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전 슬로시티로 지정된 전남 완도군 청산도 영화 <서편제> 촬영지. 외지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그곳에 현직 기초자치단체장인 김종식 완도군수의 흉상이 세워졌다. 특히 흉상 제막식엔 김종식 군수가 직접 참석해 "흉상 건립도 해외 토픽감인데 제막식에 군수가 직접 참석한 것은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김 군수의 흉상 건립은 청산도 주민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흉상건립추진위원회'가 주도했다. 이들이 김 군수의 흉상을 슬로시티 청산도에 세우기로 한 이유는 "낙후되었던 섬 청산도를 아시아 최초 슬로시티로 인증 받아 연간 30만 명의 관광객이 다녀가는 대표 관광지로 탈바꿈시킨 공이 컸다"는 것이다. 김종식 군수는 2002년에 처음 군수에 당선한 이후 내리 3선에 성공했다.
지난해 4월 '흉상건립추진위원회(위원장 이승열)'를 구성한 이들은 흉상 건립을 위한 모금운동을 벌여 약 8000만 원의 돈을 모았다. 그리고 지난 3일 청산도 '서편제 공원'에서 흉상 당사자인 김 군수를 비롯 군 의원과 주민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흉상 제막식'을 개최했다.
현직 군수의 흉상이 세워졌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완도군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김정호 <완도신문> 편집국장은 "현직 군수의 흉상을 세운다는 말이 돌 때 '설마, 그러다 말겠지' 하고 생각했었다"면서 "그런데 막상 현직 군수의 흉상이 세워지는 것을 보니 전국 어디에도 이런 사례가 없을 것 같아 마음이 암담하고 황당해서 무슨 말을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한 주민은 "현직 군수가 동상을 세운 사례가 있었나"고 물으며 "임기를 마치고 퇴직한 후나 돌아가신 후에 후손들이 그 공적을 기려 공적비를 세운 것은 본 적이 있지만 살아있는 현직 군수의 흉상을 세우는 일은 해외 토픽감"이라고 꼬집었다.
완도읍에 사는 이모(46)씨는 "김 군수 부인이 공무원 채용과정에서 뒷돈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의해 기소돼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만큼 처신을 신중히 해야 할 때"라며 "그럼에도 자기 흉상 건립을 나서서 막지는 못할망정 현직 군수가 자기 흉상 세워지는 제막식에 직접 참석해 테이프를 자른다는 것은 도무지 이해하지 못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에 대해 완도군 관계자는 "흉상 건립은 민간 주도의 추진위가 추진했으며, 제막식 참석은 추진위의 초대에 응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