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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학사에서 낸 고교 <한국사>교과서.
교학사에서 낸 고교 <한국사>교과서. ⓒ 윤근혁

"우리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하고…."

이 같이 헌법 전문에도 있고 국가기념일로도 지정된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일)'이 교학사에서 만든 고교 <한국사>교과서 대단원의 주요 역사연표에서 빠진 사실이 확인됐다.

역사학계 일각에서는 "임시정부의 법통을 부정하는 대신 이승만과 1948년 건국절을 강조하는 뉴라이트 역사학자들의 성향과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고, 교과서 집필자는 "제한된 지면 분량 때문에 선택받지 못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집필자 이명희 "제한된 지면 분량 때문에..."

2일, 교학사 교과서를 직접 확인한 결과, 이 교과서는 '일제 강점과 민족 운동의 전개'라는 대단원이 시작되는 첫 페이지인 231쪽에 실은 주요 연표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1919년'을 싣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 '105인 사건-1911년', '대한민국 광복군 정부 수립-1914년', '진단학회 조직-1934년' 등은 연표에 게재했다.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정부는 1919년 3·1운동으로 수립된 임시정부에 대한 법통과 역사적 의의를 기리기 위하여 4월 13일을 국가 기념일로 제정"했다. 정부는 1990년부터 해마다 이날에 맞춰 정부 주관으로 기념식을 거행해오고 있다.

이신철 성균관대 동아시아역사연구소 연구교수는 "대단원에 배치한 주요 연표에서 헌법 전문에도 나온 '대한민국 수립(일)'을 제외한 것은 다른 교과서 사례에서 찾기 힘든 매우 특이한 일"이라면서 "1948년 건국절을 강조하는 집필진의 의도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 하는 의심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국역사교사모임 주요 관계자도 "학생들이 일제 강점기를 공부할 때 제일 먼저 보게 되는 연표에서 '임시정부 수립(일)'을 뺀 것은 경악할 만한 일"이라면서 "임시정부 법통을 부정하는 뉴라이트 성향의 집필진이 김구 선생과 임시정부를 홀대하고 있는 것에 대한 방증"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해당 내용을 집필한 이명희 공주대 교수(자유교육연합 상임대표)는 "교학사 교과서에서는 연표에서 한 연도에 2개의 사건을 싣지 않는 관행이 있다"면서 "이에 따라 1919년에 일어난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가운데 하나인 '3·1운동'만 선택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교수는 또 "원래 여러 사건을 연표에 제시했는데 편집에서 많이 빠졌다, 하지만 애초 집필에서 임시정부 수립일을 넣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면서 "이승만과 건국절을 강조하기 위해 일부러 그랬다는 것은 억측"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교과서 본문에는 임시정부 수립 관련 내용을 많이 싣고 있다"고 덧붙였다.

"6·15 선언... 선언에 그치고 말았다" 진위 논란

 유기홍 민주당 간사를 비롯한 야당 교문위 소속 의원 15명은 2일 오전 기자회견을 갖고 교학사 교과서에 대한 검정 취소와 교육부 사과를 요구했다.
유기홍 민주당 간사를 비롯한 야당 교문위 소속 의원 15명은 2일 오전 기자회견을 갖고 교학사 교과서에 대한 검정 취소와 교육부 사과를 요구했다. ⓒ 유기홍 의원실

한편, 교학사 교과서에는 사실과 다른 내용 또한 실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과서는 '대한민국의 평화 통일 노력'에서 "그동안 '7·4 남북 공동 성명, 남북 기본 합의서, 6·15 남북 공동 선언, 남북 관계 발전과 평화 번영을 위한 선언' 등은 언제나 선언에 그치고 말았다"고 기술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리베르스쿨의 <한국사>는 이에 대해 다음처럼 적었다.

"6·15 남북 공동 선언의 결과 이산가족 방문단의 서울·평양 동시 상봉과 비전향 장기수의 북송이 이루어졌고, 경의선 복원 착공과 개성공단 건설 등의 사업이 진행되었다."

교학사 교과서는 또 이승만과 최남선 관련 부적절한 학습문제 제시 논란에도 휘말릴 것으로 보인다.

집필진은 4·19혁명으로 물러나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문'을 실은 뒤, "하야를 결정하면서 무엇이 이승만 대통령의 가장 큰 근심사였는지 생각해 보자"는 학습문제를 제시했다. 하야 성명을 실은 것도 문제지만, 여기에서 이승만의 근심거리까지 찾아내도록 한 것은 지나치다는 평가다.

정답은 "우리 동포들이 지금도 38선 이북에서 우리를 침입코자 공산당이 호시탐탐하게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명심하라"는 담화문 내용에 담겨 있다.

친일행위자 최남선에 대해 "어떤 상을 주면 적절할까?"

또한 교학사 교과서에는 육당 최남선에 대해 "우리나라 '상훈법'에 비추어 포상을 한다면 어떤 상을 수여하면 적절할까?"란 학습문제를 제시하고 있다. 최남선은 1949년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기소된 친일 문학가다.

물론, 이 교과서는 "친일활동에 대해서는 어떠한 벌을 내리는 것이 적절한 것인지 '반민족 행위 처벌법'에 근거해 판단해보자"는 학습문제도 덧붙였다. 하지만 교과서에 함께 제시한 표는 최남선의 '주요 공적'에 대해서만 적혀 있고 '친일 활동'에 대해서는 빈칸으로 남아 있다.

유기홍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교문위) 간사(민주당)는 "교학사 교과서는 식민지 근대화론의 관점에서 친일 행위자들을 미화하고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기술했다"면서 "편파적으로 왜곡된 국적 불명의 교과서에 대한 검정을 취소하고 교육부장관은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이명희 교수는 "최남선과 같은 친일행위자들도 분명히 공로가 있으며 공과에 대한 균형 있는 우리의 서술에 대해 편향되었다는 지적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면서도 "토론을 거쳐 합당한 의견이 모아질 경우 앞으로도 교과서를 고칠 수 있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냈습니다.



#교학사 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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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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