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언론들이 한국의 국정원 대선개입 규탄 시위 상황을 국내 언론보다 더 상세하게 보도한다. 미국 < CNBC>에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언급되기도 했다. 이밖에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로이터통신>, <글로벌포스트>, <르몽드> 등 세계 주요언론들이 국정원 불법 대선개입 사건과 촛불시위를 보도했다.
이러한 해외 언론들의 보도는 인터넷 언론들을 통해 기사화 되었고, 이 기사를 본 누리꾼들이 재빠르게 SNS를 통해 전파하면서 일부에서는 "촛불 소식은 해외 언론을 통해 본다"라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해외 언론의 관심을 이끈 중심에는 해외 동포들이 있다. 이들의 활동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다. 하나는 해외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두 달 넘게 계속 진행하고 있는 국정원 대선개입 규탄 집회이고, 또 하나는 해외 언론에 국내 상황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역할이다. 해외에서 열리는 국정원 대선 개입 규탄 집회는 미국에서부터 시작됐다. 샌디에이고를 시작으로 매주 릴레이식으로 워싱턴 DC, LA, 시카고, 시애틀, 필라델피아, 댈러스, 애틀랜타, 보스턴, 산호세 등 12개가 넘는 한인 거주 대도시에서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외에도 호주, 캐나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에서도 국정원 대선개입 규탄 시위가 진행 중이다.
미주 동포들이 국정원 규탄 시위를 벌이는 이유 이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사람사는 세상을 위한 미주 희망연대'(미주 희망연대) 의장 장호준 목사와 25일 이메일과 전화 인터뷰를 통해 해외 동포들의 '국정원 불법 대선개입 진상규명 요구' 활동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장호준 목사는 고 장준하 선생의 3남이다.
- 해외 동포들이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에 분노하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해외 동포들은 지난 대선 이후부터 일관되게 이 사건을 국기문란과 국민의 주권을 찬탈한 사건으로 규정했습니다. 국정원 대선개입은 대한민국을 조국으로 생각하는 해외 동포들이 당연히 분노 할 수밖에 없는 중대한 사안입니다. 특히 지난 총선부터 해외 동포들도 투표에 참여할 수 있게 되지 않았습니까? 자신들이 선택한 결과가 왜곡됐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 더 행동에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 해외 동포들은 검찰 수사발표 이전부터 국정원 대선개입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발언했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선거 개입 과정에 대한 의심스러운 정황들이 대선 전후로 나타났고, 이를 알게 된 사람들이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습니다. 해외 동포들을 중심으로 시작된 이러한 문제제기들은 수개표를 통한 재검표 요구로 이어졌고, 합리적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을 오히려 불순한 세력으로 몰아붙이는 박근혜 정부 때문에 불신이 더욱 커지게 되었다고 봅니다."
- '미주 희망연대'가 국정원의 불법 대선개입과 관련해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활동은 무엇인가요? "지난 5월 25일 발족한 '미주 희망연대'는, 미주지역에 거주하는 깨어있는 동포들이 만든 시민단체들의 모임입니다. 민주주의의 기본 정신에 입각한 협의연대로 운영되며, 소속된 개인 또는 단체의 자유와 권리가 최대한 보장되는 모임입니다. 올바른 역사 교육을 통해 재미 동포로서의 정체성 확립과 자긍심을 고취하고, 균등한 기회, 공정한 과정, 정의로운 결과를 통해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후손들에게 물려주고자 합니다. 현재 비영리단체 (NPO)등록과 정관 마무리 작업 중입니다. 연대단체도 15개 지역 18개 단체로 늘었습니다.
현재 미국에는 미주 희망연대 외에도 '정의와상식을추구하는시민 네트워크'라는 페이스북 그룹이 있습니다. 이들은 국정원의 불법 대선개입 문제가 외신에 소개될 수 있도록, 진보 언론에 보도된 한국 상황을 영어로 번역해 해외 언론에 전달하고 있습니다."
- 어떻게 집회를 기획하게 됐습니까? "사실 누가 주도적으로 했다기보다는 의문이 불신을 낳고, 불신이 분노로 번지면서 동포들이 자발적으로 행동에 나섰다고 봅니다. 시국선언과 국정원 사태에 대한 성명서가 여기저기에서 쏟아지고 있지만, 대통령의 책임 있는 발언이나 행동이 없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광장정치가 만들어지게 된 것입니다."
- 성명서를 비롯해 구체적으로 미주지역에서 어떤 행동이 이루어졌습니까? "6월 16일에는 미주 희망연대에서 '국정원 개입 부정불법선거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했고, 6월 20일에는 1018명의 미주동포들과 함께 '국정원 개입 부정불법 선거에 대한 미주 동포 시국선언문'을 발표했습니다. 또한, 6월 22일 샌디에이고를 시작으로, 워싱턴DC, LA, 시카고, 필라델피아, 시애틀, 뉴욕, 댈러스, 애틀랜타, 보스턴, 산타 클라라 등의 지역과 뉴욕의 타임스스퀘어, 워싱턴의 백악관 앞과 보스턴의 하버드대학 앞에서 '국정원 개입 부정불법 선거 규탄 시위'를 주도하고 참여했습니다.
대한민국에 국정원이란 도둑이 들어 민주주의를 훔쳐간 것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어 조국의 촛불시민들과 함께 하기 위해 지난 7월 25일부터 8월10일까지 '국정원 불법 대선개입 규탄 촛불시위 지지를 위한 후원금' 모금을 미주동포들과 미주희망연대 각 지역을 대상으로 실시하기도 했습니다.
총 8671.31달러가 모금되어 8월 6일에 1차로 '서울시국회의'에 4000달러 (수수료 제외)를 전달했고, 나머지 4581.30달러 (수수료 제외)를 '부산 시국회의'에 전달하였습니다. 자세한 내역은 미주희망연대 홈페이지 (
http://www.sasaseusa.org/xe/notice/96382)에 가시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 해외 지식인들의 의견 표명이나 성명서를 조직하는 운동도 준비 중입니다.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세계의 관심은 큽니다. 한국 민주주의의 퇴행을 막기 위해 해외 지식인들의 동참을 호소하는 메일을 보낼 예정입니다."
"동포들의 분노가 결국 집회 참여로 이어졌다"
- 동포들이 이렇게 집회에 적극적인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의문을 넘어 분노로, 분노를 넘어 현 정부에 대한 불신임 요구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헌법에 명시된 국민주권의 원칙이 대통령 직속 최고 정보기관인 국정원에 의해 유린당하고 사건의 진실이 경찰에 의해 왜곡되는 참담한 상황이 동포들을 나서게 했다고 생각합니다. 쉽게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워낙에 분노가 크고, 이번에 이 사태를 해결하지 못하면 다시는 선거를 통한 정권교체는 불가능하다는 위기감이 절박합니다."
- 국정원 규탄 시위를 바라보는 동포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집회 과정에서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해 주시죠. "국정원의 불법 대선개입 내용이 시위를 통해 꽤 널리 알려졌다고 봅니다. 특히 정치나 시민운동에 한 번도 참여해 본적 없는 사람들도 "아~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세상도 움직이지 않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 것 같습니다. 참여의식이나 주인의식을 고양시키는 면에서도 이번 시위가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색안경을 끼고 보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샌디에이고에서는 피켓을 훼손하는 사람도 있었고, 애틀랜타에서는 재향군인회가 시위 방해를 하기도 했습니다."
- 박근혜 대통령은 유신헌법 작업에 관여한 김기춘씨를 비서실장에 기용하고, 국정원에는 셀프개혁을 주문했습니다.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박정희는 7.4 남북공동성명을 발표한 그해 유신헌법을 발표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8.15 기념사에서 남북이산가족 상봉을 제안하면서 남북간 화해 분위기를 만들고 일본에 대해서는 신뢰회복을 주문했습니다. 공안정국의 주범을 비서실장에 앉히면서 남북화해를 이야기 하고, 일본에 대한 신뢰를 외치면서 한일군사훈련을 진행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표리부동한 아버지의 정치를 그대로 닮아가고 있지 않은지 심히 걱정스럽습니다."
- 지난 17일 LA에서 고 장준하 선생 38주기 추모식이 있었습니다. 아버지 장준하 선생의 삶과 죽음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궁금합니다.
"아버지는 민족의 자유와 민권을 지키기 위해 이승만 정권과 싸웠고, 민족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박정희 정권과 싸웠습니다. 박정희의 7·4 남북 공동성명은 어쨌거나 찢어진 민족을 외세의 간섭 없이 자주적으로 통일하자는 것이였기 때문에 아버지는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습니다. 아버지는 그러나 유신헌법과는 목숨을 건 싸움을 했습니다. 유신헌법은 민주주의를 말살하고 민족의 영구적 분단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버지 장준하 선생은 1973년 유신헌법을 반대하기 위한 100만인 서명운동에 앞장섰다가 결국 살해되고 말았습니다. 아버지의 죽음은 명백한 타살입니다. 박정희 정권이 책임져야 하는 일이었습니다. 제가 대를 이어 유신 세력과 싸우는 것은 비극입니다."
- 국회 국정조사 끝났습니다. 국정조사를 본 소감은? "여러가지 의견이 있겠지만, 저는 100점 만점에 30점을 주고 싶습니다. 일단 새누리당 국조위원들은 대한민국 국회의원이라고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코미디같은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국민들의 합리적 의심을 풀어주고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아야 하는 국정조사의 최소한의 의무조차도 저버렸습니다. 민주당은 새누리당의 그러한 예상된 행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국민의 뜻을 헤아리는 데 역부족이었습니다. 물론 그동안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을 제대로 접하지 못했던 국민들에게 국정조사가 실상을 알리는 데 다소 도움은 주었다고 봅니다. 그러나 진실을 낱낱이 밝혀내지는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특검을 통한 진상규명' 요구 수용해야
- 국정원의 불법 대선개입 사건이 어떻게 해결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시는지요?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이 자신의 입으로 "나는 관계없다"고 말하는 것은 이번 사태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국민들의 최소한의 요구는 '특검을 통한 진실규명' 입니다. 일단 이 요구에 청와대는 대답해야 합니다. 그래야 박근혜 정부의 정통성을 그나마 지킬 수 있습니다. 그러나 특검만 가지고는 안 됩니다. 피흘려 세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들의 행복과 번영을 위해서 박근혜 대통령의 결단이 요구됩니다. 그 결단의 시작은 이번 국정원과 경찰의 불법 선거 개입에 대해 실체를 밝히고 책임지는 것입니다. 그 이후는 국민의 판단에 맡겨야 합니다."
- 국내에서 촛불시위를 벌이고 있는 촛불시민들에게 전하고픈 이야기는 없으신지요? "해외 동포들은 촛불 시민의 분노를 잘 알고 있습니다. 정치권에 맡겨서는 결코 사건의 진실에 접근하기 힘듭니다. 국민이 나서야 합니다. 대한민국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면 그 주권을 구체적으로 행사해야 합니다. 물론 어려움이 있습니다. "먹고 살기도 힘든데, 어쩌란 말이냐"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국정원과 경찰의 선거개입 사건은 민주주의의 근본과 나라의 기강을 뿌리째 뒤흔든 사건입니다. 어렵고 힘들지만 지치지 말고 아픈 다리 서로 기대며 끝까지 가야 합니다. 이번 사건을 저지른 불순한 세력은 시민들이 지치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희 해외 동포들도 지치지 않고 함께 하겠습니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라는 사실을 믿으며 후세들의 미래를 위해 질기게 그래서 끝내 이기는 촛불이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