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엔 온종일 햇볕 속에 살았다. 동네 앞 묘지에서 축구도 하고 기마전도 하고 씨름도 하면서. 돌이켜 보면 그땐 감기 한 번 안 걸린 것 같다. 그토록 추운 겨울철이었는데도 말이다. 오히려 추운 줄도 모르고 어스름한 저녁 무렵까지 비늘로 된 썰매를 타고 놀던 때가 그때였다. 햇볕은 그렇게 시골 아이들에게 너무나도 좋은 보양식이었다.
헌데 지금은 시골 사는 아이들조차도 햇볕에 그을리기를 싫어한다.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자외선이 피부암을 일으킨다는 것 때문이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만약 그렇다면 종일 땡볕에서 훈련 연습하는 야구 선수들은 어떻게 될까? 또 골프 선수들도 마찬가지 아닐까? 그들이 피부암에 쉽게 노출돼 있다면 과연 야구와 골프를 누가 하려고 들 것인가?
우쓰노미야 미쓰아키의 <하루 10분 일광욕 습관>은 햇볕의 이로움을 다시금 깨닫게 해 주는 책이다. 당연히 의사라서 그의 말에 더욱 권위가 있다. 20대 때에는 일본의 대학병원에서 최초로 골수 이식수술을 진행했고, 재생 불량성 빈혈환자도 수술했고, 수십 차례나 되는 골수 이식수술도 집도한 이다.
그는 왜 햇볕을 쐐야 한다고 강조하는 걸까? 햇볕이 주는 이로움이 과연 뭘까? 그는 햇볕을 쫴야 비타민 D가 생성되고, 칼슘을 촉진시켜 뼈는 물론이고 우울증과 수면장애 그리고 인플루엔자까지 면역력을 강화시킬 수 있다고 한다. 내가 지켜봐도 그런 것 같다. 시골에서 일하는 할머니들에 비해 도심서 사는 할머니들의 골다공증이 더 심하다는 것 말이다.
요즘 들어 유행하는 '안티에이징', 이른바 나이 드는 걸 방지하는 것만 해도 그렇다. 고운 피부를 얻기 위해 여러 미백 효과에 신경을 쓴다. 그것은 여성으로서 당연한 행위이자 바람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햇볕의 자외선을 차단한다면 더 큰 병을 불러 온다고 한다. 이를테면 수면장애라든지, 갱년기 우울증 같은 게 바로 그것.
"과거와 비교했을 때 현재는 어떠한가? 외출 시간을 대폭 줄이지는 않았는가? 태양이 떴는데도 여전히 침대 속에 있는 날이 늘지는 않았는가? 그렇게 살고 있다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몸과 정신 건강이 조금씩 잠식되었을 수 있으니 지금부터라도 적극적으로 일광욕을 실천하자."(161쪽)과연 적극적으로 일광욕을 즐긴다면 어떤 병들을 예방할 수 있을까? 이 책에서 밝히는 바에 따르면, 다리 움직임이 원활치 못하는 아이들의 '구루병'이나 아이들이 '욱'하는 성질, 그리고 엄마들의 산후우울증이나 노년기 여성의 골다공증도, 일광욕으로 충분히 잡을 수 있고 늦출 수 있다고 한다. 그만큼 햇볕은 사람에게 가장 좋은 자연 영양식인 셈이다.
우리 아이들만 봐도 그렇다. 서울서 살 때는 그렇게 유쾌한 얼굴이 아니었다. 반 지하에서 지낸 원인이 그처럼 컸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목포에서 햇볕을 잘 받으며 살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너무나도 얼굴이 해맑고 윤기가 있다. 때때로 친구들과 밖에 놀고 들어오면 더욱더 신나 한다. 그런 아이들 모습이 너무 좋다.
앞으로 재택근무가 활성화될지 모르겠다. 시대는 그만큼 더 발전하여 문명의 이로움들을 더 많이 내 놓을 것이다. 그에 따른 의료기술도 놀랍게 발전할 것이다. 하지만 그 어떤 시대가 도래한다 할지라도 결코 놓쳐서는 안 될 게 있다. 어른이든 아이들이든, 남자든 여자든, 햇볕을 쐐는 것 말이다. 그건 습관을 좇아 해야 할 일이다. 그것이야말로 우리에게 가장 안전하고 영양가 만점의 보양식이니 말이다.