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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찜! e시민기자'는 한 주간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올린 시민기자 중 인상적인 사람을 찾아 짧게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인상적'이라는 게 무슨 말이냐고요? 편집부를 울리거나 웃기거나 열 받게(?) 하거나, 어떤 식으로든 편집부의 뇌리에 '쏘옥' 들어오는 게 인상적인 겁니다. 꼭 기사를 잘 써야 하는 건 아닙니다. 경력이 독특하거나 열정이 있거나... 여하튼 뭐든 눈에 들면 편집부는 바로 '찜' 합니다. 올해부터 '찜! e시민기자'로 선정된 시민기자에게는 오마이북에서 나온 책 한 권을 선물로 드립니다. [편집자말]
'회장님'이 이래도 되나. 그것도 '시사'라는 묵직한 낱말이 들어 있는 단체의 회장님이 이렇게 유쾌하다니! 전국시사만화협회 회장인 이동수 시민기자. 작품을 그릴 때 쓰는 그의 별명은 발음부터 뭔가 피식 웃음이 새어나오는 '이동슈'. 그리고 그가 그리는 그림은 그냥 현장 크로키가 아니라 '레알 로망' 현장 크로키다. 20년 넘게 시사만화가로 살면서 요즈음도 매일 길거리 '현장'을 지키는 그는 그런 유쾌함으로 힘들고 팍팍한 노동자 투쟁 현장의 사람들을 즐겁게 한다.

매번 비슷비슷한 투쟁 구호들만 들어 있는 노동자 투쟁 현장 기사. 하지만 그의 기사에는 그곳을 지키는 사람들의 표정이 들어 있다. 오늘은 또 어떤 사람들이 어떤 표정으로 그곳을 지키며 싸웠는지, 콜트콜텍 농성장에서, 대한문 쌍용차 분향소에서, 재능교육 농성장에서 그는 그림으로 기록한다. 쉽게 보고 쉽게 공감하지만 그것을 만드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은 '현장 그림'. 현실의 섭섭함과 아쉬움 속에서도 꿋꿋이 한길을 가는 이동수 시민기자의 이야기를 4일과 5일, 서면과 전화 인터뷰로 들어봤다.

☞ 이동수 시민기자가 '그린' 기사 보기

"현장에서 만화 그리는 일, 희망의 기운 넘쳐"

 이동수 시민기자
이동수 시민기자 ⓒ 박승화

- 간략한 자기소개부터 부탁드립니다.
"현장시사만화가, '레알로망' 캐리커처리스트입니다. 인권운동사랑방의 <인권오름>에 '만화사랑방'을, <시민과 언론>에 '시언만평' 등 시사만화를 연재 중이고, 만화교육과 문화와 노동경제에 관심을 갖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경인일보> 시사만화가로 있었고 <한겨레> 만화초대석 작가 등으로 활동했습니다. 인하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을 수료했습니다. 최근에는 현장 속 살아 있는 창작활동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 '거리의 만화가'를 자처하고 노동자 투쟁 현장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데요, 어떻게 그런 결심을 하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20여 년 전 신문사에 있을 때부터 그런 생각을 했거든요. 어느 날 단병호 선생을 그리려는데 잘 안 그려지더라고요. 참! 그리기 쉬운 얼굴인데, 하하. 전두환이나 노태우는 눈 감고도 그릴 수 있으면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제대로 못 그리는 상황에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을 했어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그려야겠다고 맘을 먹고는 못하고 있었지요.

어쨌든 본때 있는 시사만화가가 되고 싶었는데 외압이 심해서 신문사를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활동했습니다. 만화단체 활동을 하다가 나중에 그것도 그만두면서 결국 현장으로 돌아가자는 결심을 했습니다. 옛날에는 시사만화라는 게 주로 비판하는 내용을 다루다 보니 그 화가 내게도 미치는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현장에서 만화를 그리는 일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그려주는 것이 주가 되다 보니 내게도 희망의 기운이 넘쳐나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 경제적인 문제는 없는지 좀 걱정이 됩니다.
"하하. 만화와 시사만화 몇 군데 연재하고 만화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현장에 나가는 거야 돈 보고 나가는 게 아니니까 그러려니 하고 있고요. 당연히 물질적으로 풍족한 생활을 하기는 어려우니, 없으면 없는 대로 지내고 그러지요. 정기적으로 보릿고개도 넘기고."

- 인권운동사랑방의 주간인권신문 <인권오름>에 만평 연재를 1997년부터 해오셨습니다. 어떻게 16년이나 매주 마감을 지킬 수 있었는지 대단하십니다.
"대학 때부터 시사만화를 그리면서 나름 적성에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그때부터 평소에 시사문제를 챙겨보고 흐름을 안 놓치려고 하고 있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16년 동안 아마 세 번 정도 펑크를 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흐름이 깨져버리면 생기는 일인데, 가능하면 흐름을 안 놓치려고 지금도 꾸준히 시사문제를 훑으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사실 인권문제 소재들이 비슷한 경우가 많아서, 너무 오래 하다 보니 아이디어를 짜기가 힘들어졌어요. 주간이니까 흐름을 유지하는 것도 더 어렵지요. 올해 9월 28일이 인권운동사랑방이 20주년인데, 저도 슬슬 그만둘 때가 된 게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하하."

기륭전자 노동자에게 그림 선물... "해맑은 표정 잊지 못해"

 기륭전자 노동자들의 투쟁 현장에서 '레알 로망' 캐리커처를 그려주고 있는 이동수 시민기자.
기륭전자 노동자들의 투쟁 현장에서 '레알 로망' 캐리커처를 그려주고 있는 이동수 시민기자. ⓒ 정택용

- '현장 크로키'와 '현장 만화'가 참 좋습니다. 특별히 노동자들의 투쟁 현장에 애착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창작자, 특히 시사만화가에게 현장이 우선이라고 생각했고요, 또 요즘 기자들이 노동자 투쟁 현장에 가지 않으니까 나라도 간다 하는 생각에서 다니고 있는데 많이 부족하지요. 노동자, 철거민, 장애인 투쟁 같은 경우 이른바 '이슈'가 잘 안 되는 상황이니까 그걸 내 방식대로 표현해서 어떻게든 전달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또 노동경제를 전공해서 얼치기지만 노동문제에 관심이 많고요. 경제의 가장 핵심이 노동경제인데, 우리 사회가 그에 대한 고민들을 방치하거나 경제적 피해를 노동자들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쌍용차 대한문 분향소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처럼 경찰들이 상당히 편파적으로 노동자들을 억압하고  있는 상황들을 너무 자주 보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 그동안 현장에서 만나온 노동자들 중에 '그림'을 계기로 특별한 인연을 만든 사람이 있나요?
"많은 분들을 만났지요. 용산참사 유가족들, 기륭전자 노동자들, 콜트콜텍 노동자들, 쌍용차 노동자들, 한진중공업 노동자들, 재능교육 노동자들, 유성기업 노동자들, 그리고 현장에서 저보다 먼저 활동하던 문화예술노동자들. 또 그곳에 연대하는 수많은 좋은 사람들도 있구요. 제가 외국 만화가들하고 사귀려고 페이스북을 일찍 시작했는데 요즘 '페친'들은 대부분이 노동자들이에요. 모두 현장에 나가고 나서 생긴 인연들이지요.

2010년, 1895일인가요? 기륭전자 노동자들이 당시로써 최장기 파업을 마무리하는 문화제에서 처음 캐리커처를 그려줬어요. 그때 본 김소연 전 분회장의 해맑은 표정을 잊지 못합니다. 노동자들의 모습이 악쓰고, 투쟁하고, 단식하고 하는 모습들로만 인식되고 있는 현실 속에서 노동자들의 참모습을 봤다고 할까요."

- 투쟁 현장에 '그림'으로 연대한다는 것에 한계나 아쉬움을 느끼신 적은 없나요?
"아무래도 그림이 '주무대'는 아니니까요. 게다가 잘못하면 주무대의 흐름을 깰 수 있으니 조심스럽기도 하지요. 처음에는 가능하면 많은 분들의 캐리커처를 그려드리려고 빠르게 그렸는데, 최근에는 좀 천천히 그려도 좀 더 정성을 다해서 그리자고 생각하고 있고요. 작가로서 어쨌건 좀 더 잘 그리자는 욕심이 계속 있거든요. 그리고 현장에 연대하면서 저 역시 좀 더 많은 이야기들을 하고 싶은데 그림만 그리다가 오는 것은 아닌가 싶을 때가 있지요."

- 요즈음 집중하고 있는 현장은 어디인가요?
"콜트콜텍 기타 만드는 노동자들의 농성장과 쌍용차 대한문 분향소에 자주 갑니다. 콜트콜텍은 정말 나쁜 기업이에요. 노동자들 혹사해서 회사를 키워놓고 고의적 경영난을 빙자해서 외국으로 공장을 옮기면서 노동자들한테 책임을 떠넘긴 전형적인 악질기업이라고 봅니다. 국가의 건전한 경제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이런 기업들은 뿌리를 뽑아야 된다고 봅니다. 쌍용차의 경우도 비슷한데, 경찰과 관의 과도한 탄압행위들이 너무 공공연하게 일어나고 있어서 자주 가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가 시사만화나 생활만화가 꽃피는 텃밭 되길"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의 아이들에게 캐리커처를 그려주고 있는 이동수 시민기자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의 아이들에게 캐리커처를 그려주고 있는 이동수 시민기자 ⓒ 이동수

- 현장에 계신 노동자들은 '이동수'가 아니라 '이동슈'라고 해야 알아보실 것 같기도 합니다. 어떻게 해서 그런 재밌는 별명이 생긴 건지 궁금합니다.
"외국 만화가들과 네트워크를 맺기 위해 페이스북을 시작했는데, 2011년부터 한국 친구들이 급증했어요. 제 이름이 흔하다 보니 동명이인도 많고 해서 그때 제가 이름을 바꿨지요. 문제는 가끔 원고청탁이 들어와 이름을 '이동슈'로 써서 보내면 오타가 난 줄 알고 이동수라고 그냥 고치더라고요. 또 흔한 이름이 아니니 몇 번 확인하시는 분들 때문에 번거롭기도 하고요."

- 그냥 현장 크로키가 아니라 '레알 로망' 현장 크로키입니다. 재밌습니다. '레알 로망'이라는 모토(?)에 담긴 뜻은 무엇인가요?
"제가 양수겸장, 겸사겸사 이런 걸 좋아해요. 사람이 사는 게 땅을 딛고 하늘을 보며 사는 것이니 그걸 잊지 말자는 뜻이고요. 캐리커처도 특징을 왜곡해서 그리는데, 그게 모델이 된 사람에게는 콤플렉스인 경우가 많거든요. 그렇다고 예쁘게만 그리면 캐리커처의 맛이 안 나고요. 그래서 '닮았으면서 예쁘게 그린 캐리커처'라는 뜻으로 레알 로망이라고 이름 붙였지요. 라이브(즉석) 캐리커처에 관한 제 자부심이기도 하고요."

-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초기에는 시사만평 위주로 송고했는데 중간에 활동을 그만뒀다 재개하면서 현장 크로키 위주로 송고하고 계십니다. 어떤 까닭인가요?
"처음에 원고 보낼 때는 생각 않다가 고료가 들어오는 걸 보면 이게 너무 낮아서 자존심이 상해요. 하하. 그래서 만평을 적극적으로 보내려다가 그만뒀고요. 그 다음엔 캐리커처를 작업했는데 어느 날 보니 신문의 속성상 저도 모르게 주류적인 이슈 인물을 따라가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멈췄지요. 그러다가 현장 소식을 좀 더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해 예전 용산참사 때 했던 현장 크로키 방식을 되살려보게 됐고, 그 뒤로 그쪽으로 맞춰가고 있습니다."

- <오마이뉴스>에는 고정 만평이 없습니다. 간간이 시민기자분들의 만화 연재가 진행되는 것 정도인데요, <오마이뉴스>의 만화-만평 콘텐츠 운용에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제가 실력이 부족해서 그런 거라고 봅니다만 '만평'에 대해 평가를 낮게 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시사만평이 아니더라도 그림기사가 갖는 소구력과 그 작업과정이 글 기사보다 못하지 않은데, 중요자리에 배치되는 경우가 거의 없지 않나 싶더군요. 요즘같이 시사만화가 적어지고 있는 시기에 그림 기사에 적당한 대우를 하면, <오마이뉴스>가 시사만화나 생활만화가 꽃필 수 있는 좋은 텃밭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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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E시민기자#이동수#이동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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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하는 사람. <사다 보면 끝이 있겠지요>(산지니, 2021) 등의 책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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