을 일으켰는가?'라고 물었으면 될 일을 설문의 설계와 언론의 잘못된 보도가 맞물려 대통령에게 잘못된 인식을 갖게 한 경우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와 관련하여 대통령이 보인 과잉 대응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은 굵직한 선거만 여러 번 경험한 정치 베테랑이다. 그 과정에서 수백, 수천 번의 여론조사를 했고 그 결과를 보고 받고 전략을 수립했을 것이다. 최소한 '조사기법'에 대한 일반적 상식은 있다고 보아야 맞다. 그런 보도를 접했다면 '아니, 어떻게 조사를 했길래 이런 결과가 나와요?'라고 묻는 것이 올바른 수순이다. 만약 그랬다면 '대통령이 사회현상을 조사하는 방법에 대하여 객관성과 타당성을 중시한다'는, 즉 조사기법에 대한 상당한 정도의 상식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들었을 것이다.
더 나아가 그렇게 되었다면 아마도 해당 기사를 보도한 신문사와 사교육기업은 민망했을 것이다. 어쩌면 해명 보도를 내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도 오늘 아침까지 언론들은 대통령이 '잘못된 역사교육을 지적'했다는 보도만 되풀이 하고 있다. 해당 조사는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약식조사'였다. 통계회사가 추진한 정식조사였다면 설문 문항의 설계에서부터 대상자의 표집, 결과 해석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정도의 전문성이 동반되었을 것이다.
오해의 여지가 큰 문항으로 온라인 기반의 약식조사를 실시하고 이를 1면 톱 기사로 선정적으로 보도한 해당 언론사나 이를 보고 과잉 해석하여 진노한 대통령 모두 교사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다. 마치도 교사들이 역사를 왜곡하여 가르쳤다는 인식을 국민들에게 심어주지 못해 안달인 형국이니 말이다. 그렇게 걱정이 된다면 다시 한 번 물어 보라. '6·25 전쟁은 누가 일으켰다고 생각하십니까? 1) 북한, 2) 남한' 이렇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