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수정 : 25일 오전 11시 50분]국가정보원의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에 대한 청와대의 공식적인 입장은 "특별한 반응이 없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하지만 극도로 말을 아끼는 중에서도 청와대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는 남재준 국정원장의 단독 결정이라는 점만큼은 강조하고 있다. 국정원의 사전 보고도 사후 보고도 없었다는 게 청와대의 공식 해명이다. 국정원이 24일 오전 기습작전을 펼치듯 '2급 비밀'이었던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일반 문서로 재분류한 후 오후에 바로 여당 정보위원들에게 공개한 것에 청와대의 입김은 없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국정원이 지난 20일 여당 정보위원들에게 정상회담 회담록 발췌본을 열람하게 했을 때부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당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청와대가 허락하고 말고 할 문제가 아니다, 공개에 관한 책임도 국정원에서 질 것"(고위 관계자)이라고 했었다.
하지만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 공개될 경우 남북관계 및 외교관계에 미칠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대통령 직속 기관인 국정원의 결정을 청와대가 사전에 몰랐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남재준 원장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전 보고도 하지 않은 채 단독으로 행동했다는 청와대의 해명도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여당 내에서도 야당의 반발이 불 보듯 뻔하고 남북관계 경색을 가져올 정상회담 회의록 공개에는 청와대와 사전 교감이나 재가, 최소한 의도적 묵인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상회담 당시 준비위원장이자 청와대 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 의원은 24일 자신의 트위터에 "국정원이 불법으로 불법을 덮으려고 한다. 대통령 직속기관인 국정원이 청와대의 지시나 허락 없이 했을까요. 그렇다면 국정원장은 해임감"이라며 "국정원 선거 개입 사건의 국정조사를 피하려고 국익을 내팽개치는 박근혜 정부의 모습이 참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청와대는 사전 교감설이 전방위적으로 제기되는 것에 대해서는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25일 기자들과 만나 "(정상회담 회의록 공개에 대해서는) 특별히 아는 바가 없다"며 국정원과 청와대의 사전 교감설에 대해 부인했다.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공개함으로써 남북관계에 파장을 넘어서 향후 외교적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오는 27일로 예정된 박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 및 한중정상회담 이슈를 방패막이 삼아 정상회담 회의록 공개 파문으로부터 거리 두기를 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이날 오후 주철기 외교안보수석이 방중 일정 관련 브리핑을 예고해 놓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의 의도적인 모르쇠와 거리 두기가 계속될수록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의 기밀 해제와 공개에는 박 대통령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심 또한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