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우 피해 경고가 연일 방송되고 있다. 중부지방에는 장마전선이 오르락 내리락 장대비를 집중적으로 쏟아 내린다. 시골 밭에는 봄에 심은 애기 단풍이 가뭄을 이기지 못하고 말라죽었다.
호우와 가뭄이 이렇게 장기간 계속되는 것도 흔치 않는 모양이다. 열대야에 잠을 설쳤다. 전과 달리 밤에 깨면 쉽게 잠들지 못한다. 책을 보거나 TV를 보며 다시 잠을 청해 보지만 눈만 말똥말똥, 몸이 천근만근이다. 오전 7시까지는 딸집에 가야 한다. 손녀 하은이의 유치원 가는 것도 도와야 하고 '콩콩이'도 봐야 한다.
"접근 금지""콩콩이 그렇게 보면 안 돼요"손녀딸 하은이(콩)가 '콩콩이'에게 접근을 못하게 '접근금지' 명령을 내렸다. 전에는 가로 막기만 하더니 어디서 배웠는지 '접근 금지'다. 이런 경고를 자주 내린다.
겨우 접근 허락을 얻어 콩콩이에게 다가갔다. 요즈음은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란다. 콩콩이 자는 모습이 천사 같아 한참을 들여다봤다. 그런데 그렇게 보면 안 된다고 한다. 옆에 나란히 누워서 보라고 친절히 가르쳐준다.
"우유 먹이고 거품 남으면 알려 주세요."애 엄마가 22일부터 출근을 했다. 육아수첩을 보니 3시간마다 우유를 먹인 모양이다. 배가 고픈지 낑낑 거린다. 물 150CC와 분유 25.5g을 섞어서 컵에 넣고 찬물에 적당히 식혔다. 원시적 방법이지만 우유를 손목 핏줄 부위에 몇 방울 떨어뜨렸다. 뜨겁지가 않다. 전에 하은이게 먹였던 방법이다. 콩콩이를 안고 우유를 먹이려는 순간 하은이가 우유 먹이고 거품 남으면 알려 달라고 한다. 알아서 무엇을 하려는 걸까.
"하부지 콩콩이 생일(백일)날 축하해주러 와야 해요."하은이가 콩콩이 백일을 축하하러 오라고 귀에 대고 속삭였다. 서울 아들네도 내려왔다. 우리는 2남 1녀를 두었다. 그런데 100일, 돌 사진이 하나도 없다. 어머니가 계신데 무슨 잔치를 하느냐는 26세 가장인 나의 고집스러움 때문이었다.
자녀들 사진첩을 볼 때마다, 그리고 결혼식에 초대받아 동영상을 볼 때마다 사진이라도 찍어 둘 걸 후회한다. 다시 돌아오지 않는 장면들은 기록으로 남겨 주어야 한다. 어린 시절로 되돌아 갈 수는 없다.
콩콩이 백일잔치를 가족행사로 간단히 치렀다. 전에 경험이 있어서 조금은 요령이 생겼다. 우선 조그만 현수막을 걸고 거실 의자와 탁자를 보자기로 씌웠다. 풍선은 천장에 테이프로 붙여서 메달았다. 떡은 백설기로 아내가 직접 만들었다. 하얀 백설기 떡은 무병장수를 상징한다고 한다. 이렇게 집에서 가족행사로 준비하니 비용도 덜 들고 주위분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아서 좋다. 백일잔치는 지금까지 아무 탈 없이 살아준 것에 대한 축하의 의미가 크다.
27일 오후 7시. 아들과 딸 내외, 사돈 어르신 등 10 명이 참석했다. 상을 차리고 백일 축하 노래를 하은이와 서현이가 불렀다. 그리고 하은이의 축하 인사, 선물 증정, 케이크 절단, 사진 촬영 순으로 진행했다.
역시 하이라이트는 사진 촬영이다. 2~3시간에 걸쳐 여러가지 모습을 담았다. 콩콩이 자리에 하은이가 앉아 있다. 자신의 백일잔치인 줄 아는 모양이다.
아이들 양육은 나의 가장 큰 행복이다.
"'콩콩이' 백일 축하해.""건강하게 자라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