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보강: 13일 오후 6시 27분]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국정원 국정조사 청문회에 불출석 뜻을 전한 가운데, 여야 모두 '원·판'의 출석을 압박했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3일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국정조사가 원만히 마무리되기 위해서는 '원·판(원세훈·김용판)' 두 증인이 청문회에 출석해 성실하게 임하는 게 국민적 도리"라며 "개인적인 사정과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대국적인 견지에서 출석해줄 것을 간곡히 당부한다"고 밝혔다.
그는 "핵심 증인들의 출석에 국정조사의 성패가 달린 만큼 국조특위뿐만 아니라 원내 지도부도 핵심 증인들의 출석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며 "여야 합의대로 국정조사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집권여당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 역시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사전에 입이라도 맞춘 듯 '원·판'이 청문회 불출석을 통보해 왔다"며 "새누리당은 여야가 합의한 대로 '원·판' 증인 출석 보장 약속을 지켜야 한다, 만일 국정원 국정조사가 파탄나면 모든 책임은 새누리당이 져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그는 이어 "김무성, 권영세 증인 채택도 결코 양보할 수 없다"며 "새누리당은 '김·세' 증인을 신주단지 모시 듯하고 있는데, 당당히 나와서 증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김용판 전 청장은 청문회와 재판 일정이 겹쳐서, 원 전 국장은 건강상의 이유로 14일 청문회 불출석 뜻을 전달했다. 대신 이들은 21일에 출석하겠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원·판' 불출석 두고 여야 '또' 이견
민주당은 두 증인이 불출석할 시 14일 국조특위 청문회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또 다시 국정조사가 파행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인 것.
이날 서울중앙지검 현장방문을 한 국정원 국조특위 야당 위원들은 "'원·판' 불출석은 새누리당과 합작 협의가 짙다"며 목소리 높였다.
이들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판 21일 출석'은 불출석 사유서에도 없고 새누리당 의원들의 입을 통해 나온 얘기로 '짜고치는 고스톱'인 것을 분명히 보여주는 부분"이라며 "시간을 번 뒤 그 날 안 나오면 그만이라는 꼼수"라고 일갈했다. 이어 "새누리당은 앞에서는 출석하라고 하고 뒤에서는 '원·판' 폭로성 돌발 발언이 두려워 불출석을 종용하고 있지 않은가"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은 "'원·판'이 불출석하는 즉시 동행명령장을 발부하고 16일 청문회를 요구할 것"이라며 "새누리당도 이에 협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16일 청문회 개최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새누리당 소속 권성동 국정원 국조 특위 간사는 "지난 7일 여야 간사 간 합의사항을 보면 미출석 증인은 21일에 재소환한다고 돼있다, 그런데 합의서 잉크도 마르기 전에 16일에 증인 심문을 하자는 건 합의 위배"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건 민주당이 자기들 하고 싶은 대로 국조 특위를 이끌어 가자는 의도로밖에 해석할 수밖에 없다"며 "결국 (민주당이) 국조를 통해서 크게 얻을 게 없다고 판단해 장외 투쟁을 계속하기 위한 명분을 만들기 위해 억지 주장을 하는 거"라고 말했다.
이어 권 간사는 "국조 특위 야당 위원들이 원·판 불출석이 새누리당과의 공모하에 이뤄졌다는 주장을 했는데, 이 같은 허위 주장에 대해 민주당이 반드시 사과하길 요구한다"며 "새누리당은 원·판 두 분 출석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음에도, 두 분 증인 불출석을 뒤에서 종용한 것처럼 표현하는 건 정치 도의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힐난했다.
16일 별도 청문회를 위해서는 여야 협의가 필수적이지만, 새누리당의 반대로 개최 가능성은 매우 낮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