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방송의 날' 전날 밤, 탐사보도 '불방'은 외면 받고 박근혜 대통령의 축사만 남았다. 지난달 31일자에 편성됐던 <추적60분>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무죄 판결의 전말' 편이 돌연 방송되지 않아 논란이 일었다.

제작진은 "방송 내용은 화교였던 유모씨 남매가 북한의 지령을 받아 탈북자 명단을 북한에 전달했다는 간첩 혐의를 받은 사건이며, 3개월간의 심층 취재로 국정원의 주장을 뒷받침할 물증이 없음을 밝혀냈다"고 주장했다.

 추적 60분 누리집 캡처. 불방된 8월 31일자 방송분 다시보기가 비어있다.
추적 60분 누리집 캡처. 불방된 8월 31일자 방송분 다시보기가 비어있다. ⓒ KBS

KBS <추적 60분> 불방 논란... 언론노조 "정략적 발상"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백운기 KBS 시사제작국장이 통합진보당 사건을 이유로 들며 방송 연기를 요청했다며, 이는 국정원에 흠을 주지 않기 위한 '정략적 발상'이라 주장했다. KBS 사측은 "사건이 1심 판결만 난 재판계류 상황에서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용이 방송에 포함돼 있어 (불방을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9월 2일 오후, <추적 60분> 제작진은 규탄성명을 내고 사측의 주장에 맞섰다. 통합진보당 관련 문제에 대해선 "이 사건은 국가의 권력기관이 한 개인을 충분한 근거도 갖지 않은 채 파국으로 몰고 간 것으로 보도 가치가 충분하다"며, "단지 취재 대상이 국정원이라는 이유로 KBS 사장 이하 간부들의 과도한 정치적 판단 하에 편성표에서 삭제됐다"고 반박했다. 언론노조도 이에 동조해 방송의 날 기념 축하연이 열린 여의도동 63빌딩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방송의 날 박 대통령 축사에 불방 논란 가려져

2일자 방송 3사 저녁뉴스는 일제히 박근혜 대통령의 "방송 규제 완화하겠다" 발언을 내보냈다. 박근혜 대통령은 2일 방송의 날 기념 축하연에서 "방송 산업을 창조경제의 핵심 산업으로 육성할 것"이라며 "규제를 개선하고 새로운 기술 개발을 적극 뒷받침 하겠다"고 말했다.

<추적 60분> 논란 당사자인 KBS는 '박 대통령 "방송 산업 창조경제 핵심으로 육성"' 제목으로 박 대통령의 발언을 1분 32초 동안 전했다. 이후 4분 32초를 더 할애해 '[미니이슈]미디어 빅뱅…생존 전략은?' 제하에 심층기획을 보도했다. <추적 60분> 논란은 보도되지 않았다.

 KBS 뉴스9 9월 2일자 캡처
KBS 뉴스9 9월 2일자 캡처 ⓒ KBS

 KBS 뉴스9 9월 2일자 캡처
KBS 뉴스9 9월 2일자 캡처 ⓒ 김정현

타 지상파도 <추적 60분> 불방 논란 내용은 없이 정부의 방송육성 방침을 전했다. MBC는 '제50회 방송의 날…朴 "방송산업 발전 규제 개선"' 제목으로 1분 17초를, SBS는 '3일 방송의 날…박 대통령 "방송은 창조경제의 핵심"' 제하에 1분 27초를 할애했다. <추적 60분> 불방 사건이 일어난 8월 31일 이후 2일 오후까지 지상파 방송 3사는 관련 내용을 단 한 번도 보도하지 않았다.

 MBC 뉴스데스크 9월 2일자 캡처
MBC 뉴스데스크 9월 2일자 캡처 ⓒ MBC

 SBS 8시 뉴스 9월 2일자 캡처
SBS 8시 뉴스 9월 2일자 캡처 ⓒ SBS

미디어 혁신 무엇이 더 중요한가

KBS는 9시 뉴스 심층기획을 통해 한국의 미디어 기업이 살 길을 모색했다. 기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전자책(E-book) 등 신매체를 결합시키는 외국 매체들의 혁신 사례를 전하며 "미디어 기업들이 강조하는 핵심키워드는 변해야 한다.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것입니다"고 말했다.

 KBS 뉴스9 9월 2일자 캡처
KBS 뉴스9 9월 2일자 캡처 ⓒ KBS

 KBS 뉴스9 9월 2일자 캡처
KBS 뉴스9 9월 2일자 캡처 ⓒ KBS

이날 보도에서 예시로 든 CNN, 알자지라 등이 성공한 이유가 단지 매체 혁신뿐일까. 편집 자율성이 보장된 사회에서 단단히 뿌리내린 독자들의 신뢰를 얻은 컨텐츠가 없다면 그 변화는 자연히 무너질 사상누각이 아닐까.


#방송3사 뉴스 한눈에 보기#KBS 뉴스#MBC 뉴스#SBS 뉴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