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가 진행되는 내내 흥분을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태권도를 할 때 나오는 군중들의 환호와 아리랑을 부를 때의 감동, 모두가 함께 협동하는 모습이 너무 멋졌습니다." (참가자 임승민, 존 제이 칼리지)제 68주년 8·15 광복절을 맞아 미국 뉴욕에 있는 타임스 스퀘어에서도 아리랑이 울려 퍼졌다. 미국 현지시각으로 15일 오후 7시, 뉴욕 맨해튼 타임스 스퀘어에서는 광복절을 기념한 플래시몹 행사가 펼쳐졌다. '플래시몹'이란 군중이 예고 없이 모여 공연을 한 후 흩어지는 방식을 일컫는다.
이날 플래시몹은 미국 동부한인학생네트워크인 아라리요(대표 임종혁) 등이 주관하고 코리아태권도, 뉴욕한인합창단 등 4개 한인단체 120여 명이 함께 참여했다. 오후 7시부터 30여 분간 진행된 행사는 풍물놀이와 태권도 퍼포먼스로 시작한 뒤, 밴드의 연주에 맞춰 합창단과 참가자들이 아리랑을 부르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공연이 진행되기 한 시간 전부터는 학생들이 특별 제작한 815 부채를 배포했다. 부채 앞면에는 태극기가, 뒷면에는 영어로 번역된 광복절 관련 시가 적혀 있다. 이날 행사를 위해 뉴욕 한국문화원이 태권도 도복 100여 벌을 지원하기도 했다.
약 5개월간의 준비 과정에서 소요된 비용은 글로벌 리더십 재단의 후원과 한국에서 진행된 크라우드 펀딩 모금으로 충당했다. 애초 8·15를 기념해 81만5000원을 목표로 진행됐던 모금액은 예상치를 넘어 약 89만 원을 달성했다.
행사를 주도한 아라리요는 올해 초 미국 뉴저지와 뉴욕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한인 대학생 및 대학원생들의 네트워크 단체다. 아라리요는 현재 컬럼비아 대학과 뉴욕대, 파레이 딕슨대 등 8개 동부학교 학생들로 구성돼 있다. 단체를 만들고 행사를 기획한 임종혁(25, 파레이 딕슨대)씨는 "광복절은 전 세계인에게 축하 받아 마땅한 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가장 다양한 인종과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는 타임스 스퀘어에서 행사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임씨가 처음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지난해 9월, 군대에서 막 제대해 복학한 시점이었다. 학교 도서관에서 공부하던 중 우연히 본 지구본에는 한국과 일본 사이에 있는 바다가 동해(East Sea)가 아닌 일본해(Sea of Japan)으로 표기돼 있었다. 학교에 있는 모든 세계지도와 지구본을 찾아서 확인했지만 표기는 모두 '일본해'로 같았다.
이에 실망한 임씨는 혼자가 아닌 단체 차원에서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날 바로 뉴저지와 뉴욕에 있는 모든 대학교의 한인단체에 전화를 하기 시작했다.
"무턱대고 걸었던 제 전화에 흔쾌히 '예스(YES)'라고 답한 약 20명이 모여 아라리요가 만들어지게 됐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단체로서 처음 했던 행사가 바로 광복절 기념 플래시몹이다.
임씨는 이번 행사에 대해 "미국에는 한국 유학생과 관광객은 물론, 한인 2·3세도 많지만 광복절을 모르는 게 사실"이라며 "미국에서는 잘 알 수 없는 광복절의 의미를 느끼게 해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광복절은 어쩌면 한국인들만 아는 기념일일지 모르지만, 공연이라는 방식으로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다면 외국인에게도 인상 깊은 날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한국문화원은 해당 플래시몹과 5개월의 준비과정을 찍어 작은 다큐멘터리를 제작 중이다. 아라리요 또한 뉴욕 공연기획사 플랜플레이와 함께 자체적으로 다큐를 만드는 중이다. 임씨는 "광복절 플래시 몹은 미국 한인 학생들이 만든 순수한 열정의 결과물"이라며 "앞으로도 매년 이 맘 때쯤 다양한 방식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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