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407명, 최대 928명. 런던에 있는 비영리 언론단체 '영국탐사보도국(BIJ)'에서 집계한 2004년부터 현재(8월 2일)까지 파키스탄에서 미국의 드론(무인 전투기) 공격으로 사망한 민간인의 숫자다. 전체 사망자 수가 최소 2505명, 최대 3584명인 것을 고려하면 희생자의 16~25%가 민간인이다. BIJ는 이 가운데 어린이 사망자수를 최소 164명, 최대 195명으로 추정했다.
미국 드론 공격의 명분은 언제나 그렇듯 알 카에다로 대표되는 '테러와의 전쟁'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무고한 민간인 희생자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최근 미국이 7주 만에 드론 공습을 재개한 알 카에다의 주요 근거지 예멘도 마찬가지다.
지난 2주간, 미국은 9번의 드론 공격을 실시했고 이 과정에서 6명의 민간인이 숨졌다는 보도가 나왔다. 지난 11일 예멘에 있는 활동가들과 언론인들은 드론 공격으로 3명의 민간인이 부상을 당했다고 주장했고, 트위터에서는 1명의 어린이가 사망했다는 이야기가 올라오기도 했다.
'롱워저널', 알 카에다 사망자 386명 vs. 민간인 사망자 84명
비영리 온라인 탐사보도매체 <프로퍼블리카>는 정보공개법(FOIA)에 따라 미 중앙사령부에 이러한 미군의 공격으로 예멘에서 민간인들이 무고하게 희생당했을 때 유족이 보상금을 받을 수 있는지 관련 정보 공개를 요청했다. 이에 중앙사령부 측은 보상금 지급과 관련해 33페이지의 정보를 갖고 있지만, 국가안보기밀이 포함돼있기 때문에 어떠한 것도 공개할 수 없다는 답변을 보내왔다고 <프로퍼블리카>가 12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4월 보도에 따르면 미 국방부 대변인 빌 스픽스는 "예멘과 소말리아에서 위로금을 지급한 적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BIJ에 따르면, 미국은 예멘에서 2002년 이후 최소 54번, 최대 64번의 드론 공격을 한 것으로 확인됐고 이로 인해 총 269~393명이 숨졌다. 이 가운데 민간인은 최소 15명, 최대 58명이었다. 여기에 미국의 드론 공격으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피해를 더하면 사망자는 더 늘어난다. 군사전문지인 <롱워저널>은 2012년 이후부터 2013년 8월 10일까지 예멘에서 80건의 드론 공격이 발생했고 이로 인한 알 카에다 지도자·대원 사망자수는 386명, 민간인 사망자수는 84명이라고 집계했다.
드론 공격과 관련된 공식적인 통계는 아직 없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5월 국방대 연설에 이어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도 드론 공격에 대한 투명성을 높이겠다고 밝혔지만, 관련 정보는 여전히 베일에 싸여있다. 공격이 비밀리에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보상금 지급 기준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2월 CIA 국장 인준과정에서 당시 존 브레넌 CIA 국장 지명자가 보상금 관련 언급을 하기는 했지만 국방부도, 백악관도 이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을 거부했다고 <프로퍼블리카>는 전했다.
미, 아프간서 2012년 민간인 피해 보상금으로 90만 달러 지급
힌트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의 보상금 사례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에서는 민간인의 죽음이나 부상에 대해 최고 5000달러까지 보상금을 지급하며 2012년 회계연도 동안 219건의 피해에 대해 총 89만 1000달러를 지급했다. 미국시민연합이 확보한 자료를 보면, 아프가니스탄 카불에 있는 군중을 해산시키는 과정에서 총을 맞아 숨진 한 청년의 어머니는 보상금으로 1000달러를 받기도 했다.
2006년 이라크에서는 군 검문소에서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는 이유로 군인들이 택시를 향해 발포했다. 이후 군은 검문장소가 적절하게 표시돼있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했고, 택시 안에 타고 있다 숨진 희생자의 가족은 7500달러를 받았다.
파키스탄과 예멘에서도 보상금 관련 보도가 있었지만 이것이 미국과 관련이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프로퍼블리카>는 전했다. 지난해 9월 예멘에서 드론으로 인해 민간인 14명이 숨지자 피해자의 부모들은 길을 막고 보상금을 요구했고 예멘 정부는 공식적인 사과와 함께 피해보상을 했다.
BIJ에 따르면 소말리아에서도 미국의 드론 공격으로 2007년 이후 최대 15명의 민간인이 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