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학생비만, 게임중독, 잠자는 교실…. 요즘 학교와 학생의 모습들이다. 이 모든 문제들을 한방에 날려버린 학교가 있다. 그리고 그 특별한 방법이 있다. 바로 합포고등학교의 '학교스포츠클럽교내리그전'이다.
합포고등학교는 점심시간, 저녁시간이 되면 활력이 넘친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운동장이나 강당에 모여 경기를 직접 하거나 응원하며 신나게 보낸다. 물론 자기 반의 경기가 있는 당일이면 오전부터 자발적으로 선수 뽑으랴 작전을 세우느라 바쁘다.
담임선생님께서도 관심을 갖고 자기 반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같이 응원을 한다. 승패도 중요하지만 한 번의 승패에 아이들이 지나치게 몰입하지 않는다. 자기 반을 제외한 모든 반과 경기를 해야 하는 승점제 즉 리그전이기 때문이다. 1학년에서 3학년이 모두 참여한다. 2학기에는 3학년은 입시 관계로 불참한다.
리그에 참여중인 아이들을 만났다.
"여학생들은 사실 스포츠에 대해 관심이 많이 없어요. 해서 경기 규칙도 모르고 스포츠맨십도 몰랐어요. 그런데 교내 리그로 피구와 배드민턴을 하며 스트레스도 많이 해소되구요. 연습하고 응원하고 직접 경기를 뛰며 친구들의 새로운 면을 봐서 좋아요. 후배들도 많이 알게 되어 좋구요.""반의 모든 학생이 어떤 형태든 참여하게 되니 협동심이 좋아졌어요. 이기는 경우 환호와 지는 경우 아쉬움이 크지만 이 모든 감정을 공유하는 하나가 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반 분위기가 좋아졌어요. 그리고 저는 학생회 간부인데 경기 규칙이나 심판진 등 세세한 내용을 결정할 때 학생회와 간부들이 함께하기 때문에 우리들의 축제 같아요.""전에는 쉬는 시간이나 식사 시간이 무료했어요. 대부분이 잡담이나 잠을 잤죠. 하지만 리그가 시작되고 나서는 연습을 하고 승리를 위한 목표의식이 생기며 열심히 하게 되더라구요. 더군다나 저는 3학년 인데 체력도 강해지는 것 같아 상당히 만족합니다."교내리그의 프로그램을 소개하자면 모든 학년을 남학생 팀과 여학생 팀으로 각각 짜서 반별 대항 리그를 하는 것이다. 남학생 종목은 축구, 배드민턴, 농구이고 여학생 종목은 피구, 배드민턴이다. 학년 구별 없이 대전하게 된다.
매주 월요일 오전에 그 주 일정표가 공개되고 아이들은 체크하여 준비한다. 반별로 팀이 되는데 두 개의 반이 섞이기도 한다. 모든 학생의 고른 참여를 위해 1인 1종목 참여를 원칙으로 하고 두 가지 종목에 중복 출전할 수 없다.
교내리그를 총 기획하고 진행 중인 허현도 선생님을 만났다. 리그를 기획하게 된 계기와 고충에 대해 물었다.
"제가 체육선생님인 지라 성장하는 아이들이 운동량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계속 해왔습니다. 물론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공부를 잘해야 하지만 결국 학습도 기초체력이 뒷받침이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사춘기의 이 끓어오르는 에너지를 운동을 통해 땀으로 배출해야만 더욱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거든요. 저는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라고 노력했을 뿐입니다. 그리고 저 혼자 한 것이 아니예요. 학생회 간부들과 각 반 반장, 체육부장들과 함께 모여 규정을 제정하고 학생심판위원을 구성하여 아이들과 함께 운영했어요. 저는 단지 아이들이 놀 수 있게 자리를 마련 한 것뿐이죠." 고충에 대해 물었다.
"리그가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는 좀 더 규모가 커졌어요. 종목이 다양해졌죠. 그리고 작년에는 사실 1인 2종목 출전도 있었습니다. 운동 잘하는 아이들만 참여한 경우도 묵인했다는 말이죠. 하지만 올해엔 이러한 부분을 철저히 감독하며 1인 1종목 출전에 더욱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운동을 좋아하는 몇몇 아이들만의 축제가 아닌 못하는 아이들도 고루 참여하여 함께 즐기는 거거든요. 헌데 이렇게 진행하다보니 억지로 참여하는 아이들이 생기게 되고 상대팀이 강하면 미리 기권을 하는 사례가 몇 차례 있었어요. 이것은 스포츠맨십이 아니거든요. 긴급히 학생회와 반대표 학생들을 소집했고 앞으로 이런 사례가 있으면 전 경기 몰수패를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기기 위한 경기가 아니라 즐기기 위한 경기인데 아직 정착이 된 것 같진 않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작년 보다는 올해가 낫고 내년은 더욱 나아질 것이라는 점입니다." 인터뷰 하는 선생님의 표정이 참 밝았다. 2년간 교내 리그를 지켜봐 왔다. 그 전에 비해 아이들이 바빠졌다. 땀을 많이 흘리게 되었고 활기가 생겼다. 여학생들도 을이 아니라 갑의 위치가 되어 같이 즐기게 되었다. 우리 팀 경기가 없어도 다른 팀들을 응원하며 모두가 신나한다. 실제로 리그가 시작되고 나서 학교폭력이나 부적응 학생 수가 많이 줄었다. 덧붙여 아이들의 학교 만족도가 좋아졌다. 학교의 또 다른 의미가 생긴 것이다.
어찌 보면 노는 것일 수도 있지만 아이들은 놀면서 협동심과 자신의 재능, 친구들의 장점 등을 발견하며 생활하고 있다. 배우는지 모르고 배우는 것이 참 배움이라고 했다. 합포고 학생들은 고교 시절의 추억과 선생님과의 즐거운 대화, 친구들과의 협동심, 친구에 대한 소중함 등을 배우는지 모르고 배우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배움을 성인이 되어서 깨달았을 때 학창 시절을 생각하며 조용히 웃음 짓지 않을까? 오늘도 합포고등학교의 점심 저녁 시간은 응원소리와 함성으로 시끄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