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청소년 특별면 '너아니'에 실렸습니다. '너아니'는 청소년의 글을 가감없이 싣습니다. [편집자말] |
고등학교 1학년 미치루에게 어느 날, 백수 외삼촌이 '100km 걷기 대회'에 참가해보지 않겠느냐고 꼬드긴다. 대회는 마라톤도 아닌 30시간 동안 100km 걷기. 1등도 꼴찌도 없이 완주만 하면 된단다. 대회 소개 전단지를 보니'감격', '감사', '감동' 투성이다. "삼촌, 혹시 이상한 종교에 빠진 거 아냐" 미치루는 무슨 황당한 일인가 싶어 단번에 거절한다.
한편 얼마 후 갑자기 엄마가 교통사고를 당하고, 급기야 걸을 수 없게 된다. 씩씩한 여장부 엄마는 재활치료마저 거부하는데….
여름방학이 되자 미치루는 한 통의 편지를 받는다. 100km 대회 참가자 공지문이다. 외삼촌이 벌써 신청한 것이다. 미치루는 결국 '도중에 기권해야지' 하는 심정으로 걷기 시작한다.
친구와 거제도 걷기 여행을 한 적이 있다. 그렇게 걸을 때면 살면서 느끼는 소소한 감정, 감사, 감격, 행복을 다시금 생각해보고 깨닫게 된다. 힘들 때 얼음물을 주시는 할머니, 산을 먼저 오른 친구가 "수고했다" 말해주는 그 조그마한 배려…….
"사실, 몇 번이나 기권하려 했었다. 신기하게도 그때마다 누군가가, 아니 무언가가 나를 끊임없이 움직이게 했다. 나의 등을 밀어주었고, 나의 손을 잡아끌며 같이 걸어주었다. 그 덕분에 나는 지금도 이렇게 걷고 있는 것이다."(124쪽)우리 사회가 이 모양이라지만, 우리가 사람을 두고 아무리 나쁘다 어떻다 말하지만, 그래도 세상이 굴러가는 힘은 결국 이런 '마음'이 아닐까. 나는 사람을 움직이는 힘은 결국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것, 남이 아픈 것을 슬퍼해주는 '정'이라고 확신한다.
미치루가 빠른 속도로 한 시간을 걸었다. 그런데 지도를 보니 겨우 2km. 충격에 빠진다. 절망하며 포기하려는데 옆에 있는 소년이 말한다.
"이 지도가 잘못됐어. 확실해!" "나는 이 지도보다는 나의 감각을 믿어."(111쪽)내가 나를 믿는다는 것, 중요한 줄 알지만 쉽지 않다. 자존감, 자신감을 키워준다는 리더십 캠프보다 어쩌면 이런 책 한 권이 그 길을 보여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남들 눈 때문에, 남들이 해주는 칭찬이나 비난 때문에 상처받은 날들, '왜 그랬지' 머리를 잡고 비비게 되는 순간이 이 책을 읽으며 내겐 있었으니까. 기준을 자꾸만 남들에게 두면서 옷차림을 비교하고, 외모에 신경 쓰고, 그렇게 힘과 시간을 허비하고…….
분명히 눈에 보이는 것도 중요하다. 몸매가 좋다면 입사에 조금 더 유리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나 자신(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내가 어떤 실력을 갖추고 있는지) 아닌가. 기준을 나에게 두고 내 생각에 분명 옳은 길이라면 굳건히 나아가야 할 것이다.
아, 드디어 미치루가 결승점에 도착했다. 결승점에서 누군가가 미치루를 부른다. 휠체어를 탄 엄마. "정말 장하다, 장해!" 항상 자신이 열등하다고 생각하는, 매일같이 엄마에게 잔소리를 듣던 미치루에게 엄마가 처음으로 칭찬을 해주었다.
"언젠가 '나는 나를 믿어, 하고 말할 수 있는 날이 올 거야."(160쪽)이후 엄마는 재활치료를 받고 걸을 수 있게 된다. 미치루는 더 최선을 다하는 당당한 아이가 됐다. 해피엔딩!
미치루와 함게 100km를 걸으면서 마치 인생을 걷는 것 같았다. 힘든 시기도 있고, 비가 오면 절망하고 주저앉아 울 때도 있을 테지만, 어떠한 식으로든 해낼 거라는 다짐으로 기어이 완주하는 것. 주위 사람들의 격려를받으며 나 또한 격려를 주는 것. 안내지에는 '걸으면서' 감사, 감격, 감동을 느껴보라고 했다.
참 흔한 말일지 모르지만 우리는 가끔 행복이나 감격을 너무 최상위의 감정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결국 우리 삶 안에, 그 과정 안에, 소소한 곳에 행복과 감정이 숨어 있는 것 같다. 나도 잠자코 생각해 보니 친구와 걸었던 추억, 함께 갔던 여행, 나무에 올라가 노래를 부르던 시간, 그 모든 것이 행복이다!
덧붙이는 글 | 류옥하다 기자는 열여섯 살 학생기자입니다.
이 글은 월간[라이브러리&리브로]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