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수정: 24일 오전 10시]
부산 북구청이 청소위탁 업체와 재계약을 하는 과정에서 청소노동자들의 대량 해고가 우려되자 북구청과 청소노동자들 사이에 책임 공방이 뜨거워지고 있다. 23일 오전에는 야당·시민사회·노동계 등으로 구성된 부산지역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책연대(비정규직 정책연대)가 구포동 북구청을 찾아 청소노동자들에 대한 직접고용과 정리해고 철회 등을 촉구했다.
기자회견에서 비정규직 정책연대는 북구청이 청소노동자들의 계약해지 통보 사유로 들고있는 용역결과 보고서에 대한 문제점을 집중 지적했다. 북구청은 용역기관에 의뢰한 용역 결과를 근거로 1톤 트럭 8대를 제공하는 대신 인건비를 줄이겠다는 판단하에 새로운 도급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하지만 비정규직 정책연대는 "노동자들은 십여 년 전부터 자신들의 돈으로 1톤 차량 27대를 구입하여 쓰레기 문전 수거 업무를 해 왔다"며 "현장의 노동자들이 너무도 힘든 노동에 자신들의 차량을 투입해서 십여 년간 노동해 온 현실을 무시하는 탁상행정의 표본이 아닌가"라고 북구청을 비판했다.
이화수 통합진보당 부산시당 부위원장도 "용역 설계는 북구의 청소행정을 제대로 하기 위해 쓰레기를 제대로 수거하고 제대로 처리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가 무엇인지 조사하는 것"이라며 "북구청의 용역설계 결과를 보면 사람을 자르고, 노동 강도를 높여서 일을 더 시키겠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장현술 민주노총 부산본부 사무처장은 "북구에는 인구가 계속 늘어나고, 아파트는 계속 생기는데 쓰레기 양은 줄어든단 말인가"라며 "대통령은 한명이라도 더 일자리 만든다고 말하고, 그래서 시간제 일자리 만들겠다고 말하는데 멀쩡히 일하던 노동자들을 일일이 자르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비정규직 정책연대의 비판을 북구청 측은 자신들과는 관계없는 위탁 청소업체와 노동자들 사이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북구청 관계자는 "우리구는 도급 계약을 체결해 업체와 계약을 맺을 뿐 이후 개별 회사가 인원을 줄이는 것은 회사의 경영에 관한 사항"이라며 "이 분(청소노동자)들은 공공부분 비정규직이 아니라 위탁업체에 고용된 정규직"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청소노동자들의 요구인 직접 고용에 관해서 "전국에서 직영하는 곳은 몇 군데가 안 되고, 무기계약직으로 직고용을 하면 총액인건비가 올라가 우리구의 일반 직원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리해고 철회 주장 역시 노사 간의 협의해서 풀 부분이지 우리 구에서 나설 부분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자치구가 집행한 예산에 따라 위탁계약이 이루어지는 만큼 북구에도 상당한 책임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박흥주 북구의회 의원은 "청소용역 금액의 60%가 인건비인데, 구청이 인원을 몇 명으로 하라고 정해놓지 않고 금액을 상정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구청이 비상적인 말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 의원은 "위탁계약 업체수와 관리직을 줄인다면 청소인력을 줄이지 않아도 된다"며 "힘이 있는 업체와 관리직은 그대로 두면서 현장에서 일을 하는 힘없는 미화원만 죽이려 하는 것은 논리적 타당성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