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대구시 달서구의 한 어린이집에서 과도한 업무와 원장의 비상식적인 행위에 모멸감을 느낀 교사들이 집단 퇴사하자 어린이집연합회가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논란이 인 가운데, 동구의 한 어린이집 비리를 공익제보한 보육교사의 신상이 유출되고 보육교사가 퇴사 압력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시민단체와 노동단체가 반발하고 나섰다.
대구시 동구 M어린이집에서 근무하는 보육교사 A씨는 지난달 초 동구청에 해당 어린이집이 보육교사를 허위로 등록해 보조금을 횡령하고 근로조건 및 보육프로그램을 부당하게 운영하고 있다는 등의 내용을 제보했다.
원장이 자신의 친정아버지를 이사장으로 둔갑시키고 출근도 하지 않는 친정 어머니를 취사부 직원으로 등록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이전 원장을 간호조무사로 등록하고 퇴사한 보육교사를 계속 근무하는 것처럼 꾸며 부당으로 보조금을 수령해 횡령했다는 내용 등이다.
동구청은 제보자의 제보 내용과 관련해 M어린이집에 대해 두 차례 지도점검을 실시했으나 일부 교사의 진술이 엇갈리고 관계서류를 확보하기 어렵게되자 감사실의 재확인 작업을 거친 뒤 진위를 밝히기 위해 동부경찰서에 고발조치했다. 이 과정에서 제보자의 신원이 노출된 것이다.
M어린이집의 원장은 A씨에게 "출근하면 아이들을 다른 반으로 보내버리겠다"거나 "교사의 자질이 없으니 스스로 물러나라"며 퇴사를 종용했다. 아이들의 통학차량에 A교사를 태우지 않고 주변의 동료교사와 학부모에게 '나쁜 교사'라며 소문을 냈다.
어린이집 원장은 또 구청의 감사가 진행되는 동안 A교사에게 민원을 제기한 사실을 추궁하고 동료교사들에게는 A교사와 함께 근무할 수 없다는 취지의 탄원서를 작성하도록 종용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탄원서에 서명을 하지 않은 교사는 왕따를 시키고 취업을 추천한 대학 교수에게 전화를 걸어 "자질이 없는 교사"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현재 A교사는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에 대한 구제신청을 하고 병가를 낸 상태다. A교사에 대한 탄원서에 서명을 하지 않은 B교사는 원장과 함께 근무할 수 없다며 사표를 냈고 또다른 C교사는 병가를 낸상태다.
동구청, "제보자 신상 유출한 적 없다" 해명
이에 대해 우리복지시민연합과 공공운수노조대경지역본부는 10일 오후 대구 동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익제보자의 신상을 유출한 동구청은 즉각 사과하고 관련자 및 해당 어린이집 원장에 대해 엄중 처벌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어린이집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자 동구청이 감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해당어린이집 교사들의 증언이 엇갈린다"는 이유로 시정조치 이외에는 아무런 행정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고 공무원의 공문서 관리 소홀로 인해 민원인 신상정보가 유출되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육교사들의 적극적인 제보와 제보자에 대한 신분 및 비밀보장이 적극적으로 요구되지만 대구시와 동구청은 수수방관할 뿐 아니라 오히려 역행하고 있다"며 "수많은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이 진실을 침묵하게 만들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동구청에 해당 어린이집에 대해 즉각적인 조치와 재발방지 대책 마련, 공익제보자 정보를 유출한 공무원에 대한 징계, 공익제보자들이 해고와 재취업에 대한 걱정이 없도록 보호와 고용안전대책을 요구했다.
하지만 동구청 복지서비스과 이용희 과장은 "정확한 확인절차가 필요해 경찰서의 수사결과가 나오면 행정처분을 실시할 계획"이라며 "현재로써는 보육교사들의 엇갈린 진술과 부족한 서류로 인해 판단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어린이집에 대한 감사를 벌이는 도중 제보자에 대한 개인정보를 전혀 유출하지 않았다"며 "내부에서 갈등이 있었고 충분히 유추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또 "원장이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해당 교사가 심리적으로 받았을 충격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공익제보자의 보호조치 방안에 대해서는 "공익제보자 보호조례 제정을 검토하고 익명으로 제보가 가능하도록 공익제보상담센터를 설치해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어린이집 운영 감독을 위한 지도점검 인력을 증원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