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국가정보원이 이른바 '댓글공작'을 하는 과정에서 전라도 등 특정 지역을 비하하며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댓글을 단 것으로 확인됐다. <오마이뉴스>가 지난달 27일, 국정원 심리전단(심리정보국) 요원들이 직접 남긴 게시글 1977건과 찬반 클릭 행위 1711건이 수록된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범죄일람표' 전문을 공개한 이후, 누리꾼들이 '오늘의 유머 등 인터넷 사이트에서의 정치관여' 항목에 포함된 국정원 요원의 글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이같은 댓글이 발견된 것이다.

1일 <오마이뉴스>에 들어온 제보에 따르면, 범죄일람표에는 '최지룡 성님 시사풍자' '박주신 위험하다… 이러다 진짜 디스크생긴다…' 등 국정원 직원이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사이트에 게시한 글 몇 건이 나온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이 글들은 국정원 요원이 작성한 것이다.

디시인사이드에서 확인한 결과, 이 글들은 아이디(ID) '좌익효수'가 작성했다. 그런데 이 회원은 범죄일람표에 나오는 게시물 외에도 3000여 개의 댓글을 달았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비하' 등 기존 검찰 수사를 통해 드러난 내용 외에도, 전라도 지역을 이유 없이 비난하거나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폭동'으로 폄훼하는 글들도 있었다.

검찰 '범죄일람표' 속 국정원 요원 "5·18은 폭동"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 '클리앙'의 한 회원이 "국가정보원이 지역감정 조장했다"며 올린 게시물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 '클리앙'의 한 회원이 "국가정보원이 지역감정 조장했다"며 올린 게시물 ⓒ 클리앙 화면 갈무리

실제로 해당 커뮤니티에서 '좌익효수'의 블로그 중 '내가 쓴 글' 항목을 보면 범죄일람표에 실린 게시글이 존재했다. 이 블로그의 또 다른 항목인 '내가 쓴 리플(댓글)'을 보면 2011년 1월 15일부터 지난해 11월 28일까지 작성한 3451개의 댓글 기록이 나온다.

'좌익효수'가 남긴 댓글 전부를 살펴본 결과, 다음과 같이 전라도 지역을 욕하는 표현들이 많았다.

"아따 전(두환) 장군께서 확 밀어버리셨어야 하는디 아따"
"사법부 홍어 씨*럼들 데모쟁이들 다 풀어주고 씨*럼들"
"아따 절라디언들 전부 *져버려야 한당께"
"홍어 종자 절라디언들은 죽여버려야 한다"

'홍어'와 '절라디언'은 몇몇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전라도 출신 또는 거주민들을 낮춰 말할 때 쓰는 표현이다. 간혹 민주당 등 야당이나 진보진영을 비난할 때도 쓰인다. '아따' '~당께' 등도 전라도 사투리를 비하하기 위해 일부러 쓰는 표현이다.

또한 "하여튼 전라도엔 빨치산 종자들이 많은 게 사실" "사실 절라디언들 90프로(%)는 *대중 뇌물현 똘마니 맞쟎아요" "원래 절라도 양반들은 착취 전문가였고 절라도 인구의 대부분은 상놈 노비나 백정이었는데 그런 이유로 빨갱이들이 많았음"이라며 근거 없이 전라도 지역과 지역민을 폄훼했다.

배우 문근영씨를 향해서도 "문근영 씨*련 할아비 빨갱이 씨*색*"라며 욕설을 뱉어냈다. 극우논객 지만원씨가 당시 문씨와 관련해 "빨치산의 손녀"라고 주장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문씨의 외할아버지 류낙진씨가 이른바 '통혁당 사건'으로 30년 넘게 옥고를 치른 '비전향 장기수'였다는 사실을 두고, 일부 누리꾼을 중심으로 이같은 주장이 나온 바 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폭동'으로 왜곡하기도 했다. 해당 아이디는 5·18 운동 관련 게시글에 "아는 사람들은 다 알잖아… 간첩들이 폭동 일으켰다는 거" "폭동 맞당께" "절라디언 폭도들을 남겨둔 역사의 과오~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해당 아이디의 국정원 요원은 전교조와 관련해서도 맹비난을 쏟아 부었다. 그는 "전교조 개 *레 *노메색*덜… 근데 내동생도 전교조야 조* 꼴통*이지 조* 모르면서 씨*대더라고"라는 등 정상적인 한글 표현보다 육두문자를 더 많이 사용하면서 전교조를 욕했다.

"빨갱이 전교조는 체벌금지로 대한민국의 혼란을 획책하고 있는 거예요… 그래야 적화통일이 가까워지니까요" "민주노총·전교조·민노당 소속 애들 집에 가서 댓글 열 개 씩 달고 잔다… 그렇게 생활하는 애들이 상근자들만 3000여 명 된다… 낮에 사무실에서 댓글 질을 하라고 독려한다. 이렇게 활동하는 애들만 1000명… 댓글 하나당 500원 씩 받고"라며 왜곡된 사실을 올리기도 했다.

"국정원 요원이 '일베'와 똑같이 굴어"... "특정지역 비하, 범죄행위에 해당"

이와 관련 비난과 폄훼를 당한 쪽은 심각한 명예훼손이라는 반응이다.

송선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1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회원들이 5·18을 깎아내려 논란이 일었는데, 국정원 요원이 일베 회원들과 똑같은 어휘를 쓰면서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댓글을 썼다는 사실에 놀랍다"며 "국정원이 일베처럼 굴었다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송 이사는 "간첩 신고한 일베 회원을 초청한 일에 이어 댓글까지 단 국정원이 혹시 '일베 5·18 폄훼 논란'의 배후가 아닌지 의심된다"며 "검찰 수사 과정에서 지역감정 조장과 관련해서도 사실 여부가 명백히 밝혀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하병수 전교조 대변인은 "국정원이 우리를 근거 없이 비방한 증거가 또 다시 드러났다"며 "명백한 명예훼손"이라고 비판했다. 전교조는 이미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지시·말씀에 드러난 전교조 비난을 근거로 민·형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같은 댓글 내용이 실정법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광철 변호사는 "특정지역 비하 댓글에서 '전라도'라고 적시했기 때문에 해당 지역 출신 또는 거주민에게도 직접적으로 명예 감정을 훼손하는 범죄적 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전교조 폄훼와 관련해서도 "명예훼손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정원 '댓글공작', 여성 성적 비하 표현도...
국가정보원의 '댓글공작' 과정에서 여성을 성적으로 비하하는 표현 역시 쓰인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국정원 심리전단 요원으로 추정되는 아이디 '좌익효수'가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 올린 댓글 내용을 확인한 결과, 민주당 등 야당 여성 의원들이나 '소셜테이너'로 불리는 여성 연예인을 무조건적으로 비난했다.

그는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를 두고 "*발*" "빨갱이" "*같는 *" 등의 욕설을 쏟아냈다. "오크녀 이* 이빨 좀 어떻게 안 되냐? 때려죽이고 싶게 생겨먹었다"며 인권침해적인 발언도 일삼았다.

민주당 소속 여성 의원을 성적으로 비하하는 내용의 댓글도 여러 건 달았다. 지난해 6월 북한이탈주민 출신 대학생에게 막말을 퍼부었다는 논란에 휩싸인 임수경 의원과 관련해 "늙은 창녀, 운동권 정*받이로 시작하여 월북 후 인민군 하전사급 깔*로 활동하다 수명이 다하여 북괴에 의해 강제월남"라고 말했다. 한명숙 의원 사진에는 "빨갱이 걸레* 사진을 왜 걸어 놓으신 거죠"라고 댓글을 남겼다.

홍대 청소노동자 지원 등의 활동으로 '소셜테이너'로 지목된 배우 김여진씨를 향해서도 감히 입에 담지 못할 비하 발언이 이어졌다.

"씨*련 못 생긴 게 배우라고 어디다 *치는지"
"여진은 외모가 이정희 필(느낌) 나는 빨갱이 정*받이 냄새남..."
"씨* 허벌 *녀 씨* 빨갱이 호* 개정일 기쁨조 될려구 환장한 * 병신가튼 *"

민간인을 조롱하는 댓글도 몇 건 발견됐다. 해당 아이디의 요원은 인터넷 팟캐스트 진행자 '망치부인'의 딸 사진이 첨부된 게시물에 "거 참 조*치 생겼네. 지 어미처럼... 저*도 커서 빨갱이 될 꺼 아님??? 운동권애들한테 조* *주구... 나 같음 ** **지만"이라고 달았다.

2008년 촛불집회에 참여한 주부들을 향해서도 "죽이고 싶다 *발*들"이라고 욕했다.



#국정원 대선개입#원세훈#5.18#전교조
댓글8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