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과 7월에 한 번씩 잘라주었는데도 논두렁과 밭두렁에는 단풍잎돼지풀이 무성하게 자라나 있다. 3m 이상 자라난 단풍잎돼지풀은 밀림처럼 성벽을 이루며 꽃이 피어나고 있다. 꽃가루가 날리기 전에 제거해야만 한다.
하천변, 논두렁, 밭두렁, 길가 어디에나 단풍잎돼지풀이 점령을 하고 있다. 오죽했으면 '식물업계의 조폭'이라고 했을까? 며칠 동안 단풍잎돼지풀을 제거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예초기가 닿는 곳은 예초기로 베어내고, 언덕이나 예초기를 사용하기 어려운 곳은 긴 장대에 낫을 묶어 베어냈다.
단풍잎돼지풀은 돼지풀과 함께 환경부지정 생태계교란 식물 1, 2호로 지정되어 있다. 생태계교란식물이란 외국으로부터 인위적 또는 자연적으로 유입되어 생태계의 균형에 교란을 가져오거나, 가져올 우려가 있는 식물로서 환경부장관이 정하는 동식물을 말한다. 생태계교란 야생동식물은 우리나라 토착식물이 살아갈 터전을 빼앗고, 생태계의 질서를 파괴하며 알레르기성 비염과 각종 호흡기질환등을 일으키기도 한다.
현재 환경부에서 지정한 생태계교란 야생동식물은 동물 5종(뉴트리아, 붉은귀거북, 황소개구리, 파랑볼우럭, 큰입배스), 식물 11종(돼지풀, 단풍잎돼지풀, 서양등골나물, 도깨비가지, 털물참새피, 물참새피, 가시박, 서양금헌초, 미국쑥부쟁이, 양미역취, 애기수영)으로 총 16종이 있다.
단풍잎돼지풀은 미국의 미시시피 강 유역 대평원에서 잦은 범람에 씻기며 진화되어 전 세계로 퍼지고 있다. 미국 중부 대하천은 매년 지속적으로 범람하여 어지럽게 뒤흔들리는 환경을 가지고 있는데, 단풍잎돼지풀은 이런 환경에 적응하면서 서식을 하며 진화를 해왔다.
단풍잎돼지풀이 우리나라에 유입된 것은 6.25전쟁 당시 미군의 보급품 속에 들어가 유입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따라서 미군주둔지역, 강가, 하천변, 과수원, 쓰레기장, 공사를 하고 난 곳 등 중부이북지역 임진강변에 주로 집단 서식하고 있다. 토지가 비옥하면서 수분이 많은 곳, 강가나 하천가 등 강이 범람하거나 자주 교란이 있는 장소에 주로 서식하고 있다.
단풍잎돼지풀은 종자가 커서 발아가 빠르고, 초기생장이 왕성하여 키가 크고, 잎도 크기 때문에 밀림을 이루며 햇빛을 막아버려 다른 식물들이 빛을 받지 못하여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하여 버린다.
암꽃과 수꽃이 다른 자웅동주 식물로 보통 7~9월에 녹색으로 길게 꽃이 피는데, 꽃의 위쪽 약 2/3는 수꽃이고, 아래쪽 1/3은 암꽃이다. 암꽃은 위에 있는 수꽃에서 꽃가루가 떨어지기도 전에 암술머리를 쑥 뻗어 꽃가루를 받아들일 자세를 취한다. 타가수분과 자가수분이 모두 가능해서 종자가 원거리 이동을 해서 홀로 발생을 하더라도 종자생산이 가능하다.
또한 즉시 발아를 할 환경이 아니더라도 휴면성을 가지고 있어 기회주의적인 생존이 가능하고, 동시에 빛이 있을때만 발아하는 광발아성을 가지고 있어 환경이 교란된 지역에서 군락을 이루며 살 수가 있다.
며칠 동안 단풍잎돼지풀을 베어내는데 콧물과 함께 재채기가 심하게 나온다. 단풍잎돼지풀에서 휘날리는 꽃가루가 비염을 유발시킨 것이다. 알레르겐(allergen)을 많이 함유하고 있는 단풍잎돼지풀 꽃가루는 사람의 호흡기로 들어가거나 피부에 접촉을 할 경우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가 있다.
특히 임진강변에 접해 있는 연천군은 단풍잎돼지풀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휴전선 인근 철원군, 포천군도 마찬가지다. 지자제별로 해마다 수억 원의 예산을 쏟아 부어 단풍잎돼지풀 퇴치 운동에 나서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전국적으로 퍼지기 전에 국가적인 차원에서 제거하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