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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로자전거 가은역 기점으로 가는 길에 다시 수상자전거 체험장을 지난다. 아이들이 너무 신나게 놀고 있는 모습에 나도 잠시 넋을 잃고 쳐다본다. 부럽다. 역시 여름에는 물놀이가 최고인 것 같다. 조만간 연우랑 문경에 오면 같이 이곳에 와야겠다.

문경철로자전거 문경시
문경철로자전거문경시 ⓒ 김수종

철로자전거 가은역 기점은 사실 현재의 가은역보다는 좀 더 앞에 있다. 대략 300m는 앞에 있는데, 왜 그런지는 잘 모르지만, 단선인 철로를 이용한 것이라 회전을 하고 자전거를 돌리는 문제와 외부의 손님들이 많이 왔을 때 대기하고 쉬는 공간의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문경철로자전거 문경시
문경철로자전거문경시 ⓒ 김수종

아무튼 나는 길을 따라서 걷는다. 길옆 조금은 시끄럽다. 밭고랑에 파를 심고 계시는 아주머니 한 분을 발견한다.

씨를 뿌려서 조금 자란 파를 잘 크도록 간격을 넉넉히 하여 다시 심는 것을 '정식'이라고 하는데, 이 작업을 하고 있는 듯했다. 작은 파를 하나하나 심는 것을 처음 보아서 약간은 신기했지만, 도로 바로 옆이라 '먼지투성이인데, 나중에 정말 먹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파 심는 아주머니 정식 작업 중이다
파 심는 아주머니정식 작업 중이다 ⓒ 김수종

그래도 작은 쪽파를 사다가 다시 밭에 심으면 큰 파가 된다는 사실은 좋은 공부가 되었다. 나중에 나도 집에서 한번 해봐야겠다. 파 심는 아주머니에게 하나를 배운 나는 좀 더 길을 가다가 뽕나무 3그루를 발견했다.

강가에 그냥 자라고 있는 주인 없는 뽕나무인데, 오디가 제철이라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오디를 따서 먹었다. 어제도 문경향교 인근에서 오디를 왕창 먹었는데, 오늘도 오디를 엄청나게 먹는다.

오디 가은읍
오디가은읍 ⓒ 김수종

강장제로 알려져 있는 오디는 간장과 신장의 기능을 좋게 한다. 갈증을 해소하고 관절을 부드럽게 하며 알코올을 분해하고 마음을 편안하게 하여 불면증과 건망증에도 효과가 있어 여름에 먹으면 특히 좋다. 내가 오디를 무척 좋아하는 이유는 특별히 달지 않는 은은함이 마음에 들어서다. 천천히 은은하게 다가오는 사랑이 좋듯 말이다.

오디를 먹고는 작은 철교를 건너 철로자전거 가은 기점에 도달한다. 오후 5시가 다 되어 사람도 거의 없고 조용하기만 하다. 가은에서 진남역까지 왕복을 하는 철로자전거는 편도로 운행을 하는 관계로 1시간 정도씩 기다려야 한다.

문경철로자전거 문경시
문경철로자전거문경시 ⓒ 김수종

자전거가 갔다가 다시 오는 시간이 대략 한 시간 정도는 걸리는가 보다. 예전에 가족과 같이 탄 적이 있는데, 생각보다는 재미도 있고 여름에는 시원함도 좋았다. 조만간 한번 타는 것으로 하고 오늘은 구경만 하고 간다.

문경철로자전거 문경읍
문경철로자전거문경읍 ⓒ 김수종

이제 서울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되었다. 잠시 막걸리 한잔을 하고서 서울 가는 버스를 타려고 한다. 어제 숙박을 하려고 했던 여관 앞에 있는 양조장 쪽으로 길을 잡아 이제는 영업을 하지 않는 양조장 건물을 구경했다.

가은양조장 가은읍
가은양조장가은읍 ⓒ 김수종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것으로 보이는 건물은 건축 당시에는 상당했을 것처럼 보인다. 특히 이층 창문이 운치 있고 멋스럽다.

'요즘은 지방의 양조장도 인구가 줄어 장사가 안 되어 문을 닫았구나! 건물은 다른 용도로 활용이 되면 좋을 것 같은데, 무슨 수가 있을 것 같다.'

양조장까지 둘러본 나는 이웃한 슈퍼로 가서 문경 특산품인 '오미자 동동주'를 한 병 사서 좀 마셨다. 배도 고프고 피곤하여 막걸리 한 잔으로 속을 달래기 위해서다. 오미자까지 들어간 막걸리는 정말 시원하고 맛있다. 한잔을 하고는 가은터미널로 버스를 타기 위해 갔다.

문경시 오미자막걸리
문경시오미자막걸리 ⓒ 김수종

시간은 5시 30분이고, 서울 가는 버스는 6시 30분이란다. 미리 표를 사고서 잠시 읍내를 더 돌아보려고 있더니, 이런 "현금으로만 표를 구매할 수 있다"고 한다. 요즘 같은 시대에 카드가 안 되는 곳이 아직도 있다니. 당장 서울 가는 차표를 살 현금이 없는 나는 어쩔 수 없이 주머니의 현금을 전부 털어서 점촌 시내로 가는 버스를 탔다.

읍내 구경 좀 하고 저녁을 먹고 서울로 가려고 했는데, 잔돈이 없어서 그냥 점촌으로 간 것이다. 버스는 30분을 달렸고 나는 점촌터미널에서 간단하게 분식으로 식사를 하고는 6시 20분 버스를 타고 서울로 향했다.

가은읍은 정말 재미난 곳이다. 읍 소재지인데도 여관이 없고, 버스터미널은 현금 거래만 한다. 놀랍기도 했지만, 이런 구식이 나는 좋다. 조만간 또 한번 가은읍에 가야겠다. 천천히 돌아가는 시계를 발견한 듯하여 이번 문경 여행은 더욱 즐거웠다.

덧붙이는 글 | 6월 9일 문경시 가은읍을 걷다



#문경시 #가은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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榴林 김수종입니다. 사람 이야기를 주로 쓰고 있으며, 간혹 독후감(서평), 여행기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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