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천암함 유가족 대표와 해군 장교를 포함한 5명이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 상영을 못하게 하는 신청을 법원에 제기했다.
<천안함 프로젝트>는 2010년 3월 26일 백령도 인근 해역에서 발생한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서 제기된 여러 의혹을 영화로 담고 있다. 정지영 감독이 기획하고 제작했다. 이 영화는 지난 4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됐으며, 조만간 일반 개봉을 앞두고 있다.
해군 관계자는 "민군 합동조사단의 결론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 영화가 사실을 왜곡하고 당사자의 명예를 훼손해 법적 대응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2010년 국방부가 펴낸 '천안함 피격사건 : 합동조사결과 보고서'가 발간되었다. 하지만 이 보고서의 내용에 의문을 제기하는 책들이 출간되었다. 예를 들면 <과학의 양심 천안함을 추적하다>(이승헌, 창비, 2011), <천안함을 묻는다 : 의문과 쟁점>(강태호, 창비, 2010), <천안함은 좌초입니다>(신상철, 책보세, 2012), <봉인된 천암함의 진실>(김보근, 한겨레출판사, 2010)과 같은 책들이다. 어쩌면 천안함 사건의 진실을 요구하는 우리 사회의 목소리가 더 많이 있을지도 모른다.
영화 상영을 금지하는 가처분이 받아지는 요건은 상당히 엄격하다. 2011년 6월 당시 문화방송사는 영화 <트루맛쇼>에 대한 상영 금지를 요구하는 가처분을 법원에 제소했다. <트루맛쇼>는 지상파와 케이블에서 방송되고 있는 맛집 정보 프로그램의 뒷돈 거래와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법원은 문화방송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2011카합297). 그 이유는 "영화 <트루맛쇼>의 표현내용이 신청인에게 중대하고 현저하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힐 우려가 없다"는 까닭이다.
이미 대법원은 영화에 대한 상영금지 가처분이 허용되는 요건을 상당히 엄격하게 제시하고 있다. 법원이 제시한 사유를 풀어서 쓰면 다음과 같다.
사법부에 의한 표현행위에 대한 사전억제는 엄격하고 명확한 요건을 갖춘 경우에만 허용된다. 상영금지 가처분이 허용되는 사유는 영화의 내용이 피해자에게 중대하고 현저하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힐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가능하다. 그 경우에도 신청인이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증거가 제시된 경우에만 법원이 상영금지를 결정할 수 있다(대법원 2005. 1. 17.자 2003마1477 결정 참조). <천안함 프로젝트> 영화가 상영금지 가처분이 허용되는 요건이 충족되는가? 다큐멘터리 영화의 성격은 원래 공익을 추구하지 않는가? 설혹 공익성이 없더라도, 이 영화가 개봉되면서 피해자에게 중대하고 현저하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힐 우려가 있는가? 그리고 신청인들은 이를 증명할 실체 증거가 있는가?
<트루맛쇼> 소송에서 승소한 김재환 감독은 "김재철 사장이 계좌번호를 문자로 찍어주시면 홍보비를 입금해 드리겠다"며, 터무니 없는 소송을 제기한 문화방송사 측에 따끔한 한마디를 했다. 이번 사안도 지난 <트루맛쇼> 사안과 비교하면 소송을 제기한 해군 측이 패소할 것으로 짐작된다. 하지만 예술을 법의 이름으로 겁박하고, 법의 잣대로 재단하려는 모습이 씁쓸하다.
덧붙이는 글 | 여경수 기자는 헌법 연구가입니다. 지은책으로 생활 헌법(좋은땅, 2012)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