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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제강점기때 항일독립군을 토벌했던 '간도특설대' 장교 출신인 백선엽씨가 지난 2012년 2월 21일 오전 서울 상암동 '박정희 기념·도서관'에서 열린 개관식에 참석하고 있다.
일제강점기때 항일독립군을 토벌했던 '간도특설대' 장교 출신인 백선엽씨가 지난 2012년 2월 21일 오전 서울 상암동 '박정희 기념·도서관'에서 열린 개관식에 참석하고 있다. ⓒ 권우성

국방부가 과거 만주군 복무 경력이 있는 백선엽(92) 예비역 대장의 이름을 딴 '백선엽 한미동맹상' 수상자를 발표해 논란이 되고 있다.

국방부는 제1회 백선엽 한미동맹상 수상자로 고 월튼 워커(1889~1950) 미 육군 대장을 선발했다고 28일 밝혔다. 국방부는 심사위원장 김재창 예비역 대장과 권오성 연합사부사령관, 임관빈 국방부 국방정책실장, 김종혁 중앙일보 편집국장 등이 참가한 가운데 심사위원회를 열어 "워커 장군이 6·25전쟁 때 한국 방위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대한민국을 지켜낸 점을 높이 평가했다"며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워커 장군은 1950년 한국전쟁 초기 미8군 사령관을 맡아 최후의 방어선이었던 낙동강 전선을 사수해 전세 만회의 기틀을 마련했으며, 아들(Sam S. Walker)도 중대장으로 참전하는 등 부자가 함께 6·25전쟁에 참전한 것으로 유명하다. 워커 장군은 1950년 12월 23일 서부전선의 영국군 전선을 시찰하던 도중 교통사고로 순직했다.

국방부, '백선엽 한미동맹상' 첫 번째 수상자로 고 월튼 워커 대장

국방부는 올해 한미동맹 60주년을 맞아 한미동맹의 의미와 중요성을 조명하고 미래 동맹 발전을 위해 백선엽 한미동맹상을 제정한다고 밝혔다. 상의 명칭은 "미군이 가장 존경하는 6·25전쟁의 영웅이며 한미동맹의 초석을 마련한 백선엽 장군의 이름을 따서 명명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방부가 한미동맹상에 과거 친일 전력이 있는 백선엽씨의 이름을 붙여 수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반발이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백선엽씨는 일제가 만주국에 세운 봉천군관학교를 졸업하고 만주군 장교로 주로 항일 무장조직을 토벌한 간도특설대에 복무해 지난 2009년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발표한 친일반민족행위 704인 명단에 포함됐다.

간도특설대는 거물 친일파인 간도성장 이범익이 건의해 창설한 조선인 특설부대로 지휘관은 일본군 장교가 맡았다. 간도특설대는 만주의 조선인 거주지역을 황폐화시키면서 항일독립군을 공격하고 잔혹하게 양민을 학살하는 등 악명을 떨쳤다.

백씨 스스로도 지난 1993년 일본에서 출간한 회고록 <대게릴라전>을 통해 "우리들이 추격했던 게릴라 중에는 많은 조선인이 섞여 있었다. 주의 주장이 다르다고 해도 한국인이 독립을 위해서 싸우고 있었던 한국인을 토벌한 것이기 때문에 이이제이, 이제 오랑캐를 통해서 오랑캐를 제압한다고 하는, 이이제이를 내세운 일본의 책략에 완전히 빠져든 형국이었다. 그러나 우리(간도특설대)가 전력을 다해 (항일무장세력을) 토벌했기 때문에 한국의 독립이 늦어진 것은 아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동포에게 총을 겨눈 것은 사실이었고, 그 때문에 비판을 받더라도 어쩔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민족문제연구소 "한때의 과오 아닌 철저한 반민족 행위"

박한용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은 29일 오전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백선엽씨는 대표적인 군인 출신의 반민족행위자인데, 이 사람의 이름을 딴 한미동맹상에서 백씨가 갖는 상징성이 정말 민망하다"고 지적했다.

박 실장은 "국방부는 백씨의 친일행적에 대해 젊은 날 한 때의 과오였고, 대한민국에 공헌한 바가 더 크다고 하고 있지만, 일제시대 평양사범학교를 다닐 정도의 지식인이었던 백씨가 만주군의 장교가 되는 선택을 한 것을 한때의 과오가 아니라 철저한 반민족적 행위였다"면서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대항했던 적국의 장교였던 사람을 국군의 귀감이라고 내세우는 국방부의 역사인식이 너무나도 안이하다"고 질타했다.

박 실장은 또 "한미동맹 60주년을 명분으로 새로운 상을 제정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아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전쟁에 미군이 참전했고, 그래서 한미관계가 특별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고, 한미동맹은 제도적으로까지 보장되고 있는 관계"라며 "동맹에 균열이 생긴 것도 아닌데 60주년을 특별히 부각시켜야 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 실장은 "오히려 안보를 명분으로 민주주의의 당위성조차 훼손되는 일이 너무 많아지고 있다, 한미 사이의 대등하고 올바른 동반자적 관계설정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면 '그럼 미국을 미워하자는 거냐'는 식의 이분법적 사고로 접근함으로써 정상적 한미관계에 대한 논의조차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백선엽상#월튼 워커 장군#백선엽 대장#간도특설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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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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