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3시 35분께 국정원 국정조사특별위원회 회의가 끝나자, 새누리당과 민주당 의원들은 환하게 웃으며 악수를 나눴다. 앞서 국정조사 특위는 두 정당이 합의한 증인·참고인 명단을 의결했다. 하지만 단 한 명의 의원만 씁쓸한 표정으로 웃음바다가 된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바로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이다.
그는 지난해 대선 당시 박근혜 캠프 김무성 총괄선거대책본부장(현 새누리당 의원)과 권영세 종합상황실장(현 주중대사)의 증인 채택을 요구했다. 야당은 두 사람을 경찰의 국정원 사건 축소·은폐 수사 발표 의혹의 핵심인물로 지목했다. 하지만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합의한 증인 명단엔 두 사람 이름이 빠졌다. 양당은 '미합의 증인에 대해서는 계속 협의한다'고 밝혔다.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은 국정조사 특위 회의가 끝난 후 "김무성 의원과 권영세 대사 증인 채택이 이뤄지지 않으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국정조사 보이콧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규 의원, 김무성 의원·권영세 대사 증인 채택 요구이날 국정조사 특위는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합의한 증인·참고인 명단을 의결하는 형식적인 자리였다. 신기남 위원장도 신속하게 의결하려 했다. 하지만 이상규 의원은 이의를 제기했다. 그는 "일부 진척된 합의를 보면 (여야 간사가) 많은 노력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도 "지금 국민들의 가장 중요한 요구사항은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에 대해 한점 의혹 없이 진상규명하라는 것인데, 핵심 증인이 빠졌다"고 강조했다.
이상규 의원은 "'미합의 증인에 대해서는 계속 협의한다'고 돼있는데, 미합의된 증인이 누구를 의미하는 것이냐"면서 "또한 29명의 증인과 6명의 참고인이 확실하게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해서 성실한 답변을 할 수 있는지 분명한 답변을 먼저 들어야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국정조사 특위 야당 간사인 정청래 의원은 "여야 원내지도부가 동행명령장 발부, 불출석시 고발, 국정원장의 전·현직 직원 발언권 보장 등에 쉽게 합의할 것"이라면서 "미합의된 증인은 김무성 의원과 권영세 대사다, 두 사람의 이름을 넣어 합의하자고 했지만, 권성동 여당 간사의 철벽수비에 막혔다"고 전했다.
이후 신기남 위원장이 재차 의결을 시도하자, 이상규 의원은 또 다시 이의를 제기했다. 그는 "국민적 요구는 국기문란·헌정유린 사건에 대해 한점 의혹 없이 실체적 진실을 밝히라는 것인데, 국정조사 45일 동안 기관보고 3일만 했다"면서 "증인 명단에는 강기정 민주당 의원이 들어갔는데 김무성 의원과 권영세 대사는 빠졌다, 이해할 수 없고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상규 의원은 이어 "국정조사를 이렇게 하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고 국민에게 걱정을 안겨드리는 것"이라면서 "향후 두 증인이 반드시 채택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청래 의원은 신기남 위원장에게 증인·참고인 명단 의결을 종용했고, 신기남 위원장은 결국 의사봉을 두드렸다.
회의가 마무리된 후, 권성동 간사는 민주당 의원들에게 "정청래 간사한테 힘 좀 실어 달라"고 말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김무성 의원과 권영세 대사에 대해서는 "나올 수 없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이후 양당 의원들은 카메라 플래시 앞에서 웃으면서 포즈를 취했다. 하지만 이상규 의원은 홀로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국정원 비공개 기관보고 비판 주장도 묵살돼양대 정당이 주도하는 국정조사 특위에서 소수정당 소속인 이상규 의원의 의견이 묵살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7월 29일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국가정보원 기관보고를 일부 공개 후 비공개로 진행하기로 합의하자, 이상규 의원이 반발했다.
그는 "짬짜면이나 '양념 반 후라이드 반'은 들어봤어도 '공개 반 비공개 반'은 처음 들어보는 얘기"라며 "실제 반반도 되지 않는다, 악수하고 인사하고 비공개로 하자는 것인데 국정조사를 껍데기로 만드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신기남 위원장에게 표결을 주장했지만, 표결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의 소수의견은 회의록에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