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형제들에게 총부리를 대지 말라."경남 산청 간디학교(간디고등학교) 학생들이 국가정보원의 대통령 선거 개입 의혹 수사결과를 본 뒤 만든 선전물의 제목이다. 간디학교 학생회는 오는 29일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20여 명의 학생들은 서울에서 열리는 집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간디학교 학생회는 지난 24일 학생총회를 열고,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기로 결의했다. 국가정보원의 대선·정치개입 사건을 규탄하는 촛불집회와 시국선언이 대학가와 종교계, 시민사회, 야당 등에서 이어지고 있는 속에 고등학생들이 시국선언하기는 처음이다.
간디학교 학생회는 학생총회를 열기에 앞서 선전물을 배포했다. 4·19 당시 교복을 입고 시위에 나섰던 학생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담은 선전물이다.
선전물 속에는 "1960년 4월 19일 거리로 쏟아져 나온 초등학생들이 외쳤다. '부모형제들에게 총부리를 대지 말라'"라며 "4·19혁명 당시 거리에는 대학생보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더 많이 있었다고 한다. 4·19혁명이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린 것들이 특정 세력에 선동당해 난동을 피운 '사태'입니까? 경찰의 무자비한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용감하게 저항하여 이뤄낸 '혁명'입니까?"라고 설명해 놓았다.
이어 "국가정보기관이 선거에 개입하고 대통령이 통계자료를 조작하는 등, 사진 속 저들이 피 흘려 일구어낸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습니다"며 "같이 이야기 합시다. 그리고 같이 행동합시다"라고 선전물에서는 덧붙여 놓았다.
간디학교는 대안학교로 제천과 금산에도 있다. 간디학교 학생회는 다른 지역의 대안학교에도 시국선언 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해 논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간디학교 관계자는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 결과가 나온 뒤 학생들이 총회를 열었는데, 내용을 잘 모르는 학생들을 위해 선전물을 만든 것 같다"면서 "학생총회는 전체 학생 가운데 거의 대부분이 참석해 성사되었고, 시국선언하기로 결의를 했다"고 밝혔다.
간디학교 학생회 서정한 부회장은 26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시국선언은 오는 29일 서울에 가서 할 예정이고, 다른 학교와 연대하기 위해 연락을 하고 있다"며 "처음에는 친구들끼리 밥을 먹다가 정치적인 이야기를 하면서 나왔고, 행동하면 좋겠다는 제안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처음에는 일부가 논의를 하다가 학생총회를 열어 전체가 하는 게 좋겠다고 해서, 그날 임시 학생총회가 열렸고, 회의는 밤늦게까지 열렸다"며 "총회에서는 시국선언을 하는데 대해 반대라기보다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전체 학생들이 공유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차원이었고, 논의 끝에 안건이 통과됐다"라고 덧붙였다.
서정한 부회장은 "시국선언문에 국정원 사태에 대한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할 것"이라며 "국정원은 대통령의 직속기관으로 지속적으로 정치개입을 해왔는데, 파행이 벌어질 때마다 원장이 바뀌면 그만이었기에 이번에는 대통령이 확실하게 예방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