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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왜 이렇게 빨리 돌아가는 거야? 이럴 땐 잠깐 내렸다가 다시 타고 싶다. 도대체 이게 어느 방향으로 어떻게 돌아가는지 좀 살펴보고 타야 가늠을 할 게 아니야."

정국이 요동칠 때, 현업 기자들이 자주 하는 농담입니다. 그런데, 여러분, 지금 심정이 어떠십니까. 국정원 정치·선거개입 의혹 사건에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NLL파문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상황을 보면, 정말 이 농담이 제격이라는 생각 안 드십니까.

솔직히 기자들도 시시각각 변화하는 뉴스의 흐름을 따라잡는 게 버거워서 어떤 때는 헷갈리는 게 사실입니다. 이 사건, 등장인물이 너무 많고, 관련된 기관들도 여럿이며, 사실관계가 엇갈릴 때도 있고, 드러난 사실에 대한 해석도 달리하는 경우가 많아서 과연 이 사건의 전후맥락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어지러운 게 사실입니다.

사실 기자들이 이 사건을 보도하면서 정말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맥락'이라고 말합니다. 국민들이 이 사건의 맥락을 놓치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저희 같은 기자들이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는 판단이 잘 안 됩니다. 

역삼동 오피스텔 국정원 댓글 직원 사건... 그땐 몰랐던 일들

 지난해 12월 11일 오후 불법선거운동 의혹을 받고 있는 서울 역삼동의 한 오피스텔에서 권은희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이 수차례 벨을 누르며 문을 열어 줄 것을 요청하고 있으나, 국정원 여직원이 문을 잠근 채 버티고 있다.
지난해 12월 11일 오후 불법선거운동 의혹을 받고 있는 서울 역삼동의 한 오피스텔에서 권은희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이 수차례 벨을 누르며 문을 열어 줄 것을 요청하고 있으나, 국정원 여직원이 문을 잠근 채 버티고 있다. ⓒ 권우성

여하간, 저는 지난해 12월 11일 서울 역삼동 오피스텔 사건이 터졌을 때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영등포 연설을 듣고 있었습니다. 그는 "국민행복시대를 만들겠다"고 외치고 있었죠. 유세장에서는 "목동 모이세요" 등의 피켓을 든 아주머니들을 목격했지만 "그들은 늘 동원조직이 있는데, 뭐…" 하고 넘겼습니다.

고백하자면, 그때까지만 해도 저는 '국정원 댓글 직원 사건'은 당시 새누리당이 벌였던 수많은 부정선거행위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동네 주민들에게 나눠주는 선대위 임명장이 수두룩했던 불법 선거사무실·편의제공·SNS 불법 선거운동 등 수많은 것들 가운데 일부일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지요.

그런데 6개월여 검찰 수사가 진행된 지금 당시를 복기해보면, 새누리당은 이명박 정부 국정원과 경찰 등 여러 정보라인을 동원해 각 지점마다 플랫폼을 두고 방사형으로 선거조직을 운영했던 것이 아닌가 의심하게 됩니다.

국정원은 국정원대로, 경찰은 경찰대로, 그리고 새누리당은 새누리당대로 '이명박근혜 정권'이 한몸이 돼 재집권을 위해 필요하면 뭐든 동원했던 것은 아닌가 의혹을 갖게 됩니다.  그렇지 않고는 새누리당 안에도 율사 출신들이 있을진대 이토록 아무렇지도 않게 불법과 탈법을 쓸 수 있나 싶은 것이지요.

어쩌면 신경민 의원이 27일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언급한 것처럼 "원세훈 전 국정원장·정문헌 새누리당 의원·권영세 전 새누리당 선대위 종합상황실장 주연의 제1막, 남재준 국정원장 주연의 제2막 그리고 권영세 전 실장과 김무성 의원의 NLL 자기고백으로 이어지는 제3막"이 진행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꽤 오랫동안 준비하고 연구해서, 신 의원의 말대로 "조직적·체계적·광범위하게 준비된 장기 드라마"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국정원이 공개한 '2007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사본 지난 24일 오후 국정원이 국회 정보위 여야 의원들에게 공개하기 위해 제작한 <2007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사본의 표지.
국정원이 공개한 '2007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사본지난 24일 오후 국정원이 국회 정보위 여야 의원들에게 공개하기 위해 제작한 <2007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사본의 표지. ⓒ 권우성

박영선 민주당 의원이 <오마이뉴스> 인터뷰(관련기사 : "박원동 국장 수사하면 다 나오게 돼있다... 국정원 사건은 결국 이명박근혜 게이트다")에서 밝힌 것처럼 지난해 12월 대선 당시 "권영세 현 주중대사와 대책회의를 했던 사람들이 더 있다"면, 어쩌면 그들은 26일 박범계 의원의 폭로대로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만나"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중 NLL관련 발언에 대해 어떻게 쓸 것인가 논의했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문제는 과연 김무성 의원과 권영세 대사 그밖의 새누리당 선대위 관계자들에게 비밀문건에 해당하는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건네고 이것을 선거에 활용할 수 있도록 도운 사람이 누군가 하는 점입니다.

박영선 의원은 "▲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박원동 국정원 국익정보국장에게 전화를 받았다고 시인한 점 그리고 ▲ 박원동 전 국장이 검찰 20년, 국회 3년간 파견됐던 정보원이라는 점 그리고 ▲ 박원동 국장이 국회에 파견됐을 때 국회 정보위원장이 권영세 대사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박원동 전 국장이 국정원의 플랫폼이었을 것이라는 의혹을 갖고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박원동 국장이 "국회에 3년간 파견 나왔다는 걸 강조하는 이유를 알아 달라"고까지 당부하기도 했지요.

TK 커넥션의 플랫폼에 섰던 그들은 누구?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캠프의 총괄선대본부장이었던 김무성 의원과 종합상황실장이었던 권영세 주중대사.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캠프의 총괄선대본부장이었던 김무성 의원과 종합상황실장이었던 권영세 주중대사. ⓒ 유성호/권우성

자, 그러면 여기서 꼭 따져봐야 할 게 있습니다. 민주당이 그동안 일관되게 주장해왔던 국정원-경찰-새누리당의 커넥션. 이른바 'TK-국정원 커넥션'으로 불리는 이 커넥션의 콘트롤타워는 어디에 있었냐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콘트롤타워를 움직였던 핵심인물은 누구였나로 관심이 모아지는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이들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의 NLL관련 대화록'의 공개 방안을 선거 당시 컨틴전시 플랜(비상사태 계획)에 대비한 시나리오로 검토했고, 집권하면 이 대화록을 공개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는 것까지 공개됐기 때문에 분명 이 '작전'을 수행한 태스크포스팀이 있을 것이고 그 태스크포스팀의 정체가 이제는 밝혀져야 한다는 것이지요.

이토록 엄청난 불법적 행위를 벌이고도 마치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이 그냥 넘어갈 수는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국정원이 지난 대선시기에 노골적으로 여권의 선거본부에 참여해 선거 국면의 민심을 왜곡해 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봉인되고 감춰져 있던 음모와 기만의 벽이 허물어지고 있고, 단단한 콘크리트 벽에 갇혀 있던 진실이 스스로 몸부림치면서 그 실체를 서서히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박 대변인은 특히 "김무성의 고백은 국가기밀자료를 대선시기 활용한 천인공노할 행위를 보여주는 것"이며 "권영세의 녹취파일은 새누리당이 불법행위를 진두지휘했다는 점을, 국정원의 노무현 대통령 추모 댓글 비난 행위는 국정원의 지속적이고 광범위한 야당탄압 국민감시 행위가 노골적으로 드러난 것"이라고 규정했습니다.

그는 "결국 지난 대선은 새누리당의 지휘아래 국정원이 담을 넘고, 경찰이 망을 봐준 국가기관을 동원한 전대미문의 국가권력 탈취사건으로 얼룩졌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며 "이제 김무성-권영세-국정원을 잇는 비선라인의 존재와 그 활동 내역을 밝히는 것은 이제 정치권의 당면과제가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점차 2012년 대통령선거의 비밀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는 것일까요? 베일에 싸인 진실의 문을 어서 빨리 열어 국민들에게 명명백백하게 보여주는 것이 국가를 이끌고 있는 국가권력의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TK커넥션#플랫폼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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