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기름유출사고의 가해기업인 삼성의 책임이행을 촉구하러 삼성본사를 방문한 충청권 국회의원들이 문전박대를 당해 피해 주민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22일 오후 2시경 국회 허베이스피리트유류피해대책특별위원회(이하 유류특위) 산하 '삼성중공업 지역발전출연금 협의체(의장 김태흠, 아래 협의체)'는 서울 서초동 삼성그룹 본사를 방문했다.
유류특위 소속 새누리당 성완종 의원(서산태안), 김태흠 의원(보령서천), 민주당 박수현 의원(공주) 등 3명의 충청권 의원들은 삼성그룹 차원의 책임을 촉구하기 위해 방문했으나, 이들을 기다리고 있던 이들은 삼성중공업의 박대영 사장과 박영헌 부사장 등이었다.
이 자리에서 특위 위원들은 삼성 측의 무성의를 질타하는 한편, 오늘 방문이 삼성 측의 진심 어린 사과와 책임 있는 보상 이행을 촉구하기 위해 피해주민을 대표해 국회 차원에서 방문한 것인 만큼 입원 중인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서 그룹 차원의 책임 있는 대표자와 면담하기를 요청했다.
협의체는 그동안 삼성중공업이 아닌 삼성그룹 차원의 대응을 촉구하며, 여러 경로로 이건희 회장이 직접 나오든지 그것이 어려우면 그룹의 대리자라도 나와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이날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은 "출연금 문제는 우리와 논의하면 되지 않느냐?"며 삼성그룹 차원으로 확대 해석되는 부분에 대해 경계하자 성완종 의원은 "두 번의 특위 기간을 통해 삼성에 기회를 줬다"며 "이번 방문은 피해주민을 대표해 국회가 나서서 해결하기 위해 온 것"이라고 강력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대표자 면담 요구에 삼성중공업 측 "출연금 문제는 우리와 논의하자"
또 성 의원은 "함께 오겠다는 태안지역 피해주민들을 설득해 시위를 못하도록 막고 피해주민을 대표해 국회가 나서 해결하기 위해 온 것"이라며 "삼성그룹 차원의 대표가 대응을 해야지, 삼성중공업과 국회는 이미 이야기가 끝난 거 아닌가? 그룹 전략기획실 등 대표자를 만나겠다"고 삼성 측의 성의 있는 자세를 강하게 촉구했다.
20여 분 동안 요구한 면담이 불발되자 협의체 의원들은 이건희 회장이 입원 중인 삼성서울병원으로 이동해 면담하겠다고 요청했으나, 이마저 병원 관계자만이 나와 치료를 이유로 면회를 차단함에 따라 결국 이 회장과의 면담은 이루어지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성 의원은 "협의체 의원들은 삼성의 무성의와 무책임을 규탄하는 한편, 만약 삼성이 기존의 입장을 고수한다면 특위 차원에서 오는 28일 이건희 회장의 증인출석 등 강력히 대처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한편 이 소식을 접한 문승일 태안군피해민연합회 사무국장은 "사실 오늘 피해주민들이 협의체 국회의원들이 방문하는 시간에 맞추어 상경시위를 벌이려고 했으나 협의체 의원들이 정치권의 한 번만 믿어달라고 해서 상경시위를 아침에 취소했다"며 "이처럼 국민의 대표이자 피해민의 대표를 홀대한 것은 우리 피해민들과 태안기름유출사고를 바라보는 삼성의 시각을 다시 한번 확인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문 국장은 "다음주 초 긴급회의를 통해 대 삼성 관련 강력한 대응책을 마련하도록 하겠다"며 "오늘의 모습을 통해 다시 확인된 삼성의 본모습에 분노를 느끼며, 강력한 투쟁으로 후회하게 만들겠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바른지역언론연대 태안신문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