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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독서뿐> 책표지, 한기호 소장의 설명에 따르면 소프트 인문학이라는 장르에 속하는 저서라고 볼 수 있겠다
 <오직 독서뿐> 책표지, 한기호 소장의 설명에 따르면 소프트 인문학이라는 장르에 속하는 저서라고 볼 수 있겠다
ⓒ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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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늘 글을 접한다. 매일 신문과 잡지를 읽고, 단행본을 읽기도 하고, 수필도, 소설도 읽는다. 누군가의 평론을, 심지어는 일기를 읽기도 한다. 이렇게 우리가 읽는 글들은 어떻게 우리에게 선택되는 걸까? 또, 그 글들이 우리에게 끼치는 영향은 어떠하며, 어떻게 읽으면 좀 더 효과적일까?

살면서 정치, 경제, 문화, 음악, 종교, 미술, 소설 등 닥치는 대로 읽은 것 같은데 고개를 끄덕이며 읽은 그 책들의 고갱이들을 정리하기는 커녕, 제대로 기억허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대부분 스스로 머리가 나쁘다거나 일이 바쁘다는 핑계를 대며, 그냥 지나치고 만다.

그러다 정민 교수가 쓴 <오직 독서뿐>이란 책을 만났다. 헌데 마침 이날(6월 28일) <이슈털어주는 남자>(이하 이털남) 375회에서 출판과 책에 관한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그간 정민 교수는 간간이 신문 책 광고란에서 접해오던 터. 그러나 직접 그의 글을 대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국어문학과 교수가 독서를 소재로 택한 만큼 읽지 않을 도리가 없다. 마침 이날 <이털남>에서 출판계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에 관한 내용이 나온다. 읽기와 듣기의 환상적인 조합이 아닐 수 없다.

<오직 독서뿐>에는 독서에 관해 유의해야 할 모든 것이 망라되어 있다. 처음 몇 장을 펼치면서는 '이런 내용을 굳이 읽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뻔한 내용들이 추려져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고리타분할 것 같기도 했고….

이런 의문에는 <이털남>에 출연한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의 올해 출판 트렌드 소개를 참고할 만하다. IMF의 충격으로 맞이한 1998년, 2003년 카드대란, 2008년 미국발 세계금융위기 등은 공교롭게도 새정부가 출범하는 시기와 맞물렸는데, 각 시대별로 1998년엔 IT벤처 열풍이 주도한 열정, 2003년엔 카드대란으로 경제적 어려움에 다시 처하게 되면서 냉정, 2008년엔 개인의 노력으로는 더나은 삶을 구현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 신자유주의에 대한 회의를 맞는다. 그러면서 힐링이 지난 정권 내내 유행 키워드가 되었다는 것이다.

"개인적인 노력, 힐링에 염증을 느끼면서 대중은 인문학에 대한 욕구를 보이기 시작했고 곧이어 이른바 '소프트인문학'이 출현하게 된다는 겁니다"라는 한소장의 분석이 와닿는다. 인간에 대해 알아야 할 필요가 생긴 것이다.

책 <오직 독서뿐>은 인문학을 접하기 위한 소프트 인문학 서적으로 읽을 만하다. 조선중기 이후의 석학들의 독서론을 소개한 책인데 독서의 이유부터 그 방법, 독서를 통한 사유, 독서의 바른 태도, 생활 속에서의 독서 등 그야말로 독서라고 하면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만한 선인의 독서에 대한 모든 것들을 소개한 책이다. 

<성호사설>의 이익은 "학문은 반드시 의문을 일으켜야 한다, 의문을 일으키지 않으면 얻어도 야물지가 않다"면서 책을 읽으면서 반드시 의문을 품고 메모를 하는 습관을 들일 것을 요구한다. 18세기 <독서법>의 저술가 양응수는 "독서는 숙독이 최우선"이라고 말한다.

남인 실학자였던 성호 이익의 문인이었던 <동사강목>의 저자 안정복은 "책이란 옛 성현들의 정신과 심술(心術)의 궤적이다"라는 말을 남긴다. 이 책의 저자 정민 교수는 "글쓰기란 배우고 싶은 글을 되풀이해서 읽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하였다. 안정복은 '배울 학(學)'이란 글자의 등장이 <서경>의 '열명'에 처음 보인다고 하는데 그 말이 '오직 배워 뜻을 겸손히 갖고, 힘써 때에 민첩하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쯤에서 <이털남>으로 눈길을 돌려보자. 글쓰는 작가와 출판계의 편집자와의 관계가 중요하다는 한기호 소장의 의견이자 증언은 참고할 만하다. "신속, 정확, 과감이 중요합니다."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가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이렇게 편집자의 조언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신속 정확하고도 과감하게 버릴 것은 버린 유 교수의 겸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국내 최고 석학이지만, 편집자의 의견을 존중하는 겸손을 보였기 때문에 저자와 강연자로서 명성을 더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오직 독서뿐>은 조선시대 중기 이후의 실학을 중시한 학자들의 독서에 관한 제언들의 집합이다. 실학파나 북학파 하면 '실사구시'를 추구한다는 선입견이 있기 때문에 옛 문헌에 정통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있었는데 이 저서를 통해 그 어떤 학자들보다 동서고금의 서책을 제대로 공부한 선인들이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게 됐다.

<이털남>에서 한기호 소장은 "과거 베스트셀러의 절반쯤은 사재기인 것 같다"고 말한다. 김종배 진행자가 "그렇다면 베스트셀러가 조작된 것 아닙니까?"라고 묻자 "우리나라 종교계에서 출판한 책이 외국의 서점 아마존에서 1위 한 적도 있다"면서 "외국도 사재기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말했다.

"시대가 변하고 있다면 독자가 정보를 얻는 방식도 달라지고 있고, 그렇다면 책의 화법과 스토리텔링도 달라져야 하는 것이 맞다"는 한 소장은 "기득권을 소유한 출판계 중 일부가 그러한 트렌드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재기와 같은 편법을 동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재기와 같은 편법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한 소장은 "책이 유통되는 온라인 서점과 같은 플랫폼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아직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그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에 오래가지는 못할 것"이라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어떤 분야에 전문가가 되고 싶다면 어떻게 하면 될까?" 하는 질문에 한 소장은 명쾌하게 대답한다. "관련 서적을 입문서부터 전문서적까지 100권 읽으면 그 분야에서 일할 수 있을 정도가 될 겁니다." 흥미로운 조언이다. 또 "남들과 휩쓸려 10차선 도로를 걷던 것에서 탈피해 '자기만의 오솔길'을 걸어야만 브리꼴라주(프랑스 구조주의 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 , 손에 닿는 어떤 재료들이라도 가장 값지게 창조적이고 재치있게 활용하는 기술을 말함, 네이버참조)를 이룰 수 있다"는 조언에도 귀 기울이게 된다. 이쯤 되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책을 읽어야 한다'는 명제에 대한 더 이상의 설명은 사족이 된다.

1998년부터 5년마다 찾아오는 경제적 위기는 새 정권의 시작과 맞물렸고 그때마다 소설이 읽혔다는 한 소장의 분석이 있었다. 소설에 관심을 가져보려는 중이라ㅡ <오직 독서뿐>에서 소개하는 소설에 대한 설명을 보면 재미 있었다. 조선후기 천재라고 불리던 홍석주는 옛 책의 다섯 가지 등급에서 '맨 아래는 소설과 자질구레한 이야기이니, 파적거리로 삼는 것 뿐이다'라는 견해를 밝히고 있는데, 아무리 깨어있는 선각자들이었어도 인간사의 다양한 이야기들에 대한 관용은 부족했던 듯하다.

전자책에 대한 한기호 소장은 "국내의 경우 전자책 점유율이 2%가 안 다. 일본 3%, 미국 18%, 아직은 일정한 한계가 있다"고 했다. 결국, 흐름은 더디지만 전자책의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한다. 올해는 소설을 ebook으로 보는 게 하나의 트렌드가 될지 모르겠다.


오직 독서뿐 - 허균에서 홍길주까지 옛사람 9인의 핵심 독서 전략

정민 지음, 김영사(2013)


태그:#오직독서뿐, #이털남, #한기호, #허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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