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때 남편·아이들과 함께 시댁에 가야하는데 번번이 빠져 가족들에게 미안해요. 다행히 지난 설에는 내가 쉬었지만 이번 추석에는 옆 동료가 고향에 가야하니 근무해야 할 것 같아요."
홈플러스 울산 동구점에서 근무하는 A씨는 이같이 말했다. 하지만 홈플러스 직원들이 명절 때마다 겪는 고충은 이것 뿐만이 아니다.
홈플러스 노조에 따르면 소위 '대목'이라는 설·추석을 앞두고서는 홈플러스가 무법천지가 된다고 한다. 사측은 직원들에게 휴무를 반납하라고 강요하고, 주 12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무를 지시하기 일쑤라는 게 노조측 주장이다. 심지어 퇴근 없이 48시간 이상 연속근무하는 경우도 있단다.
하지만, 사측의 이런 행태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홈플러스 '아지매'들이 들고 일어났기 때문. 지난 3월 24일 홈플러스 노동조합이 설립된 후 지난 5월 울산에서도 중구(울산본점), 동구, 북구 3개 점에서 노조가 설립됐는데, 조합원 대다수가 주부들이다.
인터뷰에 응한 A씨는 "울산에 살아 현대자동차 노조가 파업을 벌일 때면 남의 일처럼 여기고 때론 욕도 했다"며 "이제 나도 노조원이 되고 보니 이해할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홈플러스 노조에 따르면 사측은 명절 때면 실적을 올린다는 명목하에 추석선물세트나 상품권을 외부에 팔라며 직원들에게 강매하기도 하는데, 협력업체 직원들도 예외가 아니다.
노조측은 "홈플러스는 '갑'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협력업체 직원인 '을'에게 세트행사를 빌미로 자사 상품권을 강매하고 자사 행사품 판매를 지시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홈플러스 노조는 추석 명절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조만간 이같은 불법행위들이 다시 극심하게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 노조원이 된 아지매들이 들고 일어나면서 노조 설립 후 처음으로 맞는 이번 명절은 사정이 다소 나아질 가능성이 커졌다.
노조측이 '추석 불법행위 감시단'을 발족하고 이를 근절하겠다고 나선 것. 지난 16일 서울에서 발족한 홈플러스 노조 감시단은 19일 울산에서도 발족한다.
홈플러스 노동조합 울산본부(준) 이은정 사무차장은 "명절기간 매출을 빌미로 벌어지는 각종 불법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감시단을 발족하는 것"이라며 "감시단은 현장에서 벌어지는 각종 불법행위에 대한 제보를 받고 감시단 활동을 해 홈플러스에서 벌어지는 각종 불법행위들을 근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홈플러스 울산본부는 '근로기준법을 준수할 것과, 불법 연장근무강요와 상품 강매를 반대'하는 추석 불법행위 감시단이 있음을 오는 19일 오후 1시 홈플러스 울산점 앞(중구 복산동)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알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