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이 전선을 바꿨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노무현 NLL포기'를 어떻게 해서든 강조하고 싶었지만, 점점 드러나는 정황과 증거는 노무현 대통령이 NLL를 포기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이만하면, 노무현 '흠집' 내기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으니 더 할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이 '막말' 헛발질을 했다. 홍익표 의원의 "'귀태'"와 이해찬 의원의 "'당신'"이나, "박정희가 누구한테 죽었느냐"와 같은 말이다. 사실 이런 말은 민주당에게는 손해가 될 뿐, 아무 도움 안 되는 말이다. 이해찬 의원이 "당신은 높임말"이라고 맞받아쳤지만, 국어문법으로는 맞는 말이지만, 사람들 사이에 통용되는 의미는 막말은 아닐지라도 높임말은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두 사람 말에 발끈하면서 "국격" 운운했다. 청와대도 "대통령 정통성"이란 말을 들고 나왔다. 국정원 부정선거 개입과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로 위기를 느낀 박 대통령과 청와대로서는 반격할 좋은 호재였던 셈이다. 민주당 막말을 '대선불복'으로 전선을 확대함으로써 국정원 부정선거 개입은 자연스럽게 뒷전으로 밀린 셈이다.
<조중동>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당장 16일자 신문에서 '대선불복'이란 단어를 동원해 민주당(특히 친노)를 향해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조선> "야당과 좌파진영 대선 불복 움직임"
<조선일보>는 16일자 1면 '반복되는 선거不服, 민주주의 흔든다' 제목 기사에서 "최근 민주당과 야권 성향 인터넷 게시판, SNS 등에는 '대선 무효 투쟁'을 촉구하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면서 "대선이 끝난 지 7개월 된 시점에서 야당 일부와 좌파 진영을 중심으로 '선거 불복' 움직임이 점점 조직화하고 있는 모양새다"고 보도했다.
이어 "우리 정치의 고질적 병폐인 '선거 불복' 현상이 2002·2007년 대선에 이어 다시 표출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면서 "이 같은 '대선 불복' 움직임은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는 삐뚤어진 정치 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지적"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2003년엔 한나라당이 '대선 재검표' 요구와 "2008년에는 대선 불복 기류가 '광우병 촛불 집회'라는 형태로 표출됐었다"고 밝혔다.
이쯤되면 기사가 아니라 '소설'이다. 2008년 촛불집회는 대선불복이 아니라, 먹을거리 곧 생명권과 기본권 문제였다. 그러면서 기사는 "이번 촛불집회도 2008년 때와 거의 같은 단체들이 주도하고 있다. 대선 7개월 후에 '대선 무효론'이 더 거세지고 있는 것은 처음"이라며 "그만큼 선거 불복종이 상시화 되고 깊어졌다는 방증이다"고 분석했다.
이번 촛불은 분명, 18대 대선에 대한 '불복' 의미가 있다. 이는 간단하다. 국정원이 부정선거에 개입했기 때문이다. 이는 검찰 수사로도 드러났다. 민주주의가 위협받았다. 그런데도 국정원 부정선거에 대한 비판은 하지 않고, 민주시민들이 촛불을 '든' 것만 비판한다.
<중앙> "5년마다 도지는 대선 불복 '돌림병'"<중앙일보>는 '5년마다 도지는 대선 불복 '돌림병'' 제목 기사에서 "정치권의 시계가 거꾸로 가고 있다. 18대 대선(2012년 12월 19일)이 끝난 지 7개월이 다 돼 가지만 여의도 주변에선 대선 당시의 분위기가 다시 짙어지고 있다"면서 "민주당 문재인 대선 후보 진영에 속했던 인사들이 최근 연달아 대선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는 듯한 발언을 쏟아내면서다"라고 보도했다.
기사는 2002년 한나라당 '대선재검표' 요청과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사태를 예로 들면서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 세 달 만에 대규모 '광우병 쇠고기 촛불집회'가 벌어져 정권이 치명상을 입은 것도 대선 패배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반대 진영의 불복 심리가 깔렸다는 분석"이라고 전했다.
역시 <조선>과 맥을 같한다. 2008년 촛불을 대선 불복으로 여긴 것이다. 이어진 기사 역시 "지금도 상황은 비슷하게 돌아가고 있다. 홍익표 의원은 지난 4월 트위터에 '대선 결과는 무효다. 박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도둑질했다'는 글을 올렸다"면서 "이는 현재 친노 진영에 만연한 정서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며 친노세력이 대선을 불복하는 것으로 몰아갔다. 대선불복을 '돌림병'으로 표현한 것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현재 촛불을 얼마나 폄훼하는지 알 수 있다.
<동아> "막말, 친노세력 결집"<동아일보> 역시 '대선불복 속내 감춘 채… 열성 지지층 결집 노린 '막말 정치'' 제목 기사에서 "막말을 통해 지지층을 결집시키려고 시도하는 것은 대선에서 패배한 정당에서는 드문 현상이 아니다"면서 "2002년 대선에서 패배한 새누리당도 '등신외교'니, '노가리'니 하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난한 적이 있다"고 전해 새누리당까지 함께 비판하는 것처럼 보인다.
<동아>는 "그런데 이번 민주당의 막말은 민주당 지지층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면서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번 막말 사태는 당내 강경파가 당 밖 강경파를 겨냥한 몸부림'이라며 '트위터 등에서 막말을 응원하는 사람들은 많아 봐야 1만, 2만 명에 지나지 않지 않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현재 민주당 막말의 스피커는 친노(親盧·친노무현) 진영 또는 구(舊)주류 세력이다.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해 '당선무효'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박정희가 누구한테 죽었느냐"며 막말을 퍼부은 이해찬 상임고문은 대표적인 친노 인사다. 그는 노무현 정부에서 총리를 지내고 작년 당 대표를 맡은 핵심 인사다. 막말을 통해 대선불복을 부추기는 세력이 '친노'라는 말이다. 이는 김한길 대표를 중심으로한 현 지도부와 친노를 이간질 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
<동아>는 '親盧의 막말, 대선서 두 번 패하고도 반성이 없다' 제목 사설에서도 "서해 북방한계선(NLL) 논란 정국에서 분출된 친노의 막말 공세는 대선 패배의 책임을 '남 탓'으로 돌리고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다시 한 번 세력화를 꾀하려는 전략이란 분석이 있다"고 전한 후, "친노에게 묻는다. 정말 국정원의 댓글 때문에 지난해 대선에서 패했다고 생각하는가. 2002년 승리에 취해 반성 없는 친노에게 끌려다니면 민주당에 미래는 없다"고 맹비난했다.
하지만 이 같은 친노 비판은 설득력이 없다. 막말이 문제지만, 진짜 심각한 문제는 국정원 부정선거이기 때문이다. 국정원 댓글이 선거 결과를 결정한 것은 아닐지 몰라도 국정원이 선거에 개입한 것만으로도 민주주의가 무너뜨린 일이다. 당연히 언론은 민주주의를 무너뜨린 국정원을 향해 매서운 칼을 겨누어야 한다.
민주당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민주주의 사수해야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 그리고 <조중동>이 한 몸이 되어 민주당 막말을 맹비난하면서 뻥튀기 하고 있다. 그 숨은 저의가 무엇일까? 국정원 부정선거에 대한 국정조사가 있다. 국정조사 할 마음이 없는 것이다. 이럴 때 민주당이 할 일은 '말'이 아니라 행동이다. 껍데기 뿐 국정조사가 아니라 알맹이 있는 국정조사 결과를 국민 앞에 내놓거나. 목숨 건 단식투쟁을 해서라도 민주주의를 사수하겠다는 의지를 국민 앞에 내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민주주의를 부정한, 부정하려는 이들에게 말꼬리 잡혀, 끝없이 민주주의가 훼손되는 것을 눈뜨고 '당'하고 말할 것이다. 막말에 분노하는 이들이 민주주의를 두려워하고 있음을 민주당은 명심해야 한다. 국민을 믿고 싸워라. 그러면 국민은 민주당 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