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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기관은 당연히 평가와 감사를 받아야 한다. 혁신학교라고 예외일 수 없다. 돈은 1억 원 넘게 더 받으면서 '묻지마 예산'으로 덮어놓으라고 우기는 게 과연 혁신일까."(<조선일보> 7월 23일 치 '기자수첩')

"혁신학교가 정말 잘하고 있으면 좋은 평가를 받아 외부에 널리 알려야 하는 것 아니냐. 3년간 혁신학교에 들어간 돈이 240억 원인데 평가를 받지 않으려는 것은 옳지 않다."(8월 1일 서울교육청 담당자)

최근 일부 언론과 서울교육청 담당자가 '혁신학교 평가' 논란에 대해 '학교는 당연히 평가를 받아야 하는데, 평가를 받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올해 3월 22일 발표한 서울형 혁신학교 59개교에 대한 평가에 반발하는 혁신학교를 겨냥한 것이다.

"모르는 소리"... 혁신학교 평가, 일반학교보다 두 배가량 많아

 1일 오전 혁신학교 대표들이 서울시교육청 민원실을 방문해 '혁신학교 평가에 항의하는 내용'을 담은 민원서를 내고 있다.
1일 오전 혁신학교 대표들이 서울시교육청 민원실을 방문해 '혁신학교 평가에 항의하는 내용'을 담은 민원서를 내고 있다. ⓒ 윤근혁

그렇다면 혁신학교는 평가를 받지 않고 있는 것일까. 8월 1일 혁신학교 관계자들에게 확인한 결과 혁신학교는 올해에만 모두 9∼10번의 평가와 감사를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일반학교보다 많게는 두 배가량 더 많은 평가를 받고 있는 셈이다.

일반학교와 혁신학교는 모두 개인성과금 평가(3월), 학교성과금 평가(4월), 교원평가(9월), 학교평가(11월), 연말자체평가(12월), 정보감사(수시) 등의 평가를 받게 된다.

그런데 대부분의 혁신학교는 이에 더해 1학기 말에도 자체평가를 한 번 더 실시한다. 또한 교육청 방침에 따라 2, 4년 차에는 각각 중간평가와 종합평가를 더 받아왔거나 받을 예정이다. 교육청과 학교 자체 차원의 '컨설팅'과 같은 교육과정 점검 또한 수시로 진행된다.

이런 형편에서 올해의 경우 보궐선거로 입성한 문 교육감은 혁신학교에 대해 감사반을 투입해 지난 6월 24일부터 7월 18일까지 정책감사를 벌이도록 했다. 게다가 8월 말부터 10월 말까지는 최근 위법 논란이 일고 있는 혁신학교 평가를 더 벌일 예정이다.

혁신학교인 서울 국사봉중의 윤우현 혁신부장은 "평가를 제대로 받으려면 교사들 대부분이 적어도 한 달가량은 매달려야 한다"며 "우리 학교는 올해 갑자기 교육감 지시로 생겨난 새치기 불법평가와 감사까지 합하면 모두 아홉 번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월말고사도 없어진 지 오랜데 월말평가 때문에 학교업무는 마비가 될 형편"이라고 하소연했다.

"월말평가 때문에 업무마비... 새치기 표적검열 중단해야"

혁신학교인 서울 강명초등학교 이희숙 교육지원부장도 "서울시교육청은 입학비리 의혹이 일고 있는 국제중·자율형 사립고 등과 정부 예산이 많이 들어가는 교육복지학교·자율형공립고 등에 대해서는 감사를 소홀히 벌이고 있다"며 "유독 혁신학교에 대해 없던 감사와 평가까지 새치기식으로 끼워 넣는 것은 표적 검열"이라고 반발했다.

1일 오전 50개 혁신학교 소속 85명의 교원들은 '법적 평가 절차를 무시한 새치기 평가'에 대해 항의하는 내용을 담은 민원서를 서울시교육청에 제출했다. 이 민원서에 이름을 올린 교원 가운데에는 교감이 14명이다.

성기선 가톨릭대 교수와 손동빈 신도림중 교사도 이날 성명을 내고 "서울시의회 추천 혁신학교 평가연구위원을 사퇴한다"고 발표했다. "소통과 의견반영이 전혀 이뤄지지 않아 혁신학교 평가 사업의 공정성에 심각한 우려가 생겼기 때문"이라는 게 그 이유다.

수십 명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혁신학교 대표들도 이른 시간 안에 혁신학교 평가계획 취소 소송과 평가계획 효력정지 신청서를 낼 예정이다. 혁신학교 평가는 '새 학년도가 시작되기 전 평가계획 공표'를 명시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위반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서울시교육청, 평가 개시 일정도 못 잡아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은 당초 7월 29일로 예정된 평가 설명회와 평가 개시일을 3주가량 뒤로 밀었다. 하지만 정확한 날짜를 잡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령 위반에 대한 지적에 대해서도 특별한 대응 논리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앞으로 소송에 들어가게 되면 외부 법률 자문을 거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나친 평가 횟수 지적에 대해서 "혁신학교에서 하는 자체평가 등은 대부분 만족도조사이기 때문에 부담이 크지 않은 평가였다"면서 "이번에 한국교육개발원에 맡겨 평가를 새롭게 진행하려는 이유는 정책향방을 결정하려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차원의 평가"라고 해명했다.

한편, 서울시교육청은 혁신학교 평가지표에 대한 논란이 생각보다 거세게 일자 '학교 만족도' 배점을 높이고, '수준별 이동수업'(우열반) '우수학생 지도' 지표 등을 없애는 등의 손질을 거쳐 평가를 강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냈습니다.



#혁신학교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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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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