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S 자전거 캠페인 시작 이후 열흘 동안 찌는 듯 더운 날씨에 비 구경을 하지 못했는데 11일 차 울산에 이어 12일 차(8월 23일) 포항에서도 비를 만났다. 오전 11시 포항 해운항만청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포항환경연합 인근 재래시장 안의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는데 밖에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이후 포항 고속버스터미널까지 2km 정도를 자전거로 이동했는데 그때도 비가 내렸다. '더운데 캠페인 잘 마쳤다고 시원한 빗줄기가 내리는구나' 싶었다.
기자회견은 포항환경운동연합의 박신용·김진숙 운영위원 등 여러 명이 함께해줬다. 포항환경연합 정침귀 사무국장과 장영태 회원은 22일 울산기자회견에도 동참했다. 이후 이들은 자동차로 포항까지의 자전거 길을 안전하게 안내해줬다.
동해를 쓰레기장으로 만들 겁니까
해양수산부의 지역청인 해운항만청에서의 기자회견은 목포에 이어 두 번째였다. 해운항만청 직원 여러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MBC·KBS·뉴스1 등 언론사에서 기자회견을 취재했다. 기자회견장에서 정침귀 사무국장은 "포항 앞바다 동해병 해역에만 그동안 1억여톤의 폐기물이 버려졌다, 더 이상 동해를 쓰레기장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라며 해양수산부의 산업폐수 해양투기 연장 정책을 비판했다.
이날 성명서를 발표한 박신용 운영위원도 "전국의 폐기물이 포항 앞바다 동해에 대부분 버려졌다, 기업들의 파렴치한 반환경 행위를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12일간의 장정을 함께한 김영환 바다위원회 간사는 방송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전국을 돌면서 알게 된 것은 엄청난 양의 폐기물이 바다에 투기되고 있다는 사실을 국민들이 잘 모른다는 것이었다"라며 "이는 SOS 자전거 캠페인이 필요한 이유였다, 앞으로도 해양투기 반대 여론을 바탕으로 해양 투기가 중단될 때까지 계속 활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SOS 자전거 캠페인의 종착지를 포항으로 잡은 것은 포항 앞바다 동해병 투기 해역이 다른 두 곳에 비해 투기량이 많고 독도 인근 지역으로 상징성이 크기 때문이었다. 수도권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의 절반 이상이 동해병에 버려진다.
인천항에는 수도권의 해양 폐기물 반출 전용부두가 만들어져 올해에도 3700톤 규모의 홍보 3호와 3500톤 규모의 오양프라이드호 등 두 척의 해양 투기 전용 선박들이 동해바다를 쓰레기장으로 만들고 있다. 그밖에 군산 1척, 여수 1척, 창원 3척, 부산 1척, 울산 1척, 포항 2척, 제주 1척 등 모두 12척의 해양투기 전용선박들이 운항되고 있다.
지난 2010년 9월 한국해양연구원이 국회에 제출한 투기해역 오염모니터링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배출해역 퇴적물에 함유된 중금속 등 유해물질은 대조해역(비배출 해역)보다 상대적으로 높고, 해양 배출량이 가장 많은 동해병 해역이 상대적으로 높음.▲ 하수오니(下水汚泥, 하수 침전물 찌꺼기)·가축분뇨에 많은 아연(Zn) 농도가 동해병 해역에서 미국해양대기청(NOAA) 평가기준(ERL)을 초과함.▲ 저서생물 군집조사 결과, 오염에 강한 갯지렁이류가 많이 발견됨으로서 점진적인 오염전이현상(정상상태→약간·중간오염)이 관찰됨, 저서생물 군집과 번식·정상 수정율 분석 결과 또한 대부분의 구역들에서 제한을 받고 있음이 관찰.▲ 동해병 해역 중 53%, 서해병 해역 중 20%가 오염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는 구역으로 판명돼 해양 배출을 금지(휴식년제도), 납 카드뮴 등은 행정조치가 필요할 정도로 오염 심각.▲ 폐기물 배출 해역은 일단 오염되면 해양 배출 이전의 원상태(ERL 기준 이하)로 회복되기까지 10년 이상이 소요됨.한국은 일본과 독도를 둘러싼 영토분쟁에서 역사적인 자료 확보와 실효적 지배 등 여러가지 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독도가 있는 동해는 매년 수백만 톤씩 지난 25년간 무려 1억 톤의 폐기물을 해양투기해 쓰레기장으로 취급해왔다. 이러고도 한국 정부가 '살아있는 바다, 숨쉬는 연안'이라는 구호를 내걸 자격이 있을까. 또 국민들이 '동해는 우리 바다'라고 말할 자격이 있는지 자문해봐야 한다.
다시 처음 캠패인 시작했던 광화문으로...
당초 우리의 계획은 포항에서 차량으로 세종시 정부청사 내 해양수산부를 방문, 장관을 면담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윤진숙 장관의 선약 때문에 면담 날짜가 4일 뒤인 8월 27일 오후로 잡혔다. 우리는 계획을 수정해 포항에서 바로 서울로 가기로 했다. 캠페인의 출발 지점이자 SOS 자전거 캠페인이 진행되는 내내 매일 정오에 한 시간 동안 1인시위가 진행됐던 광화문 이순신 장군상 앞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기로 했다.
서울행 고속버스에 자전거를 실었다. 옷은 비에 흠뻑 젖은 채 말이다. 고속버스 안에서 밀린 일지를 작성하랴 그동안 동참하고 도와줬던 각지의 분들께 감사 문자를 보내랴 바빴다. 특히 2주일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계속된 1인시위를 조직한 조수자 선생과 활동가에게 감사를 표한다.
예정된 시각보다 1시간 가량 늦은 오후 6시께 광화문에 도착했다. 여러 사람들이 나와 있었다. "생각보다 많이 안 탔네", "허벅지가 딴딴해졌겠네", "만삭의 부인이 얼마나 기다릴까"(영환의 부인 이야기, 캠페인 내내 노심초사했다) 등의 말이 오갔다.
많은 분들의 지지와 격려로 무사히 SOS 자전거 캠페인을 마칠 수 있었다. 가는 곳마다 많은 언론들이 다뤄줘 해양투기 문제를 널리 알려야 한다는 소기의 목적은 이뤘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중앙 일간지를 비롯해 여러 지방 일간지들은 이 문제를 사설로 다뤘다. 한국을 제외하고 지구촌 어떤 나라도 하지 않는 해양투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주 동안 뜨거운 아스팔트를 달렸다.
그동안 '바다보호운동'이 일천했던 까닭으로 해양투기가 오랫동안 행해져왔고,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이를 막기 위해 환경운동가로서 해야 할 일을 했다. 올해 안으로 해양투기를 완전 중단시키겠다는 계획을 실천해 해양수산부를 개발부처로 인식하는 현 정부의 생각을 바로잡고자 한다.
해양수산부는 '바다환경부'라는 인식이 필요한 때다. 마지막으로 폐기물을 해양투기하는 기업들이 의외로 많다는 점, 그것도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식품·음료수·종이·화학제품을 만드는 회사들이 여기에 포함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덧붙이는 글 | 산업폐수 해양투기 중단위한 SOS자전거캠페인 12일 차 마지막날 보고 기사입니다. 앞으로 해양투기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바다보호활동에 대한 기사를 계속 쓸 계획입니다. 그동안 격려해주신 독자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