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국화의 계절입니다. 엄밀하게 이야기하자면 '국화과'의 꽃들이 앞을 다퉈 피어나는 계절입니다. '국화'라는 이름을 가진 꽃들도 있지만, 우리가 흔히 '들국화'라고 부르는 꽃은 다양한 이름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름 끝자락에 피어나기 시작하는 벌개미취, 코스모스 모두 국화과의 꽃입니다. 가을이 무르익었음을 알려주는 쑥부쟁이, 구절초 등도 국화과의 꽃입니다. 그들의 공통점은 오늘 소개해 드린 곰취, 해바라기, 털별꽃아재비처럼 가운데 부분에 수없이 많은 꽃들을 피워낸다는 점입니다. 그 작은 곳에 송이송이 작은 꽃들이 들어 있음을 아는 분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 한 송이 한 송이가 모두 하나의 씨앗이 됩니다.
가을꽃들이 향내가 깊은 이유는, 이렇게 이른 봄부터 싹을 틔우고 오랜 시간 준비하여 피워내는 꽃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봄에 앞을 다퉈 피어나는 꽃들에게는 향기가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겨우내 푸른 이파리를 내놓았던 보춘화 같은 것들은 향기가 깊지만, 이른 봄 꽃을 피운 것들은 향기를 담을 시간까지는 없었던 모양입니다.
국화과의 꽃은 아니지만, 오가피의 경우에는 자잘한 꽃들이 모여 핀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저 꽃 역시도 한 송이만 피워내는 것이 아니기에 이른 봄부터 지금껏 준비하다 피어나는 것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