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한 신채호 선생의 말처럼 민주주의를 훼손한 국정원의 개혁과 책임자 처벌 없이는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발전을 기약할 수 없습니다. 국정원의 선거개입은 단순히 몇 명이 저지른 부정행위가 아니라 민주주의를 부정한 부정선거입니다."서울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10만여 명의 시민이 국정원 선거개입을 규탄한 가운데 대구에서도 10일 오후 6시부터 열린 시국대회에 500여 명의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대구시 중구 동성로 한일극장 앞에서 열린 이날 시국대회는 대구지역 55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국정원 대선개입 규탄과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대구시국회의'와 민주당, 통합진보당, 정의당 등 야당이 공동주최했다. 이 가운데 민주당 김현, 홍의락 국회의원과 광주출신인 통합진보당 오병윤 국회의원도 함께 참석했다.
홍의락 민주당 대구시당위원장은 "국정원의 선거개입은 이제 온 국민이 다 알고 있다"며 "박근혜 대통령만 모르고 관여하지 않았고 덕본 것도 없다고 하는데 대구시민이 나서 밝히자"고 주장했다.
통합진보당 황순규 대구시당위원장과 이원준 정의당 대구시당위원장도 "이 자리에서 촛불을 들고 진상규명을 요구한 게 7번째인데 새누리당은 물타기를 하고 있고 박근혜 대통령은 모르쇠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국민들이 들불처럼 일어나 책임을 규명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현 의원은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서울과 대구에서 출판기념회를 했다"며 "충성했으니 대가를 달라는 것이고 이것이 바로 매관매직"이라고 비난했다. 김 의원은 "국정조사하고 책임자 처벌하라는 것은 경선에 불복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과 함께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약속을 받아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은 저도에서 추억을 찾을게 아니라 국정원 댓글에서 추억을 찾고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해야 한다"며 "이것이 분노한 국민들에 대한 예의"라고 주장했다.
오병윤 의원도 "우리는 지난 대선 때 새누리당과 국정원, 경찰이 한 일을 알고 있다"며 "원세훈 전 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을 구속하고 국정원은 해체를 넘는 뼈를 깎는 개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 의원은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80%가 넘는 대구에서 젊은 층의 참여가 인상적이었다"며 민주주의의 발전에 주축이 될 것이라고 추켜세우고 "속칭 TK(대구경북)로 표현되는 대구에서 정의롭지 못하면 행동으로 나설 수 있다는 잠재적 동력을 갖추었다"고 말했다.
"이 나라는 구라 공화국이냐"시민들의 다양한 자유발언도 이어졌다. 경북 경산시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는 강철민씨는 "국정원이 정치개입을 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이 나라는 구라(거짓) 공화국이냐"며 "구라대통령에 구라국정원까지 구라를 바로 잡는 날까지 함께 노력하자"고 말했다.
고등학생들의 발언이 이어지자 시민들은 환호하고 박수를 보냈다. 고등학생인 신동연(19)군은 "지난 6월 1차 시국대회에서 발언했는데 선생님이 나가지 못하도록 말렸다"며 "하지만 하나도 변하지 않았고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듯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충고하고 싶어서 나왔다"고 말했다.
김지연(고등학교 1학년)양은 "소중한 여름방학의 마지막 토요일을 반납하고 이 자리에 나왔다"며 "모범을 보여야 할 높은 사람들이 잘못을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는 현실이 안타깝다. 온전한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날까지 우리 국민들 파이팅하자"고 말해 환호를 받았다.
대구에서 국정원의 선거개입을 비난하고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시국대회가 열리는 것을 처음 알았다는 대학생 김성기(영남대)씨는 "방송에 이런 내용이 나오지 않아 심각성을 전혀 몰랐다"며 "나는 그동안 지나가는 행인에 불과했다. 이제부터 친구들에게 진실을 알리도록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날 시국대회에는 주최측이 나눠준 손 피켓 이외에도 참가자들이 '국가권력이 개입한 불법 조작선거 원천무효', '박정희는 군사쿠데타, 박근혜는 선거쿠데타', '불법부정 당선범 박근혜, 대통령 인정 못해' 등 다양한 피켓을 들고 나와 시민들에게 진실을 알리고 책임자 처벌에 함께 나서줄 것을 호소하기도 했다.
일부 시민은 태블릿 컴퓨터에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글을 써서 들기도 했고 유모차를 끌거나 아이들을 데리고 온가족이 함께 참여하기도 했다. 지나가던 시민들도 발길을 멈추고 경청하거나 박수를 치기도 했다.
한편 7차 시국대회를 개최한 대구시국회의는 '지난 18대 대통령선거에 국정원이 불법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온 국민은 헌정사상 찾아볼 수 없는 헌법질서의 유린과 피로 세운 이 나라의 민주주의가 무너진다는 위기의식으로 책임자 처벌과 진상규명을 바랬다"며 "하지만 책임져야 할 국정원은 물론 검찰과 경찰은 사건을 축소하고 은폐하는 등 제2의 범죄를 저질렀다"고 비난했다.
대구시국회의는 "촛불로도 안 된다면 횃불을 들 것이며 횃불로도 안 된다면 등신불이 되어서라도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세력들을 물리치고 반드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지켜낼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이어 매주 토요일 오후 6시 한일극장 앞에서 시국대회를 개최하고 매일 오후 7시 서명운동과 함께 거리선전전을 펼치기로 했다. 또한 새누리당 대구시당 앞에서 남재준 국정원장의 해임과 제대로 된 국정조사를 요구하는1인 시위를 해나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