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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체: 18일 오후 4시]

 이통3사 보조금 경쟁이 한창이던 지난 6월 서울 마포의 한 휴대폰 판매점. 갤럭시S4 등 최신 스마트폰이 모두 '공짜'라고 홍보하고 있다.
이통3사 보조금 경쟁이 한창이던 지난 6월 서울 마포의 한 휴대폰 판매점. 갤럭시S4 등 최신 스마트폰이 모두 '공짜'라고 홍보하고 있다. ⓒ 김시연

"90만 원짜리 갤럭시S4가 18만 원? 말이 되느냐!" 

방통위가 숨은 존재감을 확실히 알렸다. 상습적인 이동통신사 보조금 과열 경쟁에 역대 최대 과징금으로도 모자라 '주도 사업자' 영업정지란 초강수를 둔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경재)는 18일 과천정부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열어 휴대폰 보조금을 차별지급한 이통3사에 과징금 669억 6천만 원을 부과했다. 이는 2008년 방통위 출범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SK텔레콤이 364억 6천만 원으로 가장 많았고 KT가 202억 4천만 원, LG유플러스가 102억 6천만 원을 부과받았다. 여기에 '위반 주도 사업자'로 뽑힌 KT는 오는 30일부터 7일간 신규 가입자 모집 금지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올해 초에도 이통3사가 돌아가면서 영업정지를 받은 적이 있지만 단독 영업정지는 처음 있는 일이다. 그만큼 해당 업체에겐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퍽치기 해도 지갑 없으면 선처?"... 방통위원들, 이통3사 '뭇매' 

새 정부 들어 미래창조과학부와 '역할 분담' 이후 비교적 한산했던 방통위 방청석과 기자실도 이날은 모처럼 붐볐다. 이통3사 관계자들을 불러 소명을 듣는 자리에서도 상임위원들 목소리엔 어느 때보다 힘이 실렸다.

김충식 방통위 부위원장은 SK텔레콤에 대해 "보조금 차별은 소비자 수탈이고 선량한 시민 착취"라면서 "제재 기간 중 불법을 저지르는 건 운전면허 취소 기간에 음주 운전한 것과 비슷하다"고 꼬집었다. 또 KT에게는 "제재 기간에 가장 심각한 불법을 저질렀다"면서 "국민의 KT라면서 국민에 대한 모욕, 능욕 아닌가"라고 따졌다.

'정도경영'을 앞세운 LG유플러스에도 "정도경영은 남이 불법해도 나는 꿋꿋하게 정도 가겠다는 거 아닌가"라며 "신규모집 금지 기간에 위반한 게 과연 정정당당한가"라고 비꼬았다.

KT가 실제 보조금 경쟁으로 얻은 이득이 없다며 선처를 호소하자 양문석 상임위원은 "'퍽치기'로 사람 쓰러졌는데 지갑이 없으면 선처해 줘야 하나"라면서 "제 돈 주고 90만 원에 산 사람이 있고 18만 원에 산 사람도 있는데 이건 이용자 차별이고 국민 개개인 이해에 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조금 차별 조사 기간을 미리 알려달라는 SK텔레콤 요구에 김대희 상임위원은 "경찰관이 어떻게 순찰 도는지 알려달라는 건 조사 기간을 피하게 해달라는 것 아니냐"고 꼬집기도 했다.

신규모집금지 때는 SKT, 과열기간엔 KT가 '위반 주도' 

이번 방통위 조사는 이통3사 신규 모집 금지 기간이었던 지난 1월 8일부터 3월 13일까지와  보조금 경쟁이 과열된 4월 22일부터 5월 7일까지 각각 이뤄졌다. 신규모집 금지 기간에 위법성 판단 기준인 보조금 27만 원을 초과한 비율은 이통3사 평균 71.9%로 역대 최고였고, 보조금 수준 역시 41만7천원에 달했다. 2010년 이후 조사에서는 위반율이 48%를 넘은 적이 없었다.

이 기간 위반율은 SK텔레콤이 73.8%로 가장 높았고 KT 73.1%, LG유플러스 66.6% 순이었다. 보조금 수준은 KT가 43만6천원을 가장 많았고, SKT가 42만원, LG유플러스가 38만1천원이었다. 다만 이 기간에는 이통3사가 순차적으로 영업을 정지해 주도사업자 선정이 어렵다며 과징금만 부과했다.

정작 '주도 사업자'를 뽑은 4-5월 과열 기간에는 위반율 51%, 평균 보조금도 30만3천 원으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이통3사 가운데 KT 위반율이 55.6%로 가장 높았고,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은 48.8%와 48.5%로 비슷했다. 보조금 수준도 KT가 32만6천 원으로 가장 많았고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각각 29만7천 원, 27만8천 원이었다.

전체위반율, 위반율 높은 일수, 번호이동 위반율, 전체 평균보조금 등 6가지 지표를 기준으로 벌점을 계산한 결과, KT가 97점으로, LG유플러스(52점)와 SK텔레콤(32점)을 크게 앞서 '위반 주도 사업자'로 선정됐다.

위반율이 70%대로 높아져 기준 과징금을 관련 매출액 대비 최대 2%로 정하고 이통3사 모두 5차례 위반으로 30%가 가중되다 보니 과징금 액수도 역대 최대 규모였다. 신규모집금지 기간에는 SK텔레콤이 337억4천만 원, KT 175억4천만원, LG유플러스 91억6천만 원으로 모두 604억4천억 원에 달했다. 과열기간에도 각각 27억 2천만 원, 27억 원, 11억 원 등 65억2천만 원이 더 보태져 모두 669억 6천만 원이 부과됐다.

주도 사업자에 대한 신규 모집 금지 기간 산정을 놓고 상임위원들 사이에 일부 이견이 있었지만 1개사 단독 영업 정지는 처음인 걸 감안해 7일로 정했다. 다만 다음 주도 사업자 선정 때부터는 14일, 21일로 점차 기간을 늘리기로 했다.

앞서 방통위는 지난해 12월 24일 불법 보조금을 지급한 이통 3사에 영업정지(신규가입자 모집 금지) 조치한 데 이어 지난 3월 14일에도 과징금 53억 원을 추가 부과했다. 당시 방통위는 주도 사업자를 한 곳으로 정해 해당 업체만 신규가입자 모집을 금지하는 등 제재 수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이경재 위원장은 이날도 "주도 사업자만 일벌백계하겠다고 했지만 조사 결과 오십보백보, 종이 한 장 차이여서 주도 사업자를 정해야 하는지 의문이 있다"면서도 "이미 공약한 것이고 점점 더 일벌백계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이통3사간 우열 가리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주도 사업자'만 영업정지를 하는 게 자칫 다른 사업자에게 면죄부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오남석 방통위 이용자정책국장은 "과징금은 모두 부과했고 주도 사업자를 정해 영업정지를 하는 건 위원회 재량"이라면서 "3사 모두 영업정지를 해선 현재 상태에 변화가 없어 (한 사업자만 정하는 게) 시장 안정화 수단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방통위는 현재 1년에 한 차례 조사해 연말에만 징계하던 방침을 바꿔 보조금 시장이 과열될 때마다 상시 조사하기로 했다. 다만 이런 강경 조치에도 단말기 가격 거품이 꺼지지 않아 소비자 부담만 늘어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이에 오남석 국장은 "과다한 보조금은 신속하게 대응하면 진정될 것"이라면서도 "단말기 가격이 내려갈지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방통위#보조금#이통사#K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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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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