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이면희 글로벌요리전문직업학교에서 중국요리 최고 과정(심화반)을 다닌다. 평소 중국 음식에 관심이 많았는데 마침 중국요리 시식이 있다고 초청을 해 왔다. 들떠서 학교에 방문하게 됐다. 그런데 와서 보니 짜장면 시식이란다~ (실망)
사실 나는 이 학교 교장인 이면희 교장의 명성을 익히 전해 들어, 현란한 최고급 중국요리를 먹게 되는 줄 알고 은근히 기대했었다. 그런데 그 흔한 짜장면 시식이라니~
실망이 됐으나 체면상 돌아갈 수 없고해서 빨리 시식의 의무(?)를 마치고자 했다. 그러나 이후에 펼쳐진 시간과 장면들은 "짜장면! 그대를 바라보는 나의 시각이 얼마나 우매했고 무지했는가"를 몸소 깨닫는 시간으로 채워졌다.
"짜장면 한 그릇 빨리주세요!" "예! 금방 나갑니다." "왜 이리 늦었어요?" "집을 못 찾아서 해맸어요~" "짜장면이 아니고 떡이네요." 사실 나는 짜장면하면 시간이 급할 때 먹거나 간단한 요깃거리 내지는 배달원이 늦게 배달한 불어터져 떡 진 짜장면을 생각했다. 그러나 이런 나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 이상한(?)짜장면들이 나왔다.
파릇하게 살아있는 오이채~ 까맣다 못해 검푸른 빛깔!~정교하게 썰어진 네모 세모모양의 야채~ 은근 구수하게 풍기는 춘장냄새~~. 특히 얹혀진 춘장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누르스럼한 면 빨의 용트림 포스가 범상치 않아 보였다.
혹시 4색 짜장면? 아니면 짜장면을 가장한 검정 스파게티?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의심 많은 필자는 직접 맛보기에 나섰다. 때로는 '아삭 아삭~' 때로는 부드럽게 감기고~ 때로는 구수하면서 담백하고 ~ 때로는 쫄깃쫄깃 상끗~. 만든이(이면희 교장)의 수고가 곁들여져 일개 짜장면이 천상의 음식으로 승천할 지경이었다. 특히 이 교장이 짜장소스를 만들 때의 현란한 조리광경과 팬 돌리기 예술이 맛에 멋을 더했다.
이날 나온 짜장면은 기본인 간짜장과 채를 썰 듯 가녀리게 다져진 양파가 곁들인 유니짜장면, 가느다랗게 썬 돼지고기에 굵은 칼질이 된 채소가 조화되어 상큼한 맛을 준다는 유슬짜장면 3가지였다.
가지런하고 정결하게 조합을 이루던 주재료에 조리과정 중간 중간 절제된 부재료가 썪여져 칼맛과 불맛을 품은 춘장이 되더니 똬리를 튼 면빨에 생명꽃을 피웠다. 특히 춘장을 볶을 때 나는 구수하고도 향기롭고 매력적인 냄새는 어린시절 최고의 외식음식이던 짜장면에 대한 그리움이 물밀듯 밀려오게 했다. (사실 본인은 어릴 때 중국집 앞에서 짜장면 사달라고 엄마에게 매달리다가 얻어맞은 적도 있다.)
이날 시식회는 짜장면이 재료와 칼질, 불의 온도 및 시간별 강약 등에 따라 차별화되고 여러 가지 독특한 맛을 낼 수 있는 최고음식임을 느끼게 해 주는 기회가 됐다. 이 교장은 이외에도 열댓가지의 기본짜장면이 있고 감자, 콩, 순무 등 지역특산물을 주재료로 하는 응용 짜장면들이 있는데 조만간 종합해 책으로 편찬하겠다고 말했다.
이 교장은 짜장면을 누구나 요리할 수 있도록! 짜장면으로 소외된 이웃을 돕고자 하는 모든 봉사자들이 맛있는 짜장면을 만들 수 있도록! 모든 기술을 전수해 주고 공개해 주겠다고도 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생각인가! 사실 중국음식 짜장면은 이제 대한민국 음식이 됐다. 이번 시식회를 통해 짜장면에게 한마디 하고 싶다.
"얕봐서 미안하다, 짜장면~ 고맙다. 친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