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정부가 한국에서 수입한 최루탄으로 민주화 시위를 싹쓸이했다. 터키 노동자들은 "최루탄을 수출한 도의적 법적 책임을 지라"며 강력히 항의하고 나섰다. 국제사회는 터키정부에 항의하는 국제행동을 결의했으며, 영국 교원노조 한 간부는 최루탄 제조업체인 '대공화공'에 항의서한을 보냈다.
지난 주말 터키 정부가 탁심 광장에서 시위 시민들을 몰아내기 위해 대량의 최루탄을 퍼부었는데, 그 최루탄이 한국에서 수출된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한국에까지 항의가 잇따르고 있다. 그 최루탄은 DK-500이라는 모델이며 이를 터키에 수출한 기업은 한국의 'D화공'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최루탄이 퍼붓던 현장을 취재한 미국 종군기자 리차드 앵글은 "광장은 현재 최루탄 가스로 가득 차, (멀리 떨어진) 이곳에서도 마스크 없이 숨 쉬기가 어려운 상태"라고 상황을 전하며 "시위가 평화롭게 시작됐는데도 경찰이 이렇게까지 나오는 것이 놀랍다"고 보도했다. 또 이에 앞서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경찰이 최루가스를 얼굴에 대고 정면으로 쏴서 교수 한 명과 그의 학생 중 한 명이 실명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직접 터키시위에도 참여했던 한 영국인은 영국 교원노조의 주요 간부 자격으로 한국의 D화공에 메일 서한을 보내 "5명이나 죽었다. 도의적 책임을 느껴라"라고 비난하고 "(터키의)노조 활동가들은 시위대의 시망과 지속적인 부상에 대해 (한국의 수출업체가)도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법적 책임을 지게 될 수도 있다"고 항의했다.
터키 현지에서는 한국이 수출한 최루탄 파편 사진이 SNS 상에 돌고 "한국에서 터키로 최루탄 수입을 막도록 한국말 하는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트윗이 회자되는 등 터키에서 폭력진압에 쓰이는 최루탄 수출국으로 한국이 오명을 떨치고 있다.
현재 터키 민중은 평화적인 시위에 대한 정부의 지나친 강경진압으로 더욱 자극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대해 독일과 미국 등 서방 국가들도 이미 공식적으로 우려를 표명한 바 있으며,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역시 지난 18일 성명을 통해 터키 정부에 대해 강경진압을 자제해줄 것을 당부했다.
'최루탄 수출국' 오명... "최루탄 생산과 수출 중단해야" 터키 상황 관련해 국제노총(ITUC)은 ILO총회에 참가 중인 각국 대표단에게 오는 21일과 22일 터키 정부의 폭력진압에 항의하는 국제공동행동을 제안했다. 이에 민주노총도 같은 날 터키 대사관에 항의서한을 전달할 예정이다.
항의서한에서 민주노총은 "한국 기업이 수출한 최루탄 등 진압장비가 터키 등 해외에서 시민들의 민주적 권리를 억압하는 수단으로 남용되고 있으며, 이는 언제고 상황 여하에 따라 한국 시민들이나 노동자들을 향할 수 있음을 우려한다"는 입장을 전한다.
또 최루탄 제조사인 D화공에 대해서도 "반민주적 정치억압을 위한 시위 진압장비 생산은 고용문제를 고려해 점차 축소하고, 특히 국내에서는 더 이상 사용하지 않기로 한 최루탄의 생산과 수출 모두 조속히 중단할 것"을 촉구할 예정이다.
최루탄 생산업은 군부독재 시절인 1980년대 한때 호황을 누리기도 했다. 당시 최대 최루탄업체였던 '삼영화학'의 한영자 사장은 소득세 납부 실적 1위를 기록할 정도였다. 그러나 6공화국 시절 삼영화학은 시민단체들의 항의로 최루탄 생산을 중단하고 합성세제 제조업체로 변신했다.
그후 1999년 김대중 정부는 "최루탄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식 천명했으며, 이에 앞서 경찰도 최루탄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5공화국 당시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최루탄 제조업체들 대부분이 문을 닫았으며, 현재는 D화공이 유일하다.
2001년 설립된 D화공은 불꽃놀이, 화약류, 기공식 전문업체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해외에는 최루탄 등 시위진압 장비 생산업체임을 홍보하고 있으며, 나이지리아, 말레이시아, 이스라엘 등에도 최루탄을 수출했다고 밝히고 있다.
D화공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에 "1년 전쯤 터키에 최루탄을 수출한 적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합법적으로 허가를 받아서 다른 업체를 통해 수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덧붙이는 글 | * 글쓴이는 민주노총 부대변인입니다.
* 이 기사는 민주노총 신문 온라인 <노동과세계>에도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