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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기 의원실 압수수색 영장 제시하는 국정원 국정원 관계자들이 내란음모 혐의 등으로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실을 압수수색하기 위해 29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이석기 의원실로 들어가기 전 변호사에게 영장을 보여주고 있다.
이석기 의원실 압수수색 영장 제시하는 국정원국정원 관계자들이 내란음모 혐의 등으로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실을 압수수색하기 위해 29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이석기 의원실로 들어가기 전 변호사에게 영장을 보여주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29일 오후 2시 41분, 한 남성이 이석기 통합진보당(이하 진보당) 의원 사무실인 국회 의원회관 520호의 문을 두드렸다.

그는 "국가정보원 수사관입니다"라며 자신의 신분을 밝혔다. 이윽고 굳게 닫혔던 520호의 문이 열렸다. 수사관이라 밝힌 그는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 받아, 집행하기 위해 왔습니다"라고 통보했다. 사상 처음으로 국정원이 국회의원 집무실을 압수수색한 장면이다.

하루 전 내란 예비 음모 혐의와 관련 10여 명에 대한 동시다발적 압수수색이 있었으나 이 의원실에 대한 압수수색은 한 템포 늦게 진행됐다. 다른 곳의 압수수색은 28일 오전 6시 30분부터 진행됐고, 국회 사무처가 국정원 관계자로부터 이석기 의원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확인한 시각은 오전 7시 35분경이었다. 그 한 시간의 틈 속에 진보당 관계자들은 의원실 문을 막아설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결국, 3년 전부터 압수수색 대상자를 내사해 왔다고 알려진 국정원은 하루 반나절을 기다린 29일 오후 3시께야 이 의원 집무실에 발을 디딜 수 있었다. 이를 두고 "국정원의 의도적 시간 끌기 작전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국정원이 압수수색을 강제 집행할 수 있었음에도 상황을 방관해 언론의 '집중 조명' 상태를 십분 활용한 거 아니냐는 것이다.

국정원 "어제 강제수사할 수 있었는데 양보"... 왜?

이석기 의원실 들어가는 국정원 수사관들 내란 음모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신체와 집무실에 대한 압수 수색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이석기 의원 집무실에서 실시된 가운데 국정원 수사관들이 의원실로 들어가고 있다.
이석기 의원실 들어가는 국정원 수사관들내란 음모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신체와 집무실에 대한 압수 수색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이석기 의원 집무실에서 실시된 가운데 국정원 수사관들이 의원실로 들어가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국정원은 하루 전인 28일 오전 8시께부터 우위영 보좌관과 그의 물품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그러나, 이석기 의원의 집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은 시작도 하지 못했다. 진보당 측은 "당사자인 이석기 의원에게 압수수색 사전고지를 해야 하는데 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집무실 문 앞을 지켰다. 반면, 국정원 측은 "긴급상황을 판단하는 건 국정원의 몫이며, 이미 본인에게 연락을 취할 시간을 충분히 줬다"는 입장이었다. 언제라도 이 의원실 집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국정원 수사과장은 이날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어제(28일) 우리가 강제수사할 수 있었는데 이를 양보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양보'를 발휘한 국정원은 꼬박 하루 반나절의 시간을 진보당에게 줬다. 그 시간 동안 의원실을 드나든 국정원 직원 30여 명은 카메라 플래시를 한 몸에 받았다. 우르르 나가지 않고 한두 명씩 의원실을 빠져나가 언론의 집중도는 더욱 높았다.

지난 19일 국정원 국정조사 2차 청문회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국정원 직원들의 얼굴 공개를 막기 위해 부단히 애썼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현직 직원의 모습이 공개되면 앞으로의 활동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논리는 이석기 의원실 앞에서만큼은 통하지 않았다. 이에 국정원 직원의 얼굴이 찍힌 사진 수백 장이 특별한 처리 없이 포털 등에 고스란히 게재된 것은 물론이다.

국정원 내 정보라인과 수사라인에 차이가 있어, 수사직의 경우 공권력 집행 시 신원을 공개할 수밖에 없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진보당 관계자는 "국정원 직원들이 먼저 시비를 걸어서 분란을 일으키고 고성이 오가게 만들었다,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전혀 거리끼지 않았다"며 의문을 표했다.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되자 진보당 관계자들은 국정원 직원을 향해 "이젠 가림막이 안 필요한가 봐요?"라며 야유를 보냈다. 또, "왜 한두 명씩 나가서 언론의 조명을 받냐"며 의혹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의원실 앞에서 꼬박 하루의 시간을 보낸 건 언론도 마찬가지다. 특히 종합편성채널의 경우 수시로 현장중계를 하며 이 의원실 앞 대치 상황을 상세히 전달했다. 국정원이 압수수색을 강행하지 않고 하루를 보낸 그만큼, '내란 예비 음모' 혐의 내용은 반복적으로 언론에 노출됐다. 국정원이 3년이나 사건을 수사했음에도 '핵심'인 집무실 압수수색에 돌입하지 못해 벌어진 상황이다.

"국정원 직원 스스로 노출시키며 언론플레이"

홍성규 진보당 대변인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국정원이 우리를 끌어내려고 했다면 얼마든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도리어 국정원 직원들은 틈만 나면 밖으로 나와 보좌진이나 당직자들에게 시비를 걸어 자신들을 스스로 노출시키며 언론 플레이를 했다"고 꼬집었다.

홍 대변인은 "이번 건은 가림막 대 압수수색의 대비가 명확하다"며 "국정원이 수사를 모두 완료하고 조직도 등을 통해 내용을 공개한 기존 방식과 달리, 이번에는 확실히 오픈한 상태에서 국정원이 전면에 나서 수사를 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처럼 국정원 직원들의 예상 밖 행보 뒤에, 국정원의 숨은 의도가 있는 거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시민들에게 '내란 예비 음모'가 오래 각인될수록 국정원의 국내 방첩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게 돼, 야권이 주장해 온 국정원 개혁은 동력을 잃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 상황을 국정원이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배재정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밝히고 있는 이석기 의원에 대한 혐의가 사실이라면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면서도 "국회에서 국정원 개혁방안들이 논의되는 지금, 하필 국정원이 대대적 수사에 나섰는지 곱게 바라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변인 역시 "이석기 의원 등에 대한 압수수색과 내란 음모 혐의 수사가 국정원 개혁 요구를 비껴가기 위한 국면전환용이 아닌가라는 의심이 일고 있다"며 "3년을 준비한 수사라는데 하필이면 왜 이 시점에 요란스러운 압수수색을 해야 했는지 심각한 의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통합진보당#내란 예비 음모#이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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