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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 7일(현지시각) 오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한·미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회견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지난 5월 7일(현지시각) 오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한·미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회견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 청와대

정부가 당초 2015년 말로 예정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시기를 다시 연기하자고 미국에 제의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방부는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올해 전반기에 심각해진 북한 핵 문제 등 안보상황을 중요한 조건으로 고려하면서 전작권 전환 준비를 점검해 나가자고 미 측에 제의한 상태로 한미간 논의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우리 정부가 전작권 전환 재연기를 제안했다"는 미국 고위당국자의 말을 인용한 <연합뉴스> 보도에 대해서는 "미 측에 연기를 제안한 적은 없다"고 이를 부인했다. 이 관계자는 또 "해석의 차이였는지, 발언의 실수였는지 모르겠다"며 "지난 3월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안보 위협이 고조됐을 때 적절한 채널을 통해 미국 측에 우리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의 말은 전작권 전환 재연기를 제안한 것은 아니지만 전작권 전환 시기와 관련한 논의는 진행 중이라는 다소 모호한 입장을 밝힌 것으로 읽힌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도 미국 측에 2015년 말로 예정됐던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시점을 연기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할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 고위관계자는 전작권 전환 연기 논의와 관련, "미국 측에 논의하자고 요청했다"며 "그 사이 많은 대북 관련 상황에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을 고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표면적으론 북핵·미사일 위협이 전작권 전환 재논의 배경

표면적으로 전작권 전환 시기 재논의가 나온 가장 큰 이유는 북한의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위협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12일 인공위성 '광명성 3호' 발사와 올 2월 12일 3차 핵실험에 모두 성공한 바 있다.

국방부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비한 '킬 체인(Kill Chain)' 구축 완료 등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한 우리 군의 대응능력이 확충될 때까지 전작권 전환시기 연기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미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의 이번 제안은 지난 3월 북한이 한국에 대한 군사적 위협의 강도를 높여가던 상황에서 이뤄졌다고 국방부는 밝혔다. 국방부 위용섭 공보과장은 "당시 한미 양국의 군사 채널을 통해 이런 의견을 전달했고, 해당 부서에서 이 문제를 계속 논의해왔다"고 말했다.

전작권이 전환되면 한미연합사령부가 사실상 해체되는 것에 대한 보수층의 우려도 전작권 전환 시기 재논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미연합사 해체 반대" 공언했던 남재준 국정원장

 지난 2006년 10월 9일 북핵 반대, 한미연합사 해체 반대를 위한 촛불기도회가 서울 청계광장에서 성우회,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뉴라이트전국연합 등이 참여하는 '한미연합사 해체반대 천만명 서명운동본부' 주최로 열렸다.
지난 2006년 10월 9일 북핵 반대, 한미연합사 해체 반대를 위한 촛불기도회가 서울 청계광장에서 성우회,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뉴라이트전국연합 등이 참여하는 '한미연합사 해체반대 천만명 서명운동본부' 주최로 열렸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전작권은 한반도 유사시 한국군과 미군 증원군의 작전을 통제할 수 있는 권한으로, 현재상태에서는 '중대하고 불리한 영향을 초래할 수 있는 긴장상태가 전개되거나 군사개입 가능성이 존재하는 상태'를 의미하는 '데프콘3'가 발령되면 미군 4성 장군인 한미연합사령관이 이를 행사하게 된다.

박근혜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세력인 성우회와 재향군인회 등은 "전작권이 전환되어 연합사가 해체되면 유사시 한국군과 미군이 연합작전을 하기가 어렵고, 주한미군은 주둔 명분이 약화되어 전면철수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이는 한미동맹의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논리로 전작권 전환에 반대해 왔다.

성우회의 전작권 환수 반대 운동을 주도해온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의 존재도 눈여겨 봐야한다. 지난 3월 인사청문회에서 남 원장은 "북한이 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오판을 줄 수 있어 한미연합사 존속을 지지한다"며 "2015년으로 예정된 전작권 이양 문제를 다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전작권 전환에 반대하던 남재준 국정원장이 취임하면서 재연기론이 힘을 받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고, 우리 군이 이에 대비한 능력을 갖추는 것은 단시일에 끝나기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에 전작권 전환 시점이 또 다시 연기된다면 장기간 연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전작권 전환 논의에 이미 북핵 변수도 포함" 반론도

김종대 <디펜스21 플러스> 편집장은 "북한이 지난 1990년대 핵개발을 시작했을 때 이미 전작권 전환 논의에는 북핵 변수가 포함돼 있었다"며 "북핵 가능성을 검토해서 만든 것인데 다시 연기론의 근거로 쓰이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최종건 연세대 교수(정치외교학)도 "당초 우리가 전작권을 환수하려했을 때는 안보환경이 지금보다 좋아서 추진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라며 "북한의 3차 핵실험 때문에 전작권을 연기해야 한다면, 같은 논리로 북핵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전작권 전환은) 반복적으로 연기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또 이미 한미간에 2015년 12월을 기해 전작권을 전환하기로 합의하고 세부 이행계획까지 나와 있는 상황에서, 다시금 우리 측의 요구로 재연기 얘기가 나옴으로써 한국이 불리한 위치에 처하게 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종대 편집장은 "우리가 전작권 전환시기를 다시 연기하자고 제안하면 미국은 마지 못하는 척하면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며 "귀책사유가 한국에 있다는 이유로 비용을 다 우리 측에 전가하는 등의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당장 미국은 우리측과 협상중인 방위비 분담금 증액 문제 등 전작권 전환을 다른 현안과 연계할 가능성도 있다.

공론화 없이 '환수 재연기' 밀실추진 비판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22일 오전 서울 용산 한미연합군사령부에 도착해 브리핑실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권오성 한미연합사 부사령관(박당선인 오른쪽), 제임스 서먼 한미연합사 사령관(박당선인 왼쪽)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22일 오전 서울 용산 한미연합군사령부에 도착해 브리핑실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권오성 한미연합사 부사령관(박당선인 오른쪽), 제임스 서먼 한미연합사 사령관(박당선인 왼쪽) ⓒ 인수위사진기자단

무엇보다 그동안 공식적으로는 "2015년 전작권 전환"을 공언해온 청와대와 국방부가 비공식적으로는 미국 측에 재연기를 포함한 재논의를 제안한 모양새여서 이에 대한 비판 여론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인 지난해 11월 5일 외교안보통일정책을 발표하면서 "북한의 도발을 억지하기 위한 한미 동맹을 포함한 포괄적 방위역량을 강화해 나가고, 2015년 전시작전권 전환을 차질없이 준비하겠다"고 말한 데 이어, 공약집에서도 '2015년 전시작전권 전환 차질 없이 준비'라고 천명했다.

지난 2월 작성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안보 분야 국정과제에도 '전략동맹 2015에 근거해 전작권 전환 정상 추진'하겠다는 내용이 유지됐다. 국방부도 지난 4월 1일 대통령 업무보고 당시 "2015년 12월을 목표로 전작권 전환을 추진하고, 새로운 연합방위체제를 구축하겠다"고 보고했다.

이어 지난 5월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양국은 오는 2015년 전작권 전환을 위한 작업을 예정대로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전작권 전환 역시 한미연합방위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준비, 이행되어야 할 것이라는 점에 의견을 같이 했다"며 전작권 전환 시기를 못 박지 않는 방식으로 여지를 남겼다. 때문에 전환 시기에 대한 언급 없이 '방위력 강화'를 강조한 박 대통령의 발언이 전환 계획 수정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한미 정상회담 이후에도 김장수 안보실장은 지난 6월 11일 "2015년 12월 1일 전작권 환수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박 대통령이 우리 안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전작권 전환 문제를 아무런 공론화 과정 없이 양국 국방장관 사이에서 처리하려 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야당 일제 반발 "어떤 논의 있었는지 밝혀야"

민주당 배재정 대변인은 17일 "박근혜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5월초 정상회담에서 2015년말 전작권 전환 방침을 공식 확인한 바 있다, 그리고 불과 두 달여 만에 연기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며 정부의 태도 변화를 비판했다.

배 대변인은 "이제라도 정상회담 당시, 그리고 그 이후 양국간에 어떤 논의가 이뤄졌는지 밝혀야 한다, 또 지난달 1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 안보회의에서 양국 국방장관이 이와 관련해 어떤 협의를 했는지도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또 "안보 문제는 정부 고위 당국자 몇몇이 밀실에서 진행해서 될 일이 아니다. 국민적인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청와대와 국방부는 지금이라도 국민들 앞에 그간의 논의 과정과 진행 상황을 투명하게 밝히고 국민의 의견을 겸허하게 수렴하라"고 촉구했다.

진보정의당도 논평을 내고 "전작권 전환을 애초 계획대로 정상 추진한다는 것은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고 5월28일 발표된 국정과제에서도 재천명됐던 것이다, 이제 와 그것을 뚜렷한 이유 없이 뒤집는 것은 국민에 대한 기망에 다름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전작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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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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