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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안의 또 다른 상징인 능수버들이 휘영청한 천안삼거리공원의 풍경.
 천안의 또 다른 상징인 능수버들이 휘영청한 천안삼거리공원의 풍경.
ⓒ 홍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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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친께서는 생전에 두 가수를 좋아하셨다. 그 두 가수의 이름은 바로 남인수(南仁樹)와 배호(裵湖)이다. 따라서 내가 어렸을 적 아버지께선 '별표' 전축을 집에 들이면서 가장 먼저 두 가수의 노래가 담긴 레코드판을 서둘러 구입하셨다. 선친께선 꼭두새벽부터 일어나시어 동네가 떠나갈 듯 전축의 볼륨을 올리셨다.

그 바람에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나는 늘 그렇게 부족한 잠을 호소했던 것이었다. 남인수의 본명은 강문수(姜文秀)였는데, 원래는 최씨 집안에서 태어나 처음 이름도 최창수(崔昌洙)였다고 한다. 그러다가 어머니가 강씨 집안으로 개가하면서 강문수로 호적에 올랐다는 설이 있는 남인수는 <애수의 소야곡>으로 스타덤에 오른다. 이밖에도 <꼬집힌 풋사랑>과 <감격시대> 등 숱한 히트곡을 낸 그는 1962년 6월에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천안삼거리공원 내 '영남루'의 다리가 잠긴 잔잔한 물살을 보자면 문외한일망정 절로 시 한 구절이 솟는다.
 천안삼거리공원 내 '영남루'의 다리가 잠긴 잔잔한 물살을 보자면 문외한일망정 절로 시 한 구절이 솟는다.
ⓒ 홍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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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호는 남인수보다 24년 연하인데 그 또한 <누가 울어>와 <돌아가는 삼각지>, <안개 낀 장충단 공원>등 많은 히트곡을 남겼으나 신장염으로 말미암아 만 29세의 나이로 요절했다. 따라서 배호의 경우를 보자면 신은 천재를 시기하여 일찍 저 세상으로 데리고 간다는 누군가의 주장이 그럴 듯 하게도 다가온다.

지난 1981년에 실시된 MBC 특집 여론 조사에서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가수' 1위로 선정되었으며, 2005년 6월 광복 60년 기념 KBS 가요무대 여론조사에서는 '국민에게 가장 사랑받은 국민가수 10인'으로도 선정되었다고 하니 배호의 그 이름값을 익히 짐작할 만 하다 하겠다.

가수 생활 동안 20여 장의 음반을 발매했고, 300여 곡을 남긴 배호의 히트곡 중에 요즘 같은 장마철에 걸맞는 노래에 <비 내리는 경부선>이 포진한다. 배호의 마지막 노래라고도 회자되는 이 노래의 가사는 이러하다.

"경부선 고속도로 비가 내린다 / 이 몸 실은 차창가에 부딪혀 흘러 내린다 / 경상도 길 충청도 길 비 내리는 천안 삼거리 / 장대같이 쏟아지는 비는 떠난 님의 눈물인가~"

 요즘 '힐링'이 대세라는데 천안삼거리공원에 들어서면 이 또한 금세 얻을 수 있다.
 요즘 '힐링'이 대세라는데 천안삼거리공원에 들어서면 이 또한 금세 얻을 수 있다.
ⓒ 홍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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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향인 천안삼거리가 등장하는 <비 내리는 경부선>은 여전히 나의 사랑을 듬뿍 받을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지난달 죽마고우들과의 모임을 앞두고 천안삼거리를 찾은 것도, 또한 천안에 갈 적과 돌아올 때 역시도 <비 내리는 경부선>을 계속하여 애청하였다. 우리 속담에 씨도둑은 못한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과거처럼 굳이 육중한 체중의 전축을 통하지 않고도 손에 쥔 스마트폰만으로 어떠한 음악이라도 쉬 들을 수 있는 좋은 세상이다. 나는 오늘도 스마트폰을 이용해 배호의 노래를 듣고 있다.

 '2013 천안웰빙식품엑스포' 행사가 오는 8월 30일부터 9월 15일까지. 여기 천안삼거리공원에서 열린다.
 '2013 천안웰빙식품엑스포' 행사가 오는 8월 30일부터 9월 15일까지. 여기 천안삼거리공원에서 열린다.
ⓒ 홍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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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부선 고속도로에 비가 내리면 천안 삼거리 역시 촉촉이 젖을 터이다. 한데 그렇게 촉촉하게 젖는 비는 아마도 너무도 일찍 이 세상을 떠나신 아버님의 눈물이 아닐까 싶다.


#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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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서: [초경서반]&[사자성어는 인생 플랫폼]&[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 대전자원봉사센터 기자단 단장 ▣ 月刊 [청풍] 편집위원 ▣ 대전시청 명예기자 ▣ [중도일보] 칼럼니스트 ▣ 한국해외문화협회 감사 / ▣ 한남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CEO) 수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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