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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계속되는 전북지역 사회복지시설의 인권유린을 규탄하며 전북도청의 대책 수립을 촉구하는 장애인들의 대규모 항의가 24일 있었다. 전북 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북 장차연)은 24일부터 전북도청 앞에서 전북도청이 대책을 마련할 때까지 천막농성에 들어갈 예정이다.

24일 대규모 항의에는 전국의 장애인 인권활동가들이 모였다. 그 수만 100여 명. 이들은 오후 2시 결의대회를 시작해 다음날 오전 0시 30분까지 투쟁을 이어갔다.

 24일 저녁, 전북도청 1층 장애인 화장실 이용을 요구하는 장애인들의 저항이 늦은 시간까지 계속됐다.
 24일 저녁, 전북도청 1층 장애인 화장실 이용을 요구하는 장애인들의 저항이 늦은 시간까지 계속됐다.
ⓒ 문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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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도청이 약자 이겨서 뭐하냐"

이렇게 장시간 동안 인권활동가들의 투쟁이 진행된 배경에는 화장실이 걸려있다. 집회가 한창인 오후 3시께, 인권활동가들이 도청사 정문과 이어지는 장애인 보행로를 차단막으로 막아놓은 것을 확인하면서 촉발된 저항은 저녁에는 화장실 이용을 촉구하면서 계속됐다.

오후 9시께 전북도청 현장을 다시 찾은 기자가 가장 먼저 들었던 인권활동가들의 구호는 "화장실"이었다. 일부 장애인 인권활동가들이 '도청사 정문 출입 허용과 도청 1층 로비에 있는 장애인 화장실 이용'을 요구하며 도청사 정문을 막고 있는 100여 명의 경찰병력과 충돌했다. 이들은 "화장실"을 연호하며 저항했다. 당시 운동 및 산책을 하러 온 일부 시민들도 인권활동가들의 "화장실" 구호를 함께 외치기도 했다.

인권활동가들은 경찰과 전북도청에 한 명씩이라도 출입을 허용하여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도청 측은 별관 1층 화장실과 야외 화장실을 이용하면 된다며 정문을 봉쇄했다.

전북 장차연 신명환 집행위원장은 "별관 1층 장애인 화장신을 남녀공용이고 야외 화장실은 좁아서 전동휠체어로 이동하는 장애인은 이용하기 무척 불편하다"면서 "한 명씩만이라도 허용할 것을 요청했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강하게 항의하는 장애인들.
 강하게 항의하는 장애인들.
ⓒ 문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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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과 인권활동가들의 마찰이 지속된 오후 10시께 생명평화 마중물 대표 문규현 신부가 현장을 방문했다. 문규현 신부는 전북도청 관계자에게 "이기려고 하지 마라, 세상에 멸시와 차별을 받으며 매번 지기만 했던 약자들을 전북도청이 이겨서 뭐하냐"면서 장애인들의 화장실 이용 보장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 같은 문규현 신부의 요청도 전북도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기자 역시 청사관리 담당자에게 "1명씩 화장실을 이용하겠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협상이 가능한 문제 아니냐"고 물었지만, 답변을 피했다.

25일 전북도청 청사관리계 관계자는 "오후부터 별관 화장실을 이용하라고 했고, 그곳을 장애인들이 이용해왔다"면서 "상황이 상황인 만큼 그렇게 요청을 한 것이지 도청이 (장애인들의 요구를)거부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결국 화장실을 둘러싼 전북도청, 경찰과 장애인들의 공방은 약 6시간 가까이 지속됐다.

박경석 전국 장차연 대표는 "집단 성추행하고 성폭행하고 감금, 갈취, 인권유린은 현재 전북지역 시설들에서 발생했다, 그 책임을 전북도지사가 다 하라고 요구하며 우리가 이 자리에 왔다"면서 "그런데 도지사는 안 보이고 1명씩 이동하여 화장실을 이용하겠다는 것을 막고 있다, 이 작태가 부끄럽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이 지금 해야 하는 일은 장애인 화장실 가는 것을 열심히 막는 것이 아니라, 성폭행한 시설 비리자들을 색출하여 수사하고 처벌하는 것이다"라며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것은 우리 장애인이 아니고 댓글 알바나 하고 있는 국가정보기관이다, 이들이나 잡아라" 고 성토했다.

 24일 장애인들이 전북도청 앞에서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24일 장애인들이 전북도청 앞에서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 문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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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25일 오후 전북도청 복지여성보건국장과 전북 장차연 관계자들이 만난다. 이 자리에서 전북 장차연은 전북지역에서 잇달아 벌어지고 있는 장애인 시설의 인권침해와 비리에 대해 전라북도의 대책 마련을 강력하게 촉구할 예정이다.

전북 장차연 관계자는 "이날 면담을 천막농성장 침탈의 근거로 삼으려 하는 것은 곤란하다"면서 "우리는 대책 마련에 대한 입장을 김완주 전북도지사에게 직접 듣고자 한다"고 김완주 지사와의 면담을 강하게 촉구했다.

 25일에도 장애인 보행로에는 차량방지턱이 설치되어 장애인들의 이동을 막았다.
 25일에도 장애인 보행로에는 차량방지턱이 설치되어 장애인들의 이동을 막았다.
ⓒ 문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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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북인터넷대안언론 참소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인권유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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