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과 21일 울산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는 희망버스를 타고 갔다가 철탑아래 놀이방에서 놀던 아이들이 그린 그림입니다. 처음에 아이들이 쑥스러워 하길래 제가 금방 장난스럽게 그린 얼굴들을 줬더니 너도나도 달려들어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하하하~)
그 가운데 몇 장의 그림들을 함께 살펴볼까요? 물론 아이들도 장난스럽게 그린 것이고 저 또한 미술심리치료 전문가가 아니니 정확한 평가는 아닙니다만...
먼저 6살 사내아이가 그린 그림인데 과감하고 자신 있게 그렸네요. 관찰을 통해 사실적인 묘사를 하고 그것을 단순화 시키는 능력도 뛰어나 보입니다. 하트가 뒤집어진 코 모습이나 모자를 썼다가 벗었던 제 행동까지 묘사한 것이 재미있습니다.
제가 조금 천천히 다시 그려보라고 하자 이번에는 머리카락과 눈썹, 인중과 치아까지 세밀하게 묘사했네요. 그리고 제가 애용하는 '힘내세요'라는 글까지~ 아, 제 이름이 틀린 것은 제가 이름을 불러줄 때 옆 철길에서 마침 기차가 달려가서 제대로 못 들었기 때문이랍니다.
위 그림은 중학교 여학생이 그린 해골 모양의 제 모습입니다. 짧은 시간에 가볍게 그린 것이라 장담할 수는 없지만, 추측컨대 왼쪽뇌가 좀 더 발달한 듯합니다. 아니면 그림 그리는 시간이 조금 재미가 없었던 것일까요?
또 다른 여중생의 그림입니다. 이 그림은 관찰력이 뛰어난 그림입니다. 제 머리카락의 모양을 잘 표현했고 눈의 미묘한 기울기를 잘 포착해서 묘사했습니다. 그런데 몸을 그린 것을 보니 조금 장난기가 있어 보이는군요!
고학년 여중생의 그림입니다. 아무래도 선들이 안정된 느낌입니다. 기본적인 관찰과 묘사가 뛰어나네요. 마무리하는 능력도 꽤 있어 보이는 그림입니다. 그런데 제 표정을 그린 것을 보니 자기보다 한참 어린 아이들과 갖는 그리기 시간이 조금 재미가 없었나 봅니다. (하하)
위 그림은 앞의 여섯 살 남자 어린이가 그린 자신의 모습입니다. 다른 어린이들보다 재미있게 그리고 빨리 그렸기에 다른 그림을 그려보라고 하자 자기 모습을 그렸습니다. 앞서 그렸던 제 모습에도 드러나듯이 매우 자신감이 넘쳐 보이지 않나요? 그림 그리기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열심히 그림을 그려서 저를 즐겁게 해줬습니다.
이건 8살 여자 어린이에게 받은 그림선물입니다. 이번 희망열차를 타고 오가며 아이들 캐리커처를 그려줬습니다. 올라오는 희망열차 안에서 제게 선물로 준 그림입니다. 아마도 최근에 농장을 경험한 것일까요? 먹음직스러운 사과를 따는 자신의 모습을 그렸네요. 하늘과 땅을 구분할 줄 알고, 팔다리를 그리는 모습이 미술학원을 다니며 기본을 배운 듯합니다. 나무에 대한 관찰이 조금 아쉽지만, 외부세계보다 자신에게, 사람들에게 관심이 더 많은 때인 듯합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미래이고 꿈이지요. 또 어른들의 거울이라고 하기도 하지요. 그런 아이들에게 좀 더 희망 찬 미래를 만들어주는 것이 어른들이 해야 할 바가 아닐까요? 돈이 많다고 대법원의 판결을 무시하거나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노동자의 삶터가 되는 일거리를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으로 불법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어른들이 할 일이 아니겠지요? 이 그림들을 다시 살펴보면서 어른들의 욕심을 채우기보다 먼저 아이들에게 올바른 사회를 마련해 주기 위해 노력하는 어른들이 더 많아지기를 꿈꿔 봅니다.
덧붙이는 글 | 정몽구 현대차 회장님, 시간 되시면 손자손녀들에게 얼굴 좀 그려달라고 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