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헤호공항에서
▲ 양곤으로 헤호공항에서
ⓒ 신한범

관련사진보기


인레 호수 투어를 끝으로 저는 양곤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지난밤 지인들과 작별 인사를 했습니다. 만나면 헤어지는 게 순리겠지만, 이번 여행은 유난히 만남과 헤어짐이 빈번했습니다. 예기치 않은 지인들을 우연히 만난 것처럼 자연스럽게 헤어지는 것이 여행이겠지요.

거대한 헤호 호수를 품고 있는 낭쉐의 아침은 짙은 물안개로 시작됐습니다. 호수와 수로에서 피어나는 안개 때문에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택시기사는 안개에 아랑곳하지 않고 미로를 자연스럽게 운전하고 있습니다. '혹시 비행기 탑승 시간에 맞추지 못할까'라는 생각은 저 혼자만의 기우였습니다. 이곳에서 안개는 생활의 일부분이겠지요.

다시 양곤으로

양곤에 거주하고 있는 지인들과
▲ 지인들 양곤에 거주하고 있는 지인들과
ⓒ 신한범

관련사진보기


양곤에 도착했습니다. 다시 보는 양곤은 정겹습니다. 여행에서도 경험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미 인연을 맺은 곳이기에 건물이나 도로가 낯설지 않았습니다. 공항서 숙소까지 이동하는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숙소 게시판에 지인들의 메모가 보입니다. 카페를 통해 우리나라에서 인연을 맺은 분들입니다. 이분들은 여행이 아니라 사업을 위해 미얀마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미얀마 제약 회사에 스카우트돼 오신 분, 몇 년간의 준비 끝에 미얀마에서 컨설팅 업체를 창업하신 분 그리고 은행 지점장으로 명예퇴직하고 제2의 생을 미얀마에서 보내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분까지. 미얀마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신 분들입니다. 그들은 미얀마가 새로운 기회의 땅이 되리라는 판단으로 이주하신 분들입니다.

최근, 미얀마 정부의 개방 정책으로 변화의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습니다. 자원 부국이지만 오랫동안 국제 사회의 제재로 인해 빈국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2011년 떼인 세인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적극적인 개방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아웅산 수치의 정치 활동 재개, 각국 정상들의 미얀마 방문을 계기로 많은 외국 자본이 유입되고 있습니다.

제약회사에 근무하는 지인의 집을 방문했습니다. 회사에서 숙소·파출부 그리고 경비원까지 제공하고 있다고 합니다. 최근 미얀마는 개방 정책과 맞물려 외국의 고급 인력을 스카우트하고 있습니다. 지인은 아이들의 교육과 저개발국에서 새로운 기회를 잡기 위해 미얀마 행을 선택했다고 합니다.

미얀마 시민들의 안식처 '세꼬랑'

양곤 시민들의 사랑하는 꼬치구이 골목
▲ 세꼬랑 양곤 시민들의 사랑하는 꼬치구이 골목
ⓒ 신한범

관련사진보기


미얀마 여행의 마무리는 '세꼬랑'에서 했습니다. 세꼬랑은 미얀마어로 19번가를 의미합니다. '세꼬'는 '19'이고 '랑'은 '길'을 의미합니다. 보족 시장 인근 골목에 자리 잡은 세꼬랑은 양곤 시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장소입니다. 골목을 가득 메운 꼬치구이 집은 저렴한 가격과 다양한 안주로 시민들이 즐겨 찾는 곳입니다.

양곤 시민들은 희미한 전등불 아래서 머리를 맞대고 꼬치구이를 먹고 맥주를 마십니다. 힘들었던 일과를 맥주 한 잔으로 달래고 있는 것이겠지요. 옆자리의 젊은이들이 말을 걸어옵니다. 한류의 바람은 미얀마도 강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연예인을 저보다 잘 알고 있네요.

천연 화장품 타나카로 멋을 낸 소녀
▲ 소녀 천연 화장품 타나카로 멋을 낸 소녀
ⓒ 신한범

관련사진보기


미얀마 여행은 처음이었습니다. 군부 독재라는 정치적 상황과 육로 입국을 허용하지 않는 미얀마 정부의 정책이 선입견을 갖게 만들었습니다. 일주일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제가 체험한 미얀마 여행은 매력 자체였습니다. 종교가 생활인 나라, 천연 화장품인 '타나카'로 멋을 낸 아이들의 미소 그리고 외부와의 접촉 부재로 고스란히 보존된 자연 환경과 문화유산은 가슴 속에 오랫동안 기억될 것 같습니다.

이번 미얀마 여행의 또 다른 즐거움은 현지에 살고 있는 교민들의 다양한 삶을 접한 것입니다.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자신의 생각과 의지대로 세상을 산다면 그것이 성공한 삶이겠지요. 개방의 물결을 타고 있는 미얀마에서 자신의 꿈이 이루어지기를 기원해 봅니다.

한 달만의 귀가, 아내 목소리가...

여행자들의 마음의 고향 '카오산'
▲ 카오산 여행자들의 마음의 고향 '카오산'
ⓒ 신한범

관련사진보기


방콕 카오산에 도착했습니다. 이번 겨울 여행에서만 세 번째입니다. 카오산에서 여행을 마무리하는 것은 오랜 습관입니다. 카오산은 배낭 여행자들의 정류장입니다. 여행자들은 이곳에서 정보를 얻어 새로운 여행지로 떠나고 또 돌아옵니다. 저도 왠지 모를 편안함으로 늘 이곳을 찾습니다.

여행을 시작한 지 한 달이 지났습니다. 내일이면 그리운 집으로 돌아갑니다. 귀국에 앞서 집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수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아내의 목소리는 담담하면서도 그리움이 담겨 있습니다. 여행은 가족을 떠나 가족을 그리워하는 것 같습니다. 가끔씩 서로 떨어져 있음으로써 함께할 때 알지 못한 많은 사실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여행의 마지막 밤은 최인호의 '인연'과 함께 하였습니다. 

"허공에 뱉은 말 한마디도 그대로 사라져 버리는 법은 없습니다. 인간이 하는 모든 행동은 그대로 씨앗이 되어, 민들레꽃이 되어 날아갑니다. 나쁜 사람과 나쁜 행동들은 나쁜 결과를 맺고 악의 꽃을 피웁니다. 마찬가지로 좋은 생각과 좋은 행동들은 그대로 사라지는 법이 없이 샘을 이루고 내를 이루고 강을 이루고 생명의 바다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히말라야 트레킹 중
▲ 히말라야 히말라야 트레킹 중
ⓒ 신한범

관련사진보기


네팔 포카라 페와 호수
▲ 페와 호수 네팔 포카라 페와 호수
ⓒ 신한범

관련사진보기


집에 도착했습니다.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았음에도 여행의 기억이 어슴푸레합니다. 여행이 끝나고 추억을 되새길 때 여행은 더욱 아름다워집니다. 힘들고 외로웠던 히말라야 트레킹, 설산과 호수가 어우러진 네팔의 포카라, 수많은 인연을 만났던 방콕의 카오산과 미얀마 인레 호수 등 지난 여정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집니다.

이제 제자리로 돌아왔습니다. 여행의 경험이 새로 시작되는 현실에서 삶의 활력소가 되면 좋겠습니다.


태그:#인레호수, #양곤, #미얀마, #카오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18년 3월 자발적 백수가 됨. 남은 인생은 길 위에서 살기로 결심하였지만 실행 여부는 지켜 보아야 함.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