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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타파> 29일 보도화면.
<뉴스타파> 29일 보도화면. ⓒ 뉴스타파

한 탈북자단체가 돈을 받고 인터넷 포털 토론게시판에 이명박 정부를 옹호하고, 정부에 비판적인 쪽을 종북세력으로 매도하는 글을 올리는 조직을 운영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운영자금을 댄 활동 배후가 국정원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뉴스타파> 29일자 보도에 따르면, 대학 졸업 이상의 학력을 가진 탈북자 단체인 NK지식인연대가 지난 2009년 말부터 1년여간 회원들과 회원 가족들을 조직, 포털 다음아고라 토론방에 글을 올리고 그 대가로 돈을 받았다는 증언이 나왔다. 증언자들은 이 단체의 여론조작 조직이 운영되던 당시 단체의 회원들이었다.

'NK지식인연대' 간부와 회원, 가족들의 다음 아고라 필명으로 확인된 '엔키스맨', '태백부엉이', '소나타', '촉디', '정필', '줄장미', '풍경소리', '툴립', '하늬' 등은 주로 북한 관련 글을 올렸다. 하지만 4대강 사업과 세종시 이전 취소 문제 등 현안이 있을 때엔 정부 입장을 일방적으로 옹호하는 글을 집중적으로 올렸다. 이들은 2010년 6·2지방선거 국면에서 가장 활동량이 많았는데, 야권연대의 전면 무상급식 공약과 야당 정치인들을 종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이들 필명은 1년여 동안 1명당 수백에서 수천 건의 글을 올렸다. 이 단체 간부의 부인이 닉네임으로 사용한 '태백부엉이'는 2009년 12월부터 2010년 11월25일까지 2100건, 닉네임 '툴립'은 2183건의 글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체계를 갖춘 조직에 속한 상태에서 이런 일들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NK지식인연대'는 지난 2009년 말 북한에서 전쟁터라는 뜻으로 사용하는 '전야(戰野)'라는 이름의 조직을 만들었다. '전야'는 8개 이상의 조가 있었고 각조는 1명의 조장과 10명의 조원으로 구성됐다.

탈북자 A씨는 "'아고라에서 종북세력들이 날치고 있다. 그래서 이걸 대응했으면 좋겠는데 북한의 실상을 중심으로 다양한 주제로 글을 쓸 수 있는 필진이 있느냐, 있으면 아고라에서 글을 좀 써달라'는 그런 제안이 왔다"며 "북한 문제에 대해서 남한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에 대해 알리는 역할도 하고, 꿩 먹고 알 먹는 격으로 좋은 일도 하고 경제적으로 도움도 되니까 하게 됐다"고 증언했다.

전야의 조직원들은 토론방에 글을 올리는 대가로 1명 당 한달에 5만~40만 원을 지급받았다는 게 탈북자들의 증언이다. 통상 한 달에 2000만 원 가량의 돈이 지급됐지만 NK지식인연대 내부에서도 이 돈의 출처는 철저히 감춰졌다고 한다.

탈북자 B씨는 "처음엔 하루에 5만 원씩 받았는데 나중에 사람들이 느니까 글 쓰는 값이 일주일에 10만 원으로 내려갔다. 조원들 중에 실적이 부족한 사람들은 일주일에 5만 원을 받기도 했다"며 "'(NK)지식인연대'에서 아이디를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매일 누가 몇 건을  쓰는지 파악하고 있었다. 누구는 열심히 글을 올리고 어떤 사람은 글을 잘 안 올렸는데도 똑같이 돈을 주기도 해서 회원들 사이에서 싸움이 나기도 했다"고 말했다.

아고라에 올리는 글의 주제는 어디에선가 나오는 지시로 정해졌다고 한다. B씨는 "윗선에서 휴대폰 문자로 지시가 내려왔다. 이슈가 있을 때마다 글을 써달라는 주제가 그런 식으로 정해졌다"며 "탈북자 단체의 직원이 지시를 전달했다. 그 직원이 조장들에게 문자를 돌리면 조장들은 다시 조원들에게 문자를 보냈다. 조장들은 하루에 5건 이상 글을 올리라고 독촉을 했다"고 밝혔다.

"국정원 아니면 돈 출처 설명 못해"... 원세훈 '지시강조'와 일치

그러나 전야에서 활동한 탈북자들도 여론전 지시가 어디서 왔는지, 전야에 지급되는 돈의 출처에 대해선 명확하게 알진 못했다. 한 탈북자는 국가정보원을 배후로 지목하면서 필명이 '촉디'인 탈북자가 자금의 전달책이라고 증언했다.

탈북자 C씨는 "배후에 국정원이 없으면 돈의 출처를 설명을 못한다"며 "'촉디'가 매달 한 차례씩 현금을 받아왔다. 그것도 만 원짜리도 아니고 5만 원권으로 다발을 갖고 왔다"고 말했다. 촉디가 사무실에 돈을 갖고 오면 조장들에게 분배됐고, 각 조장들이 자기 조원들에게 다시 분배했다는 것. C씨는 "지방에 사는 조원들에겐 조장이 은행계좌로 입금해 줬다"며 "그때는 지식인연대 사무실이 공덕동에 있었는데 어떤 날은 돈을 받아 오는데 한 시간 반 정도 걸릴 때가 있었다. 그런 걸 보면 가까운 은행에서 돈을 찾아오는 것 같지는 않았다"고 했다.

<뉴스타파>는 "탈북자들이 올린 상당수의 글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지시사항과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며 사례를 제시했다. 전야의 다음 아고라 활동지침이 국정원에서 나오지 않았냐는 것이다.

2010년 3월 19일 국정원 전 부서장 회의에서 원 전 원장이 '일부 종교단체의 정치활동 치중을 바로 잡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시하자 4일 뒤 아고라에는 '종교인으로 편향된 이념적 스탠스–명진스님'이라는 제목으로 명진스님을 공격하는 탈북자의 글이 올라왔다. 2010년 4월 16일 국정원 전 부서장회의에서 '세종시, 4대강 등 주요 현안에도 국정원이 확실하게 중심을 잡고 대처하라'는 지시가 떨어지자 한 탈북자는 일 주일에 걸쳐 4대강 사업을 찬양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외에도 전교조 교사 시국선언, 불법집회, 대통령 외교 성과 등에 대한 원 전 원장의 지시가 있을 때마다 이와 관련된 탈북자들의 글이 올라오는 특징을 보였다.

NK지식인연대 "돈받고 했다는 건 날조, 제보자와 형사소송중"

NK지식인연대의 김흥광 대표는 이같은 <뉴스타파> 보도 내용을 날조라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29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우리 단체는 탈북자 단체 중에서도 정치색과 정당색을 배제하려는 단체인데 그런 일을 하겠느냐. 주로 하는 일이 학술연구, 정보서비스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추측하기로는 우리 단체에 있다가 나하고 갈등 관계에 있다가 2011년에 때려치고 나간 친구가 제보를 한 것 같다"며 "그 친구가 형사고발을 당해서 지금 나하고 형사소송 중에 있다. 아마도 나를 사회적으로 매장시키려고 이러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이어 "천안함 폭침(2010년 3월)이 있고 나서 우리들이 '천안함이 북한 소행이 아니라고 하고 대한민국의 자작극이라고 하는 것은 말도 안 되지 않느냐, 우리들이 할 일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하는 데에 회원들이 공감을 하고 각자 활동을 열심히 하자고 한 것은 있다"며 "그러나 무슨 돈을 받고 뭘 했다고 하는 것은 날조"라고 해명했다.


#NK지식인연대#뉴스타파#탈북자#아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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