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 e시민기자'는 한 주간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올린 시민기자 중 인상적인 사람을 찾아 짧게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인상적'이라는 게 무슨 말이냐고요? 편집부를 울리거나 웃기거나 열 받게(?) 하거나, 어떤 식으로든 편집부의 뇌리에 '쏘옥' 들어오는 게 인상적인 겁니다. 꼭 기사를 잘 써야 하는 건 아닙니다. 경력이 독특하거나 열정이 있거나... 여하튼 뭐든 눈에 들면 편집부는 바로 '찜' 합니다. 올해부터 '찜! e시민기자'로 선정된 시민기자에게는 오마이북에서 나온 책 한 권을 선물로 드립니다. [편집자말] |
귀촌이야기. 투박한 연재명이었다. 연재명만 보고 또 한 명의 귀촌인이 생겼구나 했다. 별로 특이할 것도 없어 보였다. 그런데, 읽을수록 뭔가 좀 다르구나 싶은 직감. 구렁이 담 넘어가듯, 시골 마을 한 귀퉁이에서 조용히 살려나보다 싶었는데 이사 온 뒤 온 마을 어른들께 인사차 수건을 돌렸단다. 본인은 사실 그럴 맘이 전혀 없었다곤 써있지만.
그러더니 다음 기사에서 남자들도 기피할 만큼 힘든 공사판에서 석축을 쌓는 일을 하며 생활비를 벌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고된 노동 뒤에 먹는 '꿀맛 같은 식사'에 대한 부분을 읽을 때는 내 입에도 절로 침이 고였다. 그런데 며칠 후 이번엔 동네 노인분들의 한글 교사를 자처했단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이 동네에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는 홍반장, 아니 강반장이라도 나셨나. 실제 동네 어른들도 "우리 마을이 복받은겨, 이런 사람이 와서 살다니…"라고 하셨다니, 이 정도면 뭐, 나와 이름이 같은 인연의 이 시민기자가 누군지 호기심이 발동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지금 당장 만나" 하면 좋겠지만 지리산과 서울, 물리적 거리가 만만치 않은 게 현실. 강은경 기자와의 짧은 전화통화와 이메일을 통한 인터뷰 전문을 싣는다(귀촌이야기는 연재기사 신청이 받아들여져 '강은경의 지리산 날적이'로 연재명을 바꾸었음을 알립니다).
강은경 시민기자가 쓴 기사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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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빛나는 사는이야기 필자가 생겼다고 편집부에 한동안 기자님 이름이 오르내렸다. 귀촌이야기를 쓰고 있는데, 왜 살기 불편한(?) 귀촌을 택했나. "오래 전부터 귀촌을 꿈꾸며 살았습니다. 저에게 낙원은 문명의 편리함이나 도시의 화려함, 복잡함이 아니었습니다. 서울에 살면서도 늘 시골로 가서 살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으니까요. 본능적인 끌림처럼 무작정 그랬습니다. 아마도 제가 좋아하는 것들이 다 시골에 있기 때문일 겁니다.
냉이, 쑥, 취나물…. 나물이라면 환장합니다(전생에 초식동물이었나?). 걷다 들꽃이라도 보면 그냥 지나지 못하고 하나하나 곰곰 들여다봅니다. 산이 좋고 나무가 좋고…. 옛 것을 좋아하고. 심지어 한때는 약초꾼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심각하게 한 적도 있습니다. 내공(?) 높으신 약초꾼 찾아가 사사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결국 책 몇 권 붙들고 혼자 씨름하다가 하산(?)하고 말았지만요.(웃음)"
- 들을수록 놀랍다. 정착한 곳이 왜 '지리산'이었는지도 궁금하다."2011년 봄, 지리산 둘레길을 걸었습니다. 걸으면서 지리산자락 마을들을 만날 때마다 빈집을 찾아보았고요. 그런데 둘레길 지나가는 이곳 산내면의 장항마을이라는 곳에 고향 후배가 살고 있는데, 그때 그 집에서 하루를 묵게 됐습니다. 그 후배에게 근처에 빈 집이 나오면 연락 달라고 부탁해 놓았지요. 그리고 한 달 후에 연락이 왔습니다. 바로 달려와 집을 보고 그 자리에서 결정해버렸습니다. 손 볼 곳이 많은 집이었지만, 50여년 된 네 칸짜리 작은 한옥이 꼭 마음에 들었고, 지리산자락 능선들이 잘 보이는 전망 좋은 집이라, 그리고 얼른 서울을 뜨고 싶다는 생각에… 전세금 정리해 그 다음 달에 이사 왔습니다."
- 도시를 떠나면서 끝끝내 포기하지 못해 고민했던 게 있었다면."포기하지 못해 고민한 것은 없었습니다."
- 귀촌에서 경제적인 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적게 벌어 적게 쓰는 생활을 하시는 것 같은데, 귀농을 염두에 둔 사람들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해준다면. "글쎄요, 사람마다 어떻게 쓰느냐에 달렸겠지만, 제 지출을 기준으로 일반적인 귀촌 비용을 계산하기는 좀 힘들 것 같네요. 저는 평균 한 달 30만 원에서 50만 원 씁니다. 공과금까지 다 포함하여. 많이 쓴 달은 책을 많이 사 본 달입니다. 생활비는 공사판에서 벌기도 하고…. 아, 이젠 <오마이뉴스> 원고료가 큰 보탬이 되겠네요.(웃음) 소박하게 사는 다른 귀촌인들도 부부와 아이 하나인 3인 가족일 때, 한 달 100만 원이면 살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 나 다시 돌아갈래! 이런 적은 없으셨는지? "그런 적은 없습니다. 가끔 서울에 갈 일이 생기는데, 그때마다 이곳으로 빨리 돌아오고 싶어 안달을 합니다."
"<오마이뉴스> 애독자 친구 꼬임에 넘어가 기사 썼다"
-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쓰자!고 맘 먹게 된 계기라도 있었나. "사실 여행기를 쓸 계획을 갖고 지난 겨울부터 여행 준비를 하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그 준비 중 하나가 블로그를 만든 거였지요. 일상의 단상들을 두어편 써서 사진과 함께 올리게 됐는데, 한 친구가 그 블로그를 보고 <오마이뉴스>에 시민기자로 등록하고 글을 올려보라고 적극 권했습니다. 그 친구는 오래 전부터 <오마이뉴스> 애독자인데, 매체 특성상 잘 맞을 것 같다고 하면서 말입니다. 어, 그래? 하고 별 생각 없이 기사를 올렸는데…. 그 친구 꼬임에 제대로 낚인 것 같습니다.(웃음)"
- 기사를 쓰고 난 뒤 반응은? "사실 주변 반응보다 저 본인의 반응이 컸습니다. 생각보다 그런 단상 스케치가 재미있더라고요. 글과 사진을 엮어 편집되어 뜬 기사가 그럴듯해 보이기도 했고요. 그때부터 계속해서 새 기사를 쓰게 되었습니다. 쓰면서도 너무 잡다한 신변잡기 아닌가, 나의 일상을 지나치게 노출하는 건 아닌가, 지금 쏟아지고 있는 심각한 시국 문제들에 힘을 보태 한판 뒤집어엎어야 할 때인데 낭만적인 얘기들이나 하고 있어야 하나 우려도 되고 켕기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인간사 이야기이고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볼 공동의 주제를 다루는 것이니 하면서 밀어붙였습니다."
- 그러고 보니, 일전에 고양이 방사 기사로 홍역을 치렀다. 사실 편집부로 전화도 많이 왔다. 좀 놀라진 않으셨나? "마음고생 좀 했습니다. 다른 이유가 아니고, 윗집 청년 현에게 쏟아진 비난 때문이었습니다. 제 본의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저로 인해 벌어진 일이니 현이 상처 받았을까, 마음 상했을까 싶어 잠이 잘 안 올 정도였습니다. 더군다나 당시 전화 연락도 안 되었고 만날 수도 없고. 엊그제 현이 왔기에 술 한 잔 나누며 '작금의 사태'에 대해 얘기를 나눴습니다.
현은 신경 쓰지 않는다며, 사람들이 기사의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 하는 것 같아 부연설명을 자세히 써 댓글을 달기도 했지만, 그럴 필요도 없는 일이었다고. 아무튼 왜 그런 기사를 써서 욕 먹이냐, 할 수도 있는데 전혀 그런 마음이 아니라니 고맙고 미안했습니다.
포털 사이트 다음에 달린 300여개의 댓글들과 어느 고양이 카페에 오른 글들을 다 읽어보았습니다. 얼굴이 보이지 않는 익명의 공간에서 사람들은 얼마나 무모하고 잔인해질 수 있는 건지. 참, 씁쓸했습니다.
기사를 정말 읽어보기나 했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제가 고양이를 진짜 발로 차며 학대했다는 사람, 이곳이 도시라고 생각하는 사람…. 오독이 너무 심했습니다. 저는 그런 오독을 살만큼 기사의 내용이 빈약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또 집안에서 키우는 도시 고양이를 기준으로, 고양이는 이런 동물이다, 고양이는 이렇게 살아야 행복하다라는 고정된 지식으로, 나루의 상태나 미래를 판단하고 걱정하며, 무슨 죽을 죄를 저지른 사람에게나 퍼부을 듯한 욕설과 저주들. 참, 슬픈 일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시간이 지날수록 나루의 태도(이웃에서 항의가 들어올 정도로, 매일 수시로 방문을 흔들며 크게 울어대는 등)를 감당할 수 없어서, 생각 끝에 나루와 어느 정도 거리를 두기 위해 결정했던 일이었습니다. 나루가 살아온 환경, 나루의 상태, 습성, 나루의 능력 등 모든 걸 고려하여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사실, 그 기사는 나루라는 고양이의 에피소드를 통해 동물과 애완동물에 대한 인간의 양면적인 모습, 이기적인 사랑에 대해 비판한 글이었습니다. 고양이를 키우고 있다는 어느 분이 쓴 '기사를 읽고 한편 뜨끔했고, 한편 애잔했다'라는 댓글이 있었는데, 그런 반응들일 거라고만 섣불리 생각했던 겁니다.
나루를 잘 아는 동네사람들이나, 직접 나루를 본 저희 집 방문객이나, 지인들은 모두(저와는 다른 동물 철학을 가진 분들도) 누리꾼들의 그런 반응에 대해 저보다도 더 황당해했습니다. 나루는 자유롭게 건강히 잘 지내고 있습니다. 저와는 이제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말입니다. 혹여, 이 기사가 나가고 또 전과 같이 고양이를 사랑하는(?) 분들이 정당한 비판이나 의견개진이 아니라 비난, 욕설, 인신공격, 비방 따위들을 한다면, 미리 말씀 드립니다. 반사!"
- 기사를 보니, 여행기 수업도 들으시고… 글쓰기에 남다른 애정이 있는 것 같다. 얼핏 뭔가를 계획하고 있다는 말도 들었는데."다른 특별한 게 아니고 여행 준비를 말한 거였습니다. 글쓰기는 문예창작을 전공했기 때문에, 아르바이트로 잡다한 글들을 많이 썼고요. 희곡을 써서 대학로에서 공연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겨울부터 여행기 쓰기를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이렇게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쓰게 되었고요.
네, 여행 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꼭 가보고 싶은 나라가 있는데 멀고, 물가가 살인 같은 곳이라 경비도 무지 많이 들고. 그래서 무전여행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무전여행은 얼굴에 철판을 두껍게 깔아야 하기에 지금부터 뻔뻔해지는 작업을….(웃음) 그 방면에 경험도 있고 또 원래 저는 받기도 잘하고 주기도 잘하기에 어렵지는 않을 거라고 봐요. 그래도 최소한의 경비는 있어야 하고, 여행기 쓸 준비도 해야 하고. 아무튼 1년 후인 내년 여름에나 떠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사실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쓰기 시작한 지 한 달도 안 되었는데... 어려움이나 편집부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어려운 점은 특별히 없었습니다. 다만, 기사를 보내놓고 읽어보면 그제야 눈에 띄는 오타나 비문, 거슬리는 표현들이 있어서 난감해지곤 합니다. 망설이다가 수정요청도 하지만, 그 후로도 또 그런 것들이 자꾸 더 드러나니 그때마다 일일이 수정요청 하기도 죄송하고, 안 하고 넘어가자니 켕기고. 그래서 마음이 불편할 때가 있습니다. 앞으로는 제 얘기보다 지리산에서의 다른 다양한 삶들의 모습을 쓰고 싶은데, 어떨지 몰라서 좀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