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이면희 글로벌요리전문학교 요리실습실에서 이면희 학교장(오른쪽)이 짜장면 시식에 앞서 조리방법을 직접 설명해 주고 있다.
이면희 글로벌요리전문학교 요리실습실에서 이면희 학교장(오른쪽)이 짜장면 시식에 앞서 조리방법을 직접 설명해 주고 있다. ⓒ 김태근

친구가 이면희 글로벌요리전문직업학교에서 중국요리 최고 과정(심화반)을 다닌다. 평소 중국 음식에 관심이 많았는데 마침 중국요리 시식이 있다고 초청을 해 왔다. 들떠서 학교에 방문하게 됐다. 그런데 와서 보니 짜장면 시식이란다~ (실망)

사실 나는 이 학교 교장인 이면희 교장의 명성을 익히 전해 들어, 현란한 최고급 중국요리를 먹게 되는 줄 알고 은근히 기대했었다. 그런데 그 흔한 짜장면 시식이라니~

실망이 됐으나 체면상 돌아갈 수 없고해서 빨리 시식의 의무(?)를 마치고자 했다. 그러나 이후에 펼쳐진 시간과 장면들은 "짜장면! 그대를 바라보는 나의 시각이 얼마나 우매했고 무지했는가"를 몸소 깨닫는 시간으로 채워졌다.

"짜장면 한 그릇 빨리주세요!" 
"예! 금방 나갑니다."
"왜 이리 늦었어요?" 
"집을 못 찾아서 해맸어요~"
"짜장면이 아니고 떡이네요."

사실 나는 짜장면하면 시간이 급할 때 먹거나 간단한 요깃거리 내지는 배달원이 늦게 배달한 불어터져 떡 진 짜장면을 생각했다. 그러나 이런 나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 이상한(?)짜장면들이 나왔다.

파릇하게 살아있는 오이채~ 까맣다 못해 검푸른 빛깔!~정교하게 썰어진 네모 세모모양의 야채~ 은근 구수하게 풍기는 춘장냄새~~. 특히 얹혀진 춘장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누르스럼한 면 빨의 용트림 포스가  범상치 않아 보였다.

혹시 4색 짜장면? 아니면 짜장면을 가장한 검정 스파게티?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의심 많은 필자는 직접 맛보기에 나섰다. 때로는 '아삭 아삭~' 때로는 부드럽게 감기고~ 때로는 구수하면서 담백하고 ~ 때로는 쫄깃쫄깃 상끗~. 만든이(이면희 교장)의 수고가 곁들여져 일개 짜장면이 천상의 음식으로 승천할 지경이었다. 특히 이 교장이 짜장소스를 만들 때의 현란한 조리광경과 팬 돌리기 예술이 맛에 멋을 더했다.

이날 나온 짜장면은 기본인 간짜장과 채를 썰 듯 가녀리게 다져진 양파가 곁들인 유니짜장면, 가느다랗게 썬 돼지고기에 굵은 칼질이 된 채소가 조화되어 상큼한 맛을 준다는 유슬짜장면 3가지였다.

가지런하고 정결하게 조합을 이루던 주재료에 조리과정 중간 중간 절제된 부재료가 썪여져 칼맛과 불맛을 품은 춘장이 되더니 똬리를 튼 면빨에 생명꽃을 피웠다. 특히 춘장을 볶을 때 나는 구수하고도 향기롭고 매력적인 냄새는 어린시절 최고의 외식음식이던 짜장면에 대한 그리움이 물밀듯 밀려오게 했다. (사실 본인은 어릴 때 중국집 앞에서 짜장면 사달라고 엄마에게 매달리다가 얻어맞은 적도 있다.)

이날 시식회는 짜장면이 재료와 칼질, 불의 온도 및 시간별 강약 등에 따라 차별화되고 여러 가지 독특한 맛을 낼 수 있는 최고음식임을 느끼게 해 주는 기회가 됐다. 이 교장은 이외에도 열댓가지의 기본짜장면이 있고 감자, 콩, 순무 등 지역특산물을 주재료로 하는 응용 짜장면들이 있는데 조만간 종합해 책으로 편찬하겠다고 말했다.

이 교장은 짜장면을 누구나 요리할 수 있도록! 짜장면으로 소외된 이웃을 돕고자 하는 모든 봉사자들이 맛있는 짜장면을 만들 수 있도록! 모든 기술을 전수해 주고 공개해 주겠다고도 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생각인가! 사실 중국음식 짜장면은 이제 대한민국 음식이 됐다. 이번 시식회를 통해 짜장면에게 한마디 하고 싶다.

"얕봐서 미안하다, 짜장면~  고맙다. 친구야~"


#이면희#짜장면#중국요리#시식#요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