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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춘천시의 18대 대선 개표상황표를 분석한 결과 투표구 두 군데에서 유령투표지가 나오고 여러 투표구에서 미분류표가 수백에서 수천 표까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투표지분류기(전자개표기)가 종료되기 1시간여 전에 위원장이 개표 결과를 공표한 투표구들도 있었다. 수작업에 의한 개표를 제대로 하지 않아 수천여 표를 개표하는 데 불과 10분대 시간이 소요된 투표구도 여러 곳에 달했다. 더욱이 담당 관리계장은 매뉴얼상 심사집계부 단계에서 투표지를 몇 차례 확인하게 돼 있는지조차 숙지하고 있지 않았다.

18대 대선선거무효소송인단 소속 김효소씨는 춘천시 대선 개표상황표를 검토해 찾아낸 문제점을 세세히 지적하였다. 춘천시의 총 80개 투표구 가운데 투표지 교부수보다 투표수가 더 나오거나 덜 나온 경우는 모두 9건(11.2%)에 달했다. 그 중에 소양동 제3투표구와 후평 3동 2투표구에서는 교부한 투표지보다 개표할 때 투표수가 각각 1표씩 더 나왔다.

소양동 제3투, 후평3동 2투, 신북읍 2투, 동면 4투, 동내면 3투, 부재자 투표구 등 여러 투표구에서는 미분류표가 224표부터 무려 1597표까지 발생했다. 소양동 1투의 경우는 1835표 개표에 미분류표가 606표 발생해 춘천시의 전체 투표구 가운데 최고 오차율인 33%를 기록했다. 중앙선관위가 발표한 투표지분류기의 평균 오차율이 3.73%임을 감안할 때 평균치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춘천 부재자투표 미분류표가 1,597표(오차율 25.8%) 나왔다.
춘천 부재자투표미분류표가 1,597표(오차율 25.8%) 나왔다. ⓒ 정병진

춘천시선관위 대선 개표에서는 공직선거법 178조에 규정된 수작업에 의한 개표시간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가령 신사우동 1투에서는 2768표를 수개표 하는데 불과 15분, 퇴계동 1투에서는 3491표를 수개표하는 데는 17분이 소요됐다. 중앙선관위의 개표 시연회 때 6천표 개표에 2시간 15분이 소요된 사실에 비추어 보면 지나치게 짧은 시간이다. 또한 동내면 1투에서는 2924표 개표에 투표지분류기 종료시각보다 무려 1시간 44분 앞서 위원장이 후보자별 득표수를 공표했고, 후평 3동 5투표구에서는 2694표 개표에 1시간 14분 전에 위원장이 공표했다고 기재돼 있다.

춘천 동내면 1투 개표기 종료보다 1시간 44분 앞서 위원장이 개표 결과를 공표했다.
춘천 동내면 1투개표기 종료보다 1시간 44분 앞서 위원장이 개표 결과를 공표했다. ⓒ 정병진

개표는 대략 개함→투표지분류기로 분류→심사집계부의 심사, 확인→검열위원들의 검열→위원장 공표→보고 순으로 진행된다. 투표지분류기도 종료 안 된 상태에서 위원장이 개표 결과를 공표했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심사집계부와 검열위원 단계를 생략했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선거 개표는 '결과' 못지않게 '절차'가 매우 중요하다. 대선 개표에 까다로운 개표 절차를 두는 이유는 그만큼 개표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함이다. 그런데 절차가 무시됐다면 그 개표 결과는 신뢰를 얻기 힘들 것이다. 그럼에도 춘천시 대선 개표에서 투표지분류기 종료보다 위원장 공표가 앞선 개표상황표가 2건이나 나왔다.

춘천시선관위 류중열 관리계장의 해명을 들어봤다. 그는 투표지분류기보다 위원장 공표가 먼저 된 개표상황표에 대해 "투표구가 많아 정신없이 하다 보니 담당 직원이 시간 계산을 잘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수백, 수천여 표 미분류표가 나온 걸 보면 '불량기기'를 사용한 거 아니냐"는 지적에는 "불량기기라 볼 수 없다. 지금의 투표지분류기는 조명, 습도, 먼지, 투표용지의 구김 상태 등 여러 요인에 따라 미분류표가 발생한다"고 하였다. "심사집계부 단계에서 투표지를 검열할 때 몇 차례 하게 돼 있냐?"고 묻자, "몇 차례라는 게 나와 있지 않다."고 답했다. "몇 차례 하라는 지침이 없느냐?"고 거듭 확인을 요구하자 "그렇다"고 하였다. "하지만 개표관리매뉴얼에는 전량 육안으로 2-3번 확인하게 돼 있다"며 "개표관리 매뉴얼조차 숙지하지 않고 개표한 거 아니냐?"고 하자, "숙지를 했는데 제가 잊어버렸는지도 모른다"며 말을 바꿨다.

수개표 시간 누락에 대해 관리계장은 "변명 같지만 그거는 저희뿐만 아니고 투표지분류기가 정상적으로 돌아간 데는 다 그럴 것"이라 하였다. "미분류표가 이렇게 많이 쏟아져 나왔는데 투표지분류기가 정상적으로 돌아갔다 말할 수 있느냐?"며 "춘천시 대선개표 별 문제 없었느냐?"고 묻자, "없었다. 사소한 실수는 인정하나 양심껏 성실히 개표했다"는 답을 내놓았다.


#춘천시선관위#관리계장#전자개표기#수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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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솔샘교회(solsam.zio.to) 목사입니다. '정의와 평화가 입맞추는 세상' 함께 꿈꾸며 이루어 가기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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