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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끼리 상(象, xiang)자는 멧돼지(豕)처럼 큰 덩치에 긴 코를 특징적으로 형상화한 모습 그대로다.
코끼리 상(象, xiang)자는 멧돼지(豕)처럼 큰 덩치에 긴 코를 특징적으로 형상화한 모습 그대로다. ⓒ 漢典

한 달 넘게 더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기후는 인간의 삶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환경요소다. 적도 부근의 열대기후 국가 중에는 선진국이 없다. 더운 날씨에 무기력한 삶의 패턴도 문제겠지만, 채집과 수렵을 통해 비교적 손쉽게 먹거리를 구할 수 있어 인간의 도전정신이나 창조적인 의지 발현이 불필요한 환경 때문이었을 것이라 생각해본다.

세계 제국을 건설했던 몽골이 유럽을 정벌하던 13세기 초는 다습한 기후로 말이 먹을 수 있는 풀이 잘 자라는 환경이었고, 겨울이 지금보다 추워 4월까지도 강이 얼어붙어 기동력을 발휘하기에 유리했다고 한다. 기후변화가 인류 역사에 끼친 영향이 지대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마크 엘빈은 <코끼리의 후퇴>라는 책을 통해 중국의 기후와 자연 환경이 중국 문명에 끼친 영향을 심층적으로 분석했다. 갑골문이나 유적에서 발굴된 뼈를 분석하면 약 4000년 전 중국 전역에서 코끼리가 널리 서식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갑골문에 남아 있는 코끼리 상(象·xiàng)자는 멧돼지(豕)처럼 큰 덩치에 긴 코를 특징적으로 형상화한 모습 그대로다. 그 코를 손(又)으로 잡고 인간이 '코끼리를 부려 일하다'에서 할 '위(爲)'가 파생됐다.

중국인들은 코끼리를 매우 좋아했던 모양

한비자(韓非子)가 활약한 전국시대(2500년 전), 코끼리는 이미 기후 변화와 남획으로 사라지고 황하(黃河)변에는 코끼리뼈만 나뒹굴고 있었던 모양이다. 괴상한 어금니와 커다란 뼈를 보며 이렇게 큰 뼈다귀를 남긴 동물은 도대체 어떻게 생겼을까를 생각했는데(見骨想象·jiàngǔxiǎngxiàng) 그것이 바로 코끼리를 생각하다는 '상상(想象)'이고,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정보를 조합해서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상상(想像)'이 된 것이다.

5톤의 몸무게를 유지하기 위해 엄청난 양의 물과 먹이를 먹어야 했던 코끼리는 벼농사를 짓는 황하 유역의 중국인들에게 많은 해악을 끼칠 수밖에 없었으며 결국 중국 문명 밖으로 퇴출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중국인들은 길상의 '상(祥·xiáng)'과 발음이 비슷한 코끼리를 매우 좋아했던 모양이다. 기후 변화와 문명의 팽창으로 중국에서 야생코끼리는 사라지고 없지만, 중국어에 남아있는 코끼리의 흔적은 매우 많다. 조조의 여덟 번째 아들 조충이 배를 이용해 코끼리의 무게를 잰 이야기(曹沖秤象·CáoChōngchèngxiàng)나 장님 코끼리 만지기(盲人摸象·mángrénmōxiàng) 이야기는 모두 중국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려 있으며, 코끼리가 많이 살았던 허난(河南)성의 약칭 '예(豫, Yù)'에도 코끼리가 들어 있다.

"개의 입에서 상아가 돋아날 리 없다(狗嘴里吐不出象牙, gǒu zuǐ li tù bu chū xiàngyá)"는 말은 근본이 없는 사람이 품위 있는 식견을 내놓을 리 없다는 얘기다.


#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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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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