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름지기 '히어로'라면 잘생긴 외모에 명석한 두뇌, 싸움 실력은 기본인데다 필요에 따라서는 변장과 변신에도 능해야 한다. 더욱이 그 히어로가 정체를 숨긴 채 활동해야 한다면? 위에 나열한 조건들은 충분조건이 아닌 필수조건이 되어야만 한다. 여기 패셔너블하고 로맨틱하면서 유머러스한 히어로가 있다. 그 이름하야, 스칼렛 핌퍼넬!
바로네스 오르치의 고전 소설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스칼렛 핌퍼넬>은 낮에는 화려한 한량 영국 귀족으로, 밤에는 프랑스 공포정권에 대항하며 감옥에 갇힌 사람들을 구출해내는 비밀결사대의 수장으로 활동한 영웅 스칼렛 핌퍼넬(퍼시)의 이야기다.
매력적인 캐릭터인 만큼 영화뿐만 아니라 드라마로도 제작된 바 있으며, 영국에서는 연극으로만 2천회 이상 공연되기도 했다. 뮤지컬로는 1997년 브로드웨이 초연 이후 토니어워즈 최우수작품상, 대본상, 남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됐으며, 뮤지컬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국내 초연만을 손꼽아 기다려온 작품 중 하나다.
감각적인 무대와 화려한 의상 등의 볼거리 또한 가득한 뮤지컬 <스칼렛 핌퍼넬>은 여자 캐릭터 이상으로 남자 캐릭터의 의상이 다양하다. 이는 낮에는 패션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한량 귀족 '퍼시'로, 밤에는 영국과 프랑스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스칼렛 핌퍼넬'로 활약하는 이중생활의 탓이기보다는 캐릭터 특성상 개성 넘치는 패션 감각의 소유자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1막 퍼시와 마그리트의 결혼 장면에서는 누구도 소화하기 힘든 올 화이트, 작품의 하이라이트이자 2막 오프닝 무대인 가면무도회에서는 올 레드에 골드로 포인트를 준 의상을 들 수 있다.
한편, 박건형, 박광현, 김선영, 바다(최성희), 양준모, 에녹 등 최고의 배우들이 출연해 작품에 대한 기대를 더하고 있는 가운데, 퍼시/스칼렛 핌퍼넬 역의 트리플 캐스트 중 한 명인 한지상의 부상(浮上)이 눈에 띈다.
뮤지컬 <서편제> <완득이> <넥스트 투 노멀> 등 출연작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며 관객들을 향해 한발 한발 성큼성큼 다가서고 있는 그는 비밀 결사대인 리그의 수장으로서 위험한 위기 상황 속에서도 여유를 잃지 않으며 재치 있게 넘길 줄 아는 위트와 특유의 제스처, 쇼블랑의 화를 살살 돋우는 밉살스러운 연기로 관객들로부터 아낌없는 박수를 받는가 하면, 깔끔하고 매끄러운 고음처리로 듣는 이들의 가슴까지 시원하게 만든다.
2005년 <그리스>로 데뷔한 이래 연기는 물론 뛰어난 가창력까지 소유한 그는 최근작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에서 유다를 연기, 당시 오디션에서 유다의 넘버 'Heaven on Their Minds'를 원곡보다 두 키나 높여 부른 데모 테이프를 보내 제작진의 오케이 사인을 단번에 받아낸 일화도 있다.
무대와 캐릭터 그리고 캐스트에 이르기까지 지금껏 봐온 그 어떤 작품보다도 화려함을 넘어 '블링블링함'에 승부수를 띄운 뮤지컬 <스칼렛 핌퍼넬>의 강렬한 유혹은 9월 8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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