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국가정보원 불법 정치·선거개입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를 실시하기로 합의한 가운데, '국정원 규탄 민주주의 수호 촛불문화제'가 5일째 이어졌다. 국회에서 국정조사 합의 소식이 전해지면서 집회 열기가 다소 사그라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오후 7시부터 서울 청계광장 인근 파이낸셜센터 앞에서 시작된 문화제에는 시민 200여 명이 모여 촛불을 들었다.
문화제에 참여한 시민들은 국정조사가 실시된다는 것에 안도하면서도 제대로 실시될 수 있을 것인가에 의문을 제기했다. 경기대학교 학생 최영순씨는 "국정조사를 실시한다는 것은 다행이지만 그 합의가 제대로 지켜질지는 의문"이라며 "새누리당은 쌍용자동차 사태에 대해서도 국정조사를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았다, 제대로 된 국정조사가 이뤄질 때까지 촛불을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언론에 공개된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과 관련한 다양한 의견도 제기됐다. 이틀째 문화제에 참여하고 있다는 김정희(30·서울)씨는 "회의록 전문을 봐도 노무현 대통령이 NLL을 포기한다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NLL을 지키면서 평화를 위해 노력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국정원의 'NLL 물타기'는 곧 실패로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제 참가자들은 철저한 국정조사 실시와 함께 박근혜 대통령의 직접 사과도 촉구했다. 이들은 "국정원 선거개입, 민주주의 파괴 규탄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서 책임져라"는 구호를 외쳤다. 또한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공개하면서 물타기를 시도한 배경에도 누가 있는지 명명백백 밝혀야 한다"며 "국정원이 독단적으로 회의록을 공개했다는 것은 믿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문화제에 앞서 같은 장소에서는 '국정원 선거개입 기독교 공동대책위원회'의 발족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들은 "은폐되고 축소된 국정원의 선거개입 사실이 온 천하에 드러났다"며 "국정원의 선거개입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유린하는 중대 범죄"라고 비판했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 앞에 사죄하며 재발 방지를 약속해야 한다"며 "국정원 사건을 악용하거나 정략적으로 활용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문화제 장소 주변에 12개 중대 1000여 명의 병력을 배치했다. 경찰은 촛불문화제를 불법집회로 규정하고 오후 8시 45분까지 모두 네 차례의 해산 명령을 내렸다. 그 사이 문화제 참가자는 300여 명까지 늘어났고, 문화제는 오후 9시경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