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시사·교양 프로그램 <시사매거진 2580>이 보도할 예정이었던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 관련 기사가 갑자기 방송되지 않아 파문이 일고 있다.
당초 MBC는 지난 23일 오후 방송된 <시사매거진 2580>에서 '검은 먼지의 공포', '조합도 모르는 재건축', '국정원에서 무슨 일이' 등 총 3개의 기사를 보도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하지만 당일 방송에서는 국정원 관련 기사가 통편집됐다. 원래 40여 분 동안 방송되는 프로그램이지만, 이 날은 시작한 지 20여 분 만에 끝났다.
'국정원에 무슨 일이' 기사에서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서울경찰청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 검찰의 수사결과 내용, 국정원과 원 전 원장의 반론, 이를 둘러싼 여야의 논쟁 등을 다룰 예정이었다.
"심원택 부장, '검찰, 정치적 의도 가지고 국정원 사건 편파 수사'"해당 프로그램 취재·카메라 기자들은 심원택 시사제작2부장이 해당 아이템의 방송을 막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24일 오전 성명서를 통해 "심원택 부장이 '국정원에서 무슨 일이' 기사 방송을 막았다"며 "그에게 방송 파행의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성명서에 따르면, 국정원 사건 기사 초안은 21일 새벽에 송고됐다. 이를 검토한 심 부장은 <시사매거진 2580> 데스크를 불러 다음과 같이 전했다고 취재진들은 증언했다.
"이번 사건의 본질은 전·현직 국정원 직원과 민주당이 결탁한 더러운 정치공작이다. 기자의 시각과 멘트로 이 부분을 명확히 지적해야 한다. 검찰 수사도 믿을 수 없다. 편향된 검찰이 정치적 의도로 편파 수사를 했으니 그 점을 기자의 시각으로 지적해야 한다." 프로그램의 데스크는 "정치적으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사안에서 기자가 주관적으로 멘트를 추가하는 것은 위험하다", "기사에 이미 여야의 인터뷰로 양측 주장이 균형 있게 담겨 있다"고 항의했다. 심 부장은 '경찰의 수사 은폐와 조작', '원 전 원장의 간부회의 지시 내용' 부분을 삭제해 13분짜리 기사를 6분짜리로 줄여 제작하라고 요구했다. 데스크는 여러 차례 기사를 수정해 기사를 다시 제출했지만, 심 부장은 "방송할 수 없다"는 의견을 고수했다.
양쪽의 갈등이 계속되자 시사제작국장 등이 나서 일부 표현을 바꾸고 기사 분량을 줄인 중재안을 냈지만, 심 부장은 경찰의 증거 은폐 관련 검찰 수사결과 발표 부분을 아예 삭제해야 한다고 요구하며 중재안을 거부했다.
기자들은 "'사건의 본질인 민주당 정치공작을 기사의 맨 위로 올리라'는 요구에 따라 기사의 순서를 바꿨고, 서울경찰청의 증거 은폐 과정이 담긴 녹취록과 원 전 원장 지시발언 내용을 대폭 줄였다"며 "검찰 수사결과 발표문을 그대로 인용한 '은폐', '조작', '허위'라는 표현이 모두 삭제된 중재안까지도 데스크는 받아들였지만, 심 부장은 이마저도 거부했다"이라고 힐난했다.
2580 기자들 "편향적 주관으로 마찰 빚어와... 함께 일할 수 없다"이들은 "심 부장은 국정원 사건 관련 기사 아이템이 처음 제출된 4주 전부터 '정치적으로 민감하다'는 이유로 취재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며 "정작 기사가 작성되자 도리어 자신이 편향된 주장을 강요했다"고 덧붙였다.
심 부장은 이전에도 MBC 내부에서 정치적 편향성이 지나치다는 지적을 받았다고 취재진들은 전했다. "지난 2012년 10월 영화 <유신의 추억>을 다루는 보도에서 인혁당 사건 피해자 유족의 인터뷰를 빼 내부 기자들의 반발을 샀고, 같은 해 8월에도 안철수 당시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관련 아이템의 취재 중단을 통보했다"는 것이다.
기자들은 "심 부장은 이미 여러 차례 상식 밖의 폭언과 독선, 극히 편향적인 주관으로 기사를 왜곡해 데스크·기자들과 마찰을 빚어 왔다"며 "우리는 심 부장과 함께 일할 수 없다, 비상식과 독선으로 회사의 지휘계통을 무시한 심 부장을 반드시 교체해 줄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오마이뉴스>는 24일 오후 1시 15분 현재 심 부장의 반론을 얻고자 전화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