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진입차단 조치 79일째, 정부의 완전귀환 조치 49일째를 맞은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기계설비 관리 인력의 방북을 승인해달라고 요청하면서, 그렇지 않을 경우 '중대 결단'을 하겠다고 예고했다.
123개 개성공단 입주기업 중 46개 기계·전자부품·소재 기업인들은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계설비 관련 인력의 방북을 즉시 승인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호소문을 통해 "앞으로 개성공단 중단사태의 장기화와 장마철의 높은 습도 및 누수까지 겹치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향후 개성공단이 정상화 된다 해도 개성공단 투자 기업인들은 기존 생산설비 및 계측기들의 부식으로 인해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할 수 없다"면서 ▲북한 당국은 단절된 통신선을 즉시 복구하고 기계설비 관련 인력의 방북을 즉시 승인할 것 ▲ 북한 당국은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실무회담을 우선 재개할 것 ▲ 정부는 군통신선이 복원되는 대로 기계설비 관리 인력의 방북을 승인하고 방북 명단을 북측에 접수해 줄 것 등을 요청했다.
이들은 "우리 정부와 북한 당국이 중단 7월 3일까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이후 개성공단이 정상화 된다 해도 기계·전자·부품·소재 기업인들은 고가의 기계 및 장비를 폐기처분하고 재설비를 해야하는 후폭풍을 맞을 수밖에 없다"며 "우리 정부와 북한 당국이 개성공단 정상화 의지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고 중대 결단을 하겠다"고 예고했다.
북한이 개성공단 진입을 차단한 건 지난 4월 3일. 다음달 3일이면 개성공단 파행이 시작된 지 3개월이 된다. 기자회견에 나선 유동옥 대아연료펌프 회장은 "제조업에서 설비를 3개월 놀린다는 것은 굉장히 심각한 사태"라고 강조했고 김학권 재영솔루텍 회장은 "지금도 장비 부식이 진행되고 있다. 그런 걸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기계 정비를 할 수 있는 소수의 인력이라도 방북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중대 결단'의 내용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김 회장은 "개성공단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결단"이라고 했다. 기자회견에 앞서 열린 기업인들의 회의에서는 '이젠 그냥 폐업신고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개성공단 입주기업협회의 한 관계자는 "남북당국회담이 열리리라는 기대감이 높았지만 한 순간에 그 기대가 무너지면서, 오히려 회담 제의 이전보다 입주기업들의 실망이 크다"며 "지금 상황에선 폐업신고 얘기가 나오는 것도 말릴 수 없고, 오히려 정부가 그렇게 해주길 바라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고 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